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84) - 대학은 왜 탐구활동을 중시할까? (4)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7.11 12:22 | 최종 수정 2023.01.13 12:37 의견 0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 강의를 부탁해 오면서 꼭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을 하지 말고 선생님이 수업을 해 달라는 요구에 대응을 해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2015개정 교육과정 교과서는 학습활동 위주로 학습하도록 구성되어 있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학생이 참여하는 학습을 통하여 학생이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는 신념도 있고 하여 교실 수업이 학생 참여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탐구활동 수업을 지지해 주세요.


그런데 이런 수업이 환영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말하고 학생은 듣는 수업은 학생도 선생님도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선생님도 학생을 앞에 두고 혼자서 원맨쇼를 하는 방식으로 초중고를 다녔고 배운 그대로 교실에서 실행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학생도 선생님의 강의 수업을 원합니다. 몇해 전에 교육부가 위촉하여 모 영재고를 컨설팅하러 방문했었는데 학생들이 소원하는 첫 번째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활동 중심 수업은 힘이 드는 데다 한 과목도 아니고 대부분의 과목에서 동시에 할동 중심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학생도 공부가 벅차고 시간에 쫒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수업을 하다보니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학생이 스스로 학습에 참여해야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 교실 수업을 바꾸는 겁니다. 학생도 막상 참여하는 수업을 해보니 교실에서 조는 학생도 없어지고 수업에 대부분 참여하게 된다고 합니다. 모둠을 만들어 학습할 때 한두 학생이 과제를 해 오지 않으면 학습 진도가 나가지 않으므로 친구들끼리 학습을 충실히 준비해 오도록 독려한다고 합니다. 결국 조는 학생, 딴 청 하는 학생이 없어지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정시 입시가 확대되자 수능 준비에는 협력학습이나 탐구학습이 필요하지 않으니 ‘선생님이 수능에서 독하게 어려운 킬러문항과 킬러문항에 가까운 준킬러문항 수준의 문제를 풀어달라.’고 학부모·학생이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중학교 단계에서도 ‘나중에 수능 보려면 굳이 활동 중심 수업, 탐구중심 수업을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답니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전대미문의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방식의 수업을 개선해야 합니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학습활동에 스스로 답을 해 보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틀릴까봐 두렵기도 할 겁니다. 자습서의 답을 보고 싶은 유혹이 가득할 겁니다. 그런데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고 해답을 요구하는 문제라면, 문제점을 해결·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제시하는 문제라면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렇게 배운 과정을 보고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이 전형으로 주요 대학에서 약 40%의 학생을 선발하는데 대부분 재학생들이 선발됩니다. 정시 수능도 40%의 학생을 선발하지만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생존에 적합한 학습이면서 고등학교 성적과도 관계가 깊고 대학 문도 넓고 대학에서도 학습 과정을 보고 선발하는 ‘학생이 참여하는 학습’을 지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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