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43) - 어떤 학교를 선택할까(4)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09.27 16:41 | 최종 수정 2023.01.13 12:42 의견 0

중3인 T는 고등학교 선택을 고민하는 중이다. 성적 경쟁이 치열한 학교와 등급 따기 쉬운 학교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T는 사는 곳과 가까운 학교가 성적 따기도 좋으니 그 학교로 진학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대학 진학이 쉽다는 조언을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런데 마음은 경쟁이 심한 학교를 쉽게 포기하게 되지 않는다.


◆ 성적 따기 쉬운 학교?

진학할 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해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게 된다. 중학교 진로 교육 시간에는 기분에 따라 선택하거나 남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지 말고 요모조모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러한 결정이 합리적 결정이라고 알려준다.

쉽게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학교나 성적 따기 어려운 학교나 모두 개념을 이해하고 교과서의 학습활동을 하고 기본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하는 점까지는 같다. 그런데 어려운 수행평가, 어려운 문제 풀이는 성적을 따기 쉬운 학교에서는 많이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이 어려운 학습을 이해하지 못하면 선생님도 다뤄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학습 수준이 낮으면 성적이 좋더라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초적인 학습을 열심히 했다는 내용으로 기록된다. 문학 시간에 갈등을 주제로 역할극을 했는데, '연인이 결혼을 하려고 했으나 시어머니 반대로 집을 나가서 동거하다가 5년만에 아들을 안고 돌아오니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칭찬 받는 수준이라면 그 학교 수업은 고등학교 수준의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영어 시간에 여행지를 관광객에게 설명하기 수업을 하는데, 어떤 학교에서는 내용의 충실도와 유창한 영어 사용 정도가 평가 기준인데, 어떤 학교에서는 의사소통 여부 정도가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학습 결과가 학종 평가에서 차이가 난다.

수능 역시 소위 킬러 문항이나 준킬러 문항이라고 하는 어려운 수준의 문제를 학습 수준이 낮은 학교에서는 다루기 어렵다. 특히, 학교장추천 교과 전형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거나 면접이 부과되는데, 기본적인 학습에 머무른다면 수능이나 면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학습 수준이 높은 학교에 도전할 일은 아니다. 현재도 학습 결손이 있다면 쉽게 수업하는 학교가 자신에게 맞을 것이다. 점수 따기 좋다는 학교를 선택해서 학습 결손을 메워가면서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알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망연자실하는 것보다 보람이 있을 수 있다.

T는 3학년 1학기에 수학을 100점 맞는 등 2학년에 비해 3학년 성적이 좋아졌다. 그런데 지금은 100점을 맞고 있지만 성적 따기 어려운 학교의 시험은 어려우므로 거기서는 80점이 될 수도 있고 거기서도 역시 100점을 낼 수도 있다. 현재 학습결손이 다 메워졌다면, 깊이 있는 수업을 따라가다가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계를 넘는 도전이 이름답다고 말해 주지만, 모든 결정은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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