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206) - 3학점이 좋을까? 4학점이 좋을까?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12.02 17:24 의견 0

2025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개정교육과정의 과목은 1학년 때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과 2, 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으로 분류한다. 선택과목은 일반 선택과목, 진로 선택과목, 융합 선택과목으로 분류한다.


1학년 1학기에는 공통국어1, 공통수학1, 공통영어1과 통합사회1, 통합과학1을 배운다. 이 과목의 기준 학점은 4학점이다. 한국사Ⅰ도 1학년 때 주로 배운다. 기준학점은 3학점이다. 과학탐구실험1은 기준학점이 1학점이다. 기준대로 편성하면 이들 과목까지 24학점이 된다. 여기에 선택과목인 체육 2학점, 예술 3학점을 편성하면 29학점이다. 이들 과목으로 학기당 평균 이수학점인 29학점이 차게 된다. 2학기는 이들 과목의 2 과목을 편성한다. 공통국어2 같은 과목이다.

2, 3학년에서는 수능 과목을 선택으로 제시하지만 학생은 반드시 선택하게 된다. 수능 범위에 포함된 과목은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이고,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이다. 영어는 영어Ⅰ, 영어Ⅱ이다. 사회와 과학은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이다.

학교에서는 과목을 편성할 때, 공통 과목은 4학점이 기준이지만 3학점으로 줄여서 편성할 수 있다. 한국사1, 한국사2는 각 3학점으로 편성해야 한다. 과학탐구실험1, 과학탐구실험2는 각 1학점으로 편성해야 하고 줄일 수 없다. 선택 과목은 4학점이 기준인데 1학점을 늘여 편성하거나 줄여 편성할 수 있다. (체육, 예술, 교양 교과(군)은 3학점이 기준이며 2~4학점으로 편성할 수 있다.) 즉 학교에 따라 미적분Ⅰ 과목을 3학점, 4학점이나 5학점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수학 진도를 빨리 나가면 따라가기 어려워한다면 4학점이나 5학점으로 운영하는 학교에 가야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진도를 빨리 나가도 잘 배울 수 있는 학생은 3학점으로 편성한 교육과정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학생의 요구와 별개로 학교는 많은 과목을 3학점으로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학점으로 편성하는 이유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의도에도 있지만, 대학에서 교과 이수 평가를 할 때 많은 과목을 수강한 학생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생각에도 있다. 매 학기 29학점으로 편성할 때 4학점으로 편성하면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나 과학 과목을 6과목 정도 편성할 수 있는데, 3학점으로 편성하면 8과목 이상을 편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학년 1학기와 2학기, 3학년 1학기까지 6과목 이상을 더 편성할 수 있다. 즉, 3학점으로 편성한 학교에 다니면 일반 선택과목 중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3과목과 진로 선택과목의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지구시스템과학, 행성우주과학 및 융합 선택과목 중 4과목 이상을 선택할 수 있어 7과목 이상을 이수할 수 있다. 4학점으로 편성하면 수강한 과목이 한두 과목 적을 것이다.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을 버리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 총론에 의하면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에서 ‘교과 교육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과 간 연계와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 학습에 대한 성찰 등을 강화’하도록 하였으며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고, 문제 해결 및 사고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통해 학습의 질을 개선’하라고 하였다.

즉, 깊이 있는 학습,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3학점으로 줄여서 편성하면 총론에서 원하는 수업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현재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할 때 과제 형식으로 할 수 없고,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선생님이 학생의 학습 활동을 관찰한 결과를 기록해야 하므로 수업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학생의 학생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할 때 초라해지지 않을까 우려될 것이다.

대학에서 명시적으로 더 많은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학교가 오해하고 있다면 적은 과목이라도 깊이 있는 학습을 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내기를 바란다. 평준화 학교의 학생은 학업 역량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3학점으로 줄여 편성해서 잘하는 학생만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교육과정 목표에 맞지 않는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IBDP에서도 6과목만 공부한다는 점도 참고가 된다.

중학생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교육과정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학교 알리미 등에 신입생의 교육과정도 공개하면 좋겠다. 대전교육청은 홈페이지에 대전 지역 고등학교의 2025학년도 입학생의 교육과정을 탑재했다.

저작권자 ⓒ 동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