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報勳)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국가의 기본 책무다. 서울 동작구는 국립서울현충원이 위치한 지역이자 사육신의 충절이 깃든 역사적 공간을 품고 있다. ‘충효의 고장’이라는 수식이 상징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보훈 정책 역시 그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끊임없이 점검돼야 한다.
먼저 서울시 자치구의 보훈 예우 수준을 보면, 2025년 기준 보훈예우수당은 월 6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구별로 차이를 보인다. 강남·서초·송파·서대문·용산구는 월 10만 원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동작구는 2025년 수당을 월 7만 원으로 인상했다. 서울시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월 15만~20만 원)과는 별도로 구 차원의 수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생활 보조 기능은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상위권 자치구와의 격차는 존재한다. 재정 여건을 고려하되, 단계적 인상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검토는 불가피해 보인다.
동작구 보훈 정책의 강점은 금액 그 자체보다 방식에 있다. 전국 최초로 도입한 국가유공자 장수축하금 제도는 만 80세·90세·100세 유공자에게 각각 1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상징성과 정책적 메시지가 분명하다. 장례 지원 역시 사망 위로금(20 만원) 지급에 그치지 않고, 장례지도사 연계와 인력 지원, 구청장 명의 조기 전달 등 행정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단순 현금 지원과는 다른, ‘감성 보훈’의 영역이다.
그러나 보훈을 제도와 행사에만 국한할 경우 한계는 분명하다. 국립서울현충원은 국가적 상징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적·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시민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왕복 8차선 도로로 단절된 접근 구조, 주변 산지 지형은 현충원을 ‘찾아가는 공간’이 아닌 ‘의식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비교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연간 약 300만~400만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치는 묘지가 단순한 안장 공간을 넘어 교육·추모·공공 방문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문화행사 운영 방식이나 제도적 맥락은 한국과 다르지만, 시민 접근성과 개방성이 보훈 인식 확산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시사적이다.
동작구가 고민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보훈 행사가 특정 기념일에 집중되고, 기억의 방식이 ‘행사 참여’에 머무를 경우 일상적 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도시 공간에 레지스탕스 요원들의 이름을 남기고, 영국이 ‘양귀비 조화(Poppy)’를 가슴에 다는 작은 행동을 통해 보훈의 상징을 생활화한 사례는 보훈이 반드시 대규모 예산이나 행사로만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과제는 돌봄의 정밀화다. 동작구가 운영 중인 ‘어르신 행복 콜센터’는 전국 자치구 중에서도 선도적 시도로 평가받지만, 국가유공자라는 집단의 특수성(질병 이력, 고령화, 단독 가구 비율)을 반영한 맞춤형 관리까지는 아직 제도적 확장이 필요하다. 미국의 PACT(Promise to Address Comprehensive Toxics) 법은 유공자 개인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게 아니라 국가가 선제적으로 추정·책임지는 구조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주체를 국가로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이다.
‘충효의 고장’이라는 표현이 상징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훈을 예산 항목이 아닌 도시 구조와 행정 시스템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동작구는 이미 출발선에 서 있다. 2026년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명예로운 항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접근성·일상성·지속성을 갖춘 '대한민국 일류 보훈'의 구조적 완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