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82) - 대학은 왜 탐구활동을 중시할까? (2)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6.27 10:48 | 최종 수정 2023.01.13 12:38 의견 0

우리 교육에서 탐구가 학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1986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1985년에 교육개혁심의회라는 기구를 만들고 교육 현안을 다루었습니다. 1986년에 나온 보고서에서는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라야 학생의 학습 효과가 크다', '지식 암기 수업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커졌다', '이미 있는 정답을 찾는 학습이 아니라 학생이 문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학습을 중시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탐구활동을 중시하는 학습’의 역사


교과서에서 그대로 출제되고 과목도 많았던 학력고사가 범교과적인 수능으로 바뀌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 기구가 제시한 것입니다.

이 기구는 교육을 바꾸는 방향으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지식의 암기를 강요하는 교육으로부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창의적 잠재력을 계발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학습자들의 독창적 사고가 격려되고 남들과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교육,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는 교육, 다양한 교육과정의 운영과 개방적 수업체제가 운영되는 교육, 교사의 창의성·자율성·독창성이 존중되고 격려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질문과 학습 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보는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하는 수업 설계, 학생들의 경험과 역량을 남에게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빈번히 제공”이 필요함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주장은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대입제도는 학력고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업개선이 학력고사 고득점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개선에 대한 열망은 이미 40년전에 불타올랐고, 이미 현재 50대가 고등학교 시절에 그러한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기억할 만합니다.

본격적으로 탐구가 교육에서 중요하다는 주장은 2015개정 교육과정 시기에 제기되었습니다. 2015개정 교육과정기의 교과서는 개념과 원리를 간단히 제시하고 학습활동을 다양하게 제시하여 학생이 활동을 통하여 지식을 구성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2017년 11월 교육부, 한국경제신문 등이 주관한 글로벌인재포럼에서 온정덕 교수는 세계 각 나라의 교육과정 문서에서 탐구(inquiry)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2019년 교육부는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2030 미래교육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서 ‘세션Ⅱ. 새로운 시대, 새로운 학교교육’의 발제를 맡은 부산대 김대현 교수는 “학생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알아가는 교수‧학습이란 ‘학생이 말하고 교사가 듣는 수업’, ‘학생이 주체가 되어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수업’, ‘학생이 활동하는 수업’, ‘실수가 용인되는 수업’으로 표현된다.”면서 ‘학생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알아가는 교수‧학습’의 중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학교에서의 학습 방법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관점도 달라졌습니다. 점수로 뽑기보다 탐구활동을 잘 수행하는 학생을 더 우수한 학생으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양상을 보여준 것이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이 제시한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항목》 보고서입니다.

여기에서는 평가요소를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 역량으로 3가지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학업역량의 요소 중 하나로 ‘탐구력’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기존의 평가항목인 ‘탐구활동’은 ‘탐구력’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정의도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물과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변경하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학습활동을 통해 드러나는 학업 관련 탐구력을 학업역량 평가의 중요한 항목으로 활용한다. 탐구력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깊게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지칭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탐구력 :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물과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 교과와 각종 탐구활동 등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 교과와 각종 탐구활동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가?
- 교내 활동에서 학문에 대한 열의와 지적 관심이 드러나고 있는가?


“탐구력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과 관련 활동이나 실험 실습, 탐구, 연구 활동 등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학문적 열정이나 지적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고 합니다.

경희대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세특의 주제탐구,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고등학생에게 연구논문을 기대하지 않는다. 숙제형 수행평가가 아니라 학생참여형 수업에 학생의 발표, 토론, 실험, 질문하는 과정을 말한다.’라고 하여 탐구에 대하여 부담 갖지 말고 접근하라고 조언하였습니다. 임 입학사정관이 <내일교육> 1048호에 기고한 글에서는 ‘주제탐구는 논문 형식의 거창한 연구 보고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 활동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 그 과정에서의 질문 등 과정 평가의 한 부분이다. 주제탐구는 학생 참여형 수업 활동의 전반이다.’와 같이 언급하였으며 ‘말문 트인 학교, 말문 트인 수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서울대학교도 《2023 학생부종합전형안내》에서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학문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공부하다 보면 교과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찾아보고 싶은 분야가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때입니다. 시간 낭비가 아니라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나의 실력과 역량을 한층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이처럼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탐구활동입니다.


<참고>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2021). 학생부종합전형 공통평가요소 및 평가항목
국가교육회의(2019). 2030 미래교육체제의 방향과 주요 의제. 2030 미래교육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자료집
내일교육1048호. 2022.06.01.
서울대학교(2023). 2023 학생부종합전형안내
정원식, 김신복, 신세호, 차경수(1986). 교육개혁의 기본방향. 교육개혁심의회(1986) 정책연구Ⅳ-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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