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41) - 어떤 학교를 선택할까(2)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09.16 16:52 | 최종 수정 2023.01.13 12:43 의견 0


◆ 학교 교육과정을 보자(2)

학생이 원하는 수학 과목을 배울 수 있는 학교 교육과정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수학뿐 아니라 과학·사회 과목의 편성에서도 학교별 차이가 나타난다. 학생이 배우기를 희망하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어떤 학교는 물리학Ⅱ 희망자가 30명에 불과해서 개설하지 않았다는 학교도 있고, 단 5명이 희망했는데 개설했다는 학교도 있다. 학생이 화학생물공학부로 진학하려고 하는데, 화학과 생명과학 중심으로 공부해야 할 것 같지만 서울대 발표 자료를 보니 이 모집단위의 핵심 권장과목이 ‘물리학Ⅱ, 미적분, 기하’라고 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생이 선택해야 할 학교는 자명하다. 물리학Ⅱ를 개설한 학교이어야 한다.

서류 블라인드 평가를 하니까, 학교의 여건이 안 좋아서 개설하지 못했을 것으로 대학에서 평가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통과목을 수강한 학생수를 보면 학교 규모를 짐작할 수 있고, 또 대학에 그 학교 교육과정이 제공되므로 귀책사유가 학생에게 있든 학교에 있든 아주 소규모 학교가 아니면 화생공에 지원한 학생이 수시든 정시든 물리학Ⅱ를 수강하지 않았다면 긍정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의 다양한 선택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게 편성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받으면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받고 고민하는 동안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서는 과실을 얻게 된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편성표는 전문교과 과목을 비롯해 못 보던 많은 과목을 넣어 편성한 편성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고에서는 일반고에서 배우도록 권장한 과목을 배우면 된다. 그 이상은 대학에 진학해서 배우면 된다.

과목 선택은 서울대에 진학할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각 대학은 수시 학종 평가에서 학생이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를 평가에 반영한다. 이를 두고 전공적합성이라고 하는데, 경희대도 앞으로 정시에서도 교과 이수 평가를 한다고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어떤 편성표가 좋은 편성표인가? 편성된 과목을 보면 수학 과학의 모든 과목은 모두 나열된 교육과정, 과목 선택이 자유롭도록 편성표의 칸막이를 없앤 교육과정이 좋은 학교교육과정이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 중 택1’하고 ‘사회와 과학 과목 중 택4’하는 교육과정보다는 ‘미적분, 확률과 통계, 사회와 과학 과목 중 택5’하는 교육과정이라면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 두 과목 모두 선택하고 싶은 학생의 희망을 들어줄 수 있다.

사회과목은 대부분 특정 전공과 깊이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지는 않았다.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경제를 이수하면 좋겠지만 경제사를 전공하려면 세계사를 선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와 같이 말한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사회문제 탐구, 사회과제 연구 등을 선택했는데, 정작 사회와 역사, 지리, 윤리 과목은 별로 선택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내용 요소가 포함된 과목을 배우지 않고 방법만 배우는 것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과목은 수능 과목에 포함된 사회탐구 과목 중에서 많은 과목을 수강하는 편이 바람직한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회과목을 2학년 택3, 3학년 택3할 수 있는데 배우고 싶은 과목이 모두 2학년에만 개설되어 있다면 있기는 있는데 없는 것과 같다.

학생이 입학하기 전에 학교교육과정을 알 수는 없다. 학교알리미에는 현재 재학생의 교육과정만 공개되어 있다. 드물게는 올해 재학생의 당해연도 교육과정만 공개된 경우도 있다. 그러고 보면 수요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과정을 보고 자신이 다닐 학교 교육과정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 사전 예고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학교 교육과정이 개방적 선택이 가능한가를 쉽게 아는 방법이 있나? 실문을 뜨고 보면 보인다. 칸막이가 없을수록 선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 S고등학교 편성표



S고등학교는 2학년에서 수능 과목은 학교가 지정했다. 그래서 수능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2학년에서는 학기별로 3 괴목씩 선택하고, 3학년에서는 수능이 11월에 있으므로 새 과목을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학년 이수로 8 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와 같이 선택을 많이 제공하면 내신이 나빠져서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생이 원하지 않는 과목을 학교 지정이므로 수강하면서 성적 좋은 학생을 위해 깔아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말인가라는 비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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