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40) - 어떤 학교를 선택할까(1)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09.13 09:24 의견 0

#22회에서는 영재학교, 특목고, 과학중점학교 등을 선택할 때 핵심인 해당 학교 유형의 교육과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번 회부터 일반고 선택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중학생은 중학교 ‘진로와 직업’ 과목 등 진로 교육 시간에 고등학교 선택 기준을 배운다. 가려고 하는 학교의 역사와 전통, 평판, 공학 여부, 통학 거리, 기숙사 유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학생들은 급식이 맛있는지, 교복이 멋진지, 생활지도가 부드러운지 등을 기준으로 삼는데 그래서는 안 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합리적인 선택의 첫 걸음은 학교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 학교 교육과정을 보자(1)

2021년 7월, 서울대학교는 2024학년도 대입전형을 예고하면서 모집단위별로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을 나누어 발표했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경제학부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를 권장과목으로 제시했고, 지리교육과에서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여행지리를 권장 과목으로 제시한 것 이외에는 핵심권장과목이나 권장과목을 제시하지 않았다.

학생이 경제 분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선택할 고등학교가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 두 과목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수능이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어서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편성했다. 아예 확률과 통계는 사회 과목 선택과 묶어 놓고 미적분은 과학 선택 과목과 묶어 놓은 학교도 있는데, 표상으로는 칸막이가 없어서 실제 재학생들을 통해 실상을 확인해야 한다.

공대, 농생대, 수의대, 약대, 의대 및 사범대의 수학·과학교육과 등 대부분 자연계열로 분류되는 모집단위에서는 확률과 통계가 핵심 권장과목이거나 권장과목으로 제시되었다. 학생이 자연계열로 진학하려고 한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를 모두 이수할 수 있는 고등학교가 어디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수시에서는 학생부 종합전형뿐 아니라 논술 전형에서도 수학 과목이 학교별로 다르다. 가고 싶은 학교의 수학 논술 과목이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면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 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해 주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대학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겠지만, ▲가톨릭대(의예과), 건국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인하대, 한양대(에리카) 등이 확률과 통계 및 미적분이 시험 과목이며, ▲경희대, 광운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미래-의예과), 울산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은 확률과 통계 및 미적분과 기하까지 시험 범위이다. 연세대는 확률과 통계 및 미적분과 기하뿐 아니라 경제수학 등 진로선택과목 전체를 범위로 한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논술 전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단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학교라면 개인이 선택할지 여부는 나중에 결정한다 하더라도 학교교육과정은 합격점에 든다.

수시 학종에서야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해도 학종 지원을 안 하면 되고, 논술고사도 과목이 안 맞으면 안 보고 지나가면 된다고 하면서 정시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과목을 평가하지 않으므로 수능만 잘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서울대는 2023학년도 대입 정시부터 학생이 이수한 교과를 평가한다고 이미 2020년 가을에 예고를 했다. 다른 대학들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 수시 정시를 막론하고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는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선택의 첫 단계는 교복이 멋진지, 급식이 맛있는지, 교칙이 느슨한지에 있어서는 안 되고 학교 교육과정이 어떤지에 두어야 한다.

저작권자 ⓒ 동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