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의 대입제도 개선 제안에 대한 그 동안의 경험에서 비롯된 우려가 있다. 세련된 준비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많은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현재 대입 환경으로 볼 때 2004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후퇴할 때의 문제 상황이 재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2033년이면 학생 선발에서 정성평가를 실시해 온 경험이 25년은 축적되어 있을 때이다. 이미 입학사정관이 학생부를 읽고 평가하는 전문성은 최고 수준이 되었다. 또한 서울교육청이 제안한 대로 학교의 평가를 관리하는 교육과정・평가 지원센터 설립 및 평가 공인 체제를 도입하면 학생 평가에 대한 학교 간 편차까지도 극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각 주장에 대한 우려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과목 성적은 절대평가 성적으로 산출된다.

가. 성적 부풀리기가 재현될 것이다.
절대평가는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했다. 그러나 정시에 선발인원이 많았고 정시에는 평어 위주로 반영하자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하여 문제점이 부각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0월에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에서 입시에 학생부 반영 비중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내신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원점수+석차등급제」를 도입했다. (원점수에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함께 제공, 석차등급은 9등급으로 제공)
서울교육청은 교육과정・평가지원센터를 구축해서 모니터링・컨설팅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 대학은 특목고 학생을 더 많이 선발할 것이다.
특목고의 성적이 부풀리기가 되면 대학은 특목고 학생을 더 많이 선발할 것이다. 그러나 성적 부풀리기가 되지 않으면 특목고가 유리할 것이 없다. 또한 외고・국제고・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영재학교는 현재도 절대평가 성적만 산출하고 있다.

2. 학교 시험은 50% 이상은 서・논술형으로 출제된다.
서・논술형 시험을 확대했을 때 문제 출제 및 채점의 공정성 및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성취 기준에 맞게 출제되는지, 채점 결과 후한 점수를 주어 민원 소지를 없애는 관행이 생기지는 않을지, 교사별로 채점 기준이 달라 유불리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출제 및 채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공인 체제를 도입하고 평가지원단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IB교육과정처럼) 전문 채점관을 양성하자고 제안했다.

3. 채점에 AI가 사용될 것이다.
AI가 채점을 하게 될 때 평가가 공정하고 타당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AI의 응답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 생성(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이 학교 시험의 답안을 채점할 때에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또한 사람이 한 답을 AI가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서울교육청은 AI 자동채점시스템을 개발해서 2027까지 서울 전체 학교에 확산할 계획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 수능 정시 전형은 없어지고 수시와 정시는 통합된다.
수능이 등급제가 되면 수능은 자격고사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정시 수능 전형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때 패자 부활을 위한 전형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또한 학생부는 수능보다 전형 자료로서 더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러나 수능이 학생의 역량을 길러 주는 데 부적절하고 평가 도구로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은 자명하여 수능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패자부활전은 수능으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도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 서울교육청의 제언에는 없지만 졸업 이후의 학습을 공인하는 방식으로 학생부 위주 전형을 운영하거나, N수생 대상 논술 전형 또는 면접 전형 등을 운영하여 기회를 줄 수 있다. 학습 이력을 공인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2030년 고1부터 과학고, 영재학교, 예술・체육계열 특목고 이외의 외고, 국제고와 자율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3 공교육 내실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 방안에 특목고, 자율학교, 자립형사립고 등 학교 형태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담겼었다. ‘특수목적고의 확대 내실화’에서는 99년 106교에서 03년에는 115교로 특목고를 늘리겠다고 했으며, ‘자율학교의 지속적 확대 및 내실화’에서는 99년 20교에서 03년에는 65교로 늘리겠다고 했고, 자율학교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이양을 추진하고 자립형사립고를 시범 운영하여 03년 6교를 운영하고 05학년도에 종합평가를 거쳐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영재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되었는데, 부산과학고를 영재학교로 지정·운영(03.3월 개교, 144명 선발)하기로 하였다. 이는 평준화로 인한 교육의 획일성 탈피, 사교육 수요 흡수, 학교 선택권 확대 등이 목적이었는데, 다시 일부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해외유학생이 증가하거나 비인가 국제학교로 이탈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시대 상황이 2003, 2004년과는 다르므로 우려에 대한 대응은 충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제안한 방안에서도 적절한 준비기간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으므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정책적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미 10년 전에도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학생부 전형에 힘을 실어주어서 수업 개선을 이루자는 주장을 했었지만 결과는 수능의 힘을 더하는 방향으로 정해졌었다. 수업 개선은 고교학점제로 도모하고 대입은 정시 수능을 확대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대입 개편안 논의 때 교육혁신연대 활동에서 주장했던 항목들은 서울교육청이 제시한 2033 대입과 유사하다. 2017년 12월, 교육혁신연대는 대입제도 개편을 두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학생부 중심 전형을 확대하고 수능은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교육혁신연대에는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전국진학교사협의회,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서울교사노조,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 등이 참여했다. 2018년 5월에는 30개 단체가 모여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보인 교육혁신연대의 2022년 대입개편 주장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학교교육 정상화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취지에 맞는 교육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능의 영향력을 낮출 필요가 있다.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수능 전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하여야 하며, 수능 정시확대는 신중하여야 한다.
2. 5지선다형 수능시험은 20세기 전반에 나타난 표준화검사 방식 측정도구로써,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재 선발제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수능전형이 가장 공정하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가장 적합한 전형’이라는 것은 타당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주관적인 주장이다.
3. 수능전형을 확대하라는 요구의 근거인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객관적인 통계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이고 잘못된 주장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든 수능전형이든지간에 어떤 입시전형도 금수저에게 유리하고 흙수저에게는 불리하다. 그렇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전형보다 흙수저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및 지역의 균형에도 기여하는 전형이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도 부합하는 전형이다.
4. 학생부종합전형의 개선을 위해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공론화과정과는 상관없이 즉시 교육전문가들과 협의하고, 적어도 6월 안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학생부 기재사항은 없애고 수시전형에 꼭 필요한 학생부 기재사항만을 적시하고 발표하여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시비를 종식시켜야 한다. 또한 교육부는 ‘깜깜이 전형’의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여 학생종합전형의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또한 교육제도개혁과 2025 대입 개편을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되었다. ‘정부는 8월 이후,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제도 개혁과 2025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 기구를 만들고, 교사 및 교육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여서 교육발전을 위해 민관학이 다같이 협력하고 노력하는 구조와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교육감 당선자 대상 대입개편·교육정책 의견 조사 발표 기자회견에는 32개 단체가 동참하였다.① 언론에 광고를 내기②도 했고 기자회견도 여러 번 했다. 기자회견에서는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개 시·도교육감 당선자 중 회신을 해온 13개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분석해본 결과, 당선자들은 2022년 대입개편에서 정시확대에 반대하며,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고 하면서 ‘예를 들면 수능 전형 확대에 대하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는 ‘수능은 자격시험정도로 비중을 낮추고 정시는 없애자’고 주장했으며,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당선자도 ‘수학능력고사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고 사교육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새 정부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면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는 16개 대학의 정시 40% 선발이 가시화되고 수능은 더 힘을 얻어 학교교육은 파행의 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서울교육청의 제언대로 이루어져서 수렁에서 빠져나올 때가 되었다.

◆◆◆ 주 석 ◆◆◆

①32개 단체: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교육희망포럼, 광주교사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일체화교사동아리, (사)교육디자인네트워크, 교육희망을 여는 전국공모교장협의회, (사)미래교실네트워크, (사)4.16교육연구소, (사)새로운학교네트워크,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원희망교육시민포럼, 실천교육교사모임, (사)아름다운배움, 유스바람개비,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국혁신학교졸업생연대,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전남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전북교육연구원, 정의교육시민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한국배움의공동체연구회,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 한국협동학습연구회, 학교시민교육전국네트워크, 행복한미래교육포럼
②교육혁신연대의 언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