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가해자의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것은 2012년부터입니다. 그 이전에도 학교폭력은 있었고, 가해 학생을 인근 학교로 학교장 추천 전학을 보내기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는 않았고 대입에도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2011년 대구에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은 뒤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인성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했는데, 이때부터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목적은 학생부 기재를 무기로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학생부 기록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수단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2025학년도의 학교폭력 피해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5%로 전년 대비 증가하였고, 초 5.0%, 중 2.1%, 고 0.7% 순이었습니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낮은 것은 큰 다행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 신체폭력은 감소하고,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우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진을 소재로 한 영화처럼 학교에도 폭력 조직이 형성되어 있어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또는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구 중학생을 괴롭힌 가해 학생의 행동을 보면 당연히 형사처벌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모든 가해자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지는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합니다. 사례를 보면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 학생은 씨름부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고 일반고에 진학했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섰는데 뒤 학생이 덩치만 크지 별거 아니리고 비아냥대는 소리에 빈 식판을 그 학생에게 휘둘렀답니다. 욱하는 순간에 폭력 가해학생이 된 거죠. 그날 이후 학생은 크게 반성하고 다시는 욱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학교폭력 상황을 대학이 판단해서 반영할 수 있었을 때의 에피소드인데 지금이라면 이 학생은 그저 가해자가 되고 말았겠죠.

친한 두 학생이 같이 탐구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A 학생이 제대로 하지 않았답니다. 열심히 하려는 B 학생이 친구에게 성실히 하라고 충고를 했더니 A 학생이 네가 뭔데 충고를 하느냐면서 욕을 했답니다. 그 뒤 두 학생은 하교길에서 만나 주먹다짐을 했는데 B 학생이 A 학생의 안면에 상해를 입혔습니다. 상해를 입힌 B 학생은 가해 학생이 되어 처벌을 받았습니다. 학교폭력 상황을 학생부에 기재하기 전 이야기라 대입에서 불이익을 본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학생부에 기재되어 대입 불이익을 보는 현재 상황이라면 가해자인 학생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변호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가정법원 판사를 하고 있을 때 제게 물었습니다.

“법원은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학교로 돌아가게 해서 제대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학교는 그 학생이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서게 되었다고 법원 판결 전에 이미 퇴학시켰다고 하니, 학교란 무엇이라고 생각해?”

욱하는 폭력성은 고쳐야 합니다. 한편, 대부분의 보통 학생은 욱하는 마음에 폭력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는 학생은 아주 소수입니다. 고등학교에서 피해 사례가 0.7%이니 한 학년에 100명인 학교라면 1명 있을까말까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소수라도 억울한 사례는 없는지 다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는 꼭 학생부에 기재해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전과자도 사회가 끌어안아야 한다고 하면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배제하는 것이 일관성이 없는 건 아닌지요. 혹은 개전의 정이 있는 학생은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