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19) - 2022 개정 교육과정 둘러보기(4) -학교교육과정 설계와 운영 중 <2. 교수·학습>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김창현 승인 2023.03.13 09:32 | 최종 수정 2023.03.13 13:41 의견 0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총론 문서 체재(體裁)는 총론의 의미를 부각하면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Ⅱ장을 ‘학교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을 내세웠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Ⅱ장은 ‘학교급별 편성·운영의 기준’이었는데 여기에는 공통 요소인 ‘기본사항’과 학교급별로 ‘시간 배당 기준’과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을 두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장에 ‘학교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두었었고, 여기에 학교급별로 ‘교육목표’와 ‘편제와 시간 배당’ 및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을 두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문서는 학교가 시간 배당을 가장 관심 있어 한다는 점에서 보면 효용 가치가 큰 체재이다. 그런데 2015 개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이어지면서 학교급별 시간 배당보다 교육과정과 학습을 설계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Ⅱ장은 ‘설계의 원칙, 교수·학습, 평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기회의 제공’으로 구성하였다. 내용은 이전 교육과정에서도 규정하고 있었던 것인데, 흩어져있던 내용들을 한데 모으고 앞으로 배치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주로 Ⅲ장에 배치한 내용들이다.

설계의 원칙에서는 폭 넓고 균형 있는 교육과정, 학습자에게 적합한 학습 경험, 다양한 교육활동 설계, 학습 격차 줄이기 등을 제시했고 학생이 건전한 생활 태도와 행동 양식을 가지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내용을 두었다. 학교 교육과정 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자문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앞에 나와 있다.
교수·학습과 평가는 이전 교육과정에서 시간 배당보다 뒤에 있었던 내용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수·학습과 평가 부분을 시간 배당보다 더 중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수·학습에서는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없었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깊이 있는 학습’을 언급한 것은 새롭다. 이어지는 단편적 지식의 암기를 지양한다는 내용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제시한 바 있지만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내용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는 내용은 처음 제시된 것이다. ‘학습 내용을 실생활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적용’한다는 것은 실제적 맥락이 바뀌어 표현되었다. ‘교과의 깊이 있는 학습에 기반이 되는 언어⋅수리⋅디지털 기초소양’을 제시한 부분도 새로 포함되었다.

깊이 있는 학습’은 주로 자기주도적인 탐구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학생은 개념과 원리를 배우고 이해하여 이를 현실 문제에 적용하는 탐구 활동을 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교과에서 학습한 내용을 인출하여 문제 해결력을 기르게 된다. 이러한 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며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학습에 도전하게 된다. 대입 서류평가에서도 탐구력과 탐구 경험을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어⋅수리⋅디지털 기초소양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도구들이라는 점을 교육과정에서도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학습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100여년 전에 이미 존 듀이도 <하우 위 싱크> 책에서 교육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오래전부터 상투적인 말로 취급되는 국영수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학습에는 모국어, 외국어라는 언어, 수학이라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해 왔는데 여기에 디지털 언어가 포함되어 4 가지 언어 소양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나 항에서는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 등을 언급하고 있다. 수업이 지겨운 묵언 수행이 되지 않도록 교수·학습을 설계할 것을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밝힌 것이다. 다 항에서는 ‘선행 경험, 선행 지식, 오개념 등을 학습의 출발점을 파악’할 것을 말했고, ‘정보통신기술 매체를 활용, 지능정보기술 활용’도 언급했다. 특히 ‘지능정보기술 활용’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학생 개개인의 학습을 점검하고 개별 학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학교가 교수·학습을 총론 문서에서 제시한 방식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입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입시에 영향을 덜 받지만 고등학교는 대입제도가 수업을 지배한다. 현재는 수능이 수시에는 최저학력기준으로 사용되고 정시에는 수능 점수가 거의 100% 전형요소로 사용된다. 이런 점에서 학교가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즐겁게 학습을 설계하려고 해도 현실은 수능 문제풀이가 최고의 수업으로 대접받는다. 고등학생만 수능 문제집을 풀고 있을 뿐 아니라 중학생도 중학 수능 문제집을 풀고 있는 현실은 어서 개선되어야 한다.

<참고> 2022 개정 교육과정 Ⅱ장 중 ‘2. 교수·학습’ 전문

2. 교수·학습

가. 학교는 학생들이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핵심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을 설계하여 운영한다.
1) 단편적 지식의 암기를 지양하고 각 교과목의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내용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학습 경험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2) 교과 내 영역 간, 교과 간 내용 연계성을 고려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지도함으로써 학생들이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한다.
3) 학습 내용을 실생활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적용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교에서의 학습이 학생의 삶에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이 되도록 한다.
4) 학생이 여러 교과의 고유한 탐구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학습 과정과 학습 전략을 점검하며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한다.
5) 교과의 깊이 있는 학습에 기반이 되는 언어⋅수리⋅디지털 기초소양을 모든 교과를 통해 함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나. 학교는 학생들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을 설계하여 운영한다.
1) 학습 주제에서 다루는 탐구 질문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며, 토의⋅토론 학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2) 실험, 실습, 관찰, 조사, 견학 등의 체험 및 탐구 활동 경험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3) 개별 학습 활동과 함께 소집단 협동 학습 활동을 통하여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충분히 갖도록 한다.

다. 교과의 특성과 학생의 능력, 적성, 진로를 고려하여 학습 활동과 방법을 다양화하고, 학교의 여건과 학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학습 집단을 구성하여 학생 맞춤형 수업을 활성화한다.
1) 학생의 선행 경험, 선행 지식, 오개념 등 학습의 출발점을 파악하고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 소재, 자료, 활동을 다양화한다.
2) 정보통신기술 매체를 활용하여 교수⋅학습 방법을 다양화하고, 학생 맞춤형 학습을 위해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3) 다문화 가정 배경, 가족 구성, 장애 유무 등 학습자의 개인적⋅사회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를 수업에 반영할 때 편견과 고정 관념, 차별을 야기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4)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황을 확인하여 학생의 학습 결손을 예방하도록 노력하며, 학습 결손이 발생한 경우 보충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라.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이 가능한 유연하고 안전한 교수⋅학습 환경을 지원하고, 디지털 기반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공간과 환경을 조성한다.
1) 각 교과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과 교실 운영을 활성화하며, 고등학교는 학점 기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유연한 학습공간을 활용한다.
2) 학교는 교과용 도서 이외에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 등에서 개발한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3) 다양한 지능정보기술 및 도구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디지털 학습 환경을 구축한다.
4) 학교는 실험 실습 및 실기 지도 과정에서 학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기구, 기계, 약품, 용구 사용의 안전에 유의한다.
5) 특수교육 대상 학생 등 교육적 요구가 다양한 학생들을 위해 필요할 경우 의사소통 지원, 행동 지원, 보조공학 지원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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