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209) - 2025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1)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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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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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기자TV 방종임 기자와 유웨이(주) 이만기 부사장이 함께 쓴 <2025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이하 ‘키워드’)를 읽었다.
책에서 지시한대로 차례를 보고 내용을 예상하면서 읽으라는 말에 따라 차례를 보니 01번은 ‘의대 블랙홀에 빠진 학원가’가 차지했다.
2024년 여름, 초등 의대반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현실을 보면 의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당사자가 되면 이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욕망이 발동하게 되고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학부모는 열등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키워드>에서는 의대 블랙홀이 불러온 대입 변화를 언급했다. “첫째, 학령인구가 줄어도 의대 경쟁률은 낮아지지 않았다. 둘째, 의대를 목표로 한 재수생 비율이 늘었다. 셋째, 대학생의 중도 탈락 비율이 늘었다. 넷째, 검정고시생이 많아졌다.”와 같은 진단은 일리가 있다. 여기에 수능 선발 비중 확대와 의대 정원 확대가 불길에 기름을 붓는 형상이다. 그런데 네 가지 현상 중 긍정적인 현상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신기할 뿐이다.
이런 현상에 더하여 2023학년도 들어 초등 의대반이 언론에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초등 의대반은 의사를 진로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의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길러주는 것과는 무관하게 수학 선행 학습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2024년 7월 ‘사교육없는세상’이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운영을 하는 학원이 전국에 89개 학원에 136개 의대반이 있다고 조사되었다고 한다. <키워드>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초등학교 졸업 전 중등 과정을 마치고, 중고등학생 때 고등 심화 문제를 중심으로 실력을 다지는 코스’라고 밝혔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녀를 초등 의대반에 보내는 부모들이 수학은 일찍 선행할수록 학업 성취가 좋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보면 초등 의대반은 수학 선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말했다. “대치동 초등 의대반에 들렀을 때, 저는 속된 말로 ‘미친’ 선행학습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의대 진학에서는 수능이 중요한 전형요소인데 수능 준비와는 관계가 적은 영재학교, 과학고 입학을 위한 수학 학습을 하기도 하고, 국어와 영어를 소홀히 하는 등 균형 잡힌 공부를 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고, 동기 없이 무리한 반복을 하다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입시에 성공한 학생의 공통점은 목표를 멀리 보고 꾸준히 노력을 이어갔지, 남들보다 빠른 성취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소제목으로 한 번만 더 생각할 것을, 오래 고민할 것을 권장하고 수학 일타 강사의 말을 빌어 ‘선행학습은 독’임을 강조한다. 일타 강사는 진도만 빨리 나가다 보면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키워드> 필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독서’라고 한다. 독서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어릴 때는 좀 놀아야 한다. 아주 옛날 우리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영희야 놀자. 철수야 놀자.’가 첫 단원이 었던 적이 있었다. 노는 것이 공부다. 또 노는 것은 추억의 재료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스물 이전의 삶에서 겪은 실수와 혼란과 낭만과 우정을 추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연말이 되면 모이는 각종 송년 모임에서 얻게 되는 따스함도 어릴 때의 추억에서 살금살금 나온다. 이런 어린 시절을 공부로만 보내면 과거를 학습시켜둔 AI보다 사람이 가치 있다는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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