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16) - 2022 개정 교육과정 둘러보기(1) - 추구하는 인간상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김창현 승인 2023.02.20 14:44 | 최종 수정 2023.02.28 12:00 의견 0

국가가 교육과정을 고시하여 모든 학교가 이 기준을 준용하도록 정한 것을 국가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2022년에 고시한 교육과정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라고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이전 교육과정은 2015 개정 교육과정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추구하는 인간상>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추구하는 인간상은 우리나라 교육을 통해 이러한 사람으로 기르려고 한다는 선언입니다. 추구하는 인간상을 염두에 두면 교육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기를 국가가 기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대학에서도 어떤 학생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 문장은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입니다. 문장이 좀 깁니다.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신화에서는 단군이 건국의 이념으로 홍익인간을 표방했습니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뜻으로 해석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됨, 모든 사람과 잘 협력할 수 있음’ 정도가 됩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 교육의 목표가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기르겠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교육의 큰 목표는 이타심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인격을 도야하도록 하겠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어 인간다움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 나아가 민주적인 나라의 발전과 인류가 함께 잘 사는 이상을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개인 내면에서 시작하여 사회, 국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어서 “이러한 교육 이념과 교육 목적을 바탕으로,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고 하면서 4 가지 인간상을 말하였습니다.


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기주도적인 사람

전인적 성장은 정신과 육체가 골고루 성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 세계가 정립되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에 대한 답을 개인이 갖고 있는 상태죠. 자기에 대한 이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와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일은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공부에서도 인생에서도 자기주도가 필요한 세계가 되었다는 주장과 일치하는 덕목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같은 대목이 있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었습니다.

“교육받은 인간은 ‘자주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자주적인 사람은 전인(全人)적 성장을 도모하며, 긍정적인 자아정체성과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이며 자율적으로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사람을 뜻한다. 전인적 성장이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고루 발달하여 건강하고 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인적 인간은 전지구적, 우주적 세계 속에서 건강한 심신, 바람직한 사회성과 도덕성을 토대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나. 폭넓은 기초 능력을 바탕으로 진취적 발상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폭 넓은 기초 능력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습 전반을 말합니다.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이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사회와 과학 및 각 교과 학습이 폭 넓은 기초 능력이 됩니다. 진취적 발상은 생각이 진취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말합니다. 도전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덕목입니다. 보다 어려운 과제 깊이 생각해야 하는 과제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발전이 없습니다. 진취적 발상과 도전이 없다면 새로운 가치 창조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과거의 단편적 지식을 외우고 그대로 답습하는 사람은 과거형 인재입니다. 새로운 문제에 도전해서 새로운 해법, 상황,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미래형 인재입니다. 우리 교육이 바라는 인재는 미래형 인재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했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는 달리 ‘폭 넓은 기초 능력’이라고 했고, ‘새로운 것’은 ‘새로운 가치’로 바꾸었습니다. 융합 인재를 염두에 두다보니 ‘폭 넓은 기초 능력’이라고 하고, ‘새로운 것’은 좀 더 깊은 의미를 담는 ‘새로운 가치’로 바꾸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은 단순한 결과물에 있기보다는 가치와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보입니다.


다.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이 항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똑같은 진술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점점 벽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오가고 개인이 살고 있는 나라의 문화에 동화됩니다. 우리 문화에 익숙해 있다가 다른 나라의 문화 속에 편입되면 문화적 혼란이 옵니다. 로마에 간다고 금방 로마법을 따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 문화로 편입한 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언어도 다릅니다. 이렇게 벽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문화와 가치가 다양합니다. 다양한 가치를 이해해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에 편입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입니다.

205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에는 “학교는 학생들이 여러 영역에서의 문화적 소양을 균형 있게 함양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공감적 이해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효과적인 교육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비판적 성찰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 사회를 이해하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 협력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고 하였었는데 ‘다양성 이해, 서로 존중, 협력’이라는 가치가 더 포함되었습니다.

개인이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낯설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로 확장되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개인은 자신을 자신의 세계에 가둬두면 인류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외부와 공유해야 정보가 확장되고 삶이 윤택해집니다. 그래서 개인은 우리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이 우리를 염두에 둔 의식이 공동체 의식입니다.

공동체 안에 사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미도 기호도 다양합니다. 이 다양성은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나와는 다르다는 다양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나아가 대한민국 안에서만 우리끼리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이 배려와 나눔, 협력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협력은 새 교육과정에 새로 포함된 가치입니다. 공동체의 이익을 외면하고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공동체는 붕괴됩니다. 그래서 협력은 중요한 가치입니다.

4 가지 인간상은 한 사람이 교육을 받는 동안에 이루어야 할 사람으로서의 모습입니다. 교육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우리 교육의 목적지입니다.

<덧>
1. 대학이나 기업은 ‘인재상’이라고 하는데 교육과정에서는 ‘인간상’이라고 했을까요? 모든 학생이 교육을 받는 사이에 도달해야 할 사람으로서의 모습이라면 ‘인재상’보다 ‘인간상’이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2. 2021년 8월 16일의 글 36회.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르다고’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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