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팀장의 보험학 칼럼(18) – 사람들이 보험을 가입하는 이유

KB손해보험 RFC사업부 팀장
우수인증대리점
네이버블로그 ‘황팀장보험보물상자’ 운영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3.02.06 09:32 의견 0

보험을 가입할 것인가, 가입하지 않을 것인가는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사항이다. 강제성이 없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험 한 두 개쯤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보험을 가입할까?


20 년전 필자가 보험영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보험가입은 가족사랑의 실천’이라고 교육을 받았고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을 했다. 시대가 변했고 보험의 트렌드도 변했고 소비자가 보험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했다.

남겨진 가족을 위해 유산으로서 보험증서를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엔 내가 살아있을 때 보장을 제대로 받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 사망보장보다는 생존보장 위주로 플랜을 구성하는 분들이 많다.

보험이란 무엇인가?
보험은 기본적으로 위험에 대한 보장을 하는 상품이다. 그 위험은 신체에 대한 위험, 재물에 대한 위험, 배상책임에 대한 위험 등으로 나뉜다. 그러한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자비로 해결을 하고자 하면 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부담이 될 것 같고 해결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염려가 되어 보험으로 미리 준비를 해 놓는다.

실손의료비를 예로 들어 보겠다. 표준화 이전 100% 실손을 가입했다면 10 년 넘게 보험료를 지출해왔다. 2~3 만원에서 시작해서 두 세번 갱신하니 5~6 만원, 고연령층은 15 만원이 훌쩍 넘어 버린다. 보험을 가입했다면 아프거나 다쳤을 때 혜택을 보게 된다.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큰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갱신되는 보험료 부담은 매번 걱정이다. 반대로 실손의료비가 없는 분은 매달 보험료 납입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갱신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다. 감기 정도야 내 돈으로 치료 받으면 그만이지만, 큰 수술이나 만성질환이라도 걸리면 의료비 걱정부터 한다.

결국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걱정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노쇠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젊었을 땐 그냥 넘길 수 있는 질병도 치료를 받아야 낫고 다치기라도 하면 회복하는 속도도 느려진다. 어쩔 수 없다. 평생을 건강함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결국 아픈 상황이 반드시 온다는 이야기다. 준비는 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젊었을 때 현금을 적립해 두어 노후에 사용할 자금 (그것을 생활비로 쓸 것인지, 의료비로 쓸 것인지는 나중에 판단할지라도)을 미리 준비해 놓던가, 그렇게 할 자신이 없으면 보험으로 준비를 해나가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나의 노후를 어떻게 대비하겠단 말인가?

자동차도 선택 사항인데 구입한 사람이 많지 않느냐, 휴대폰도 선택 사항인데 다들 갖고 있지 않는냐며 반문할 수 있겠으나 차원이 다르다. 소유의 의미가 다르다. 자동차, 휴대폰 등은 소유와 동시에 그 혜택을 온전히 보게 된다. 보험은 다르다. 상품을 구입했으나 평생 구입한 상품의 혜택을 한 번도 못 보고 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험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사전투자인 것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나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일에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선택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물질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한 기대를 갖고 보험에 가입하진 않는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보험금 액수를 기대하고 가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보단 심리적인 영향이 크게 좌우한다.

첫째, 바로 두려움이다. 나에게 안 좋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걱정 없이 해결하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 두려움을 덜고자, '당연히 해결해주겠지' 하는 믿음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유지해왔는데 일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을 경우 배신감, 증오감마저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일은 목적을 달성하면 뒤따르는 준비과정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나 안 좋은 일은 처한 상황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 결혼과 이혼, 입사와 퇴사, 출생과 사망이 그렇다.

하물며 소중한 나의 신체에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나 몰라라 할 사람은 없지 않은가? 어떻게 든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다. 갑작스레 닥칠지도 모르는 그 위험, 예측하기 어려운 그 상황이 나의 일이 되었을 때 바로 해결하고 싶은 심정으로 보험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돈이 많은 부자에게는 보험이 그닥 필요없다. 관심도 없다. 갖고 있는 돈으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종신보험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틀린 말은 아닌데 사망보험금 10 억 보장을 위해 매달 200 만원 넘게 20 년을 내면 그 또한 5 억~6 억이니 와 닿지도 않는다.

보험가입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탈 의존성이다. 쉽게 말해 가족에게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고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당신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으면 (사람마다 가치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나 자신의 목숨, 생명입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더 비참하게 하고 도움 요청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리라.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임에도 사람들이 보험 가입을 하는 이유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심리적인 인간 본연의 본성에서 연유되는 것이 아닌 물질적인 이해 관계에서 바라보면 조금 더 흥미롭다. 일종의 확률 게임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암보험을 20 년납 90 세만기로 월 5 만원 납입을 한다고 하자. 암진단시 5 천만원 보장. 20 년동안 1,200 만원을 보험사에 헌납하게 된다. 그리고 90 세까지 암보장 5 천만원을 보장받게 된다. 내가 암에 걸렸을 때 말이다. 90 세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세상을 하직하면 그냥 1,200 만원을 허비하는 것이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엄청난 이득인가?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선택을 하는 것일까? (보험을 가입하는 것일까?) 여기엔 두 가지 숨은 의미가 있다. 하나는 1,200 만원을 다 지출하지 않고도 5 천만원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암보험은 3 회차 납입 (책임개시일 90 일 이후)만 해도 온전히 나의 소유가 된다. 대금을 전부 지불하지 않았음에도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품이 있는가? 다른 상품은 할부로 구입해도 전부 납입을 해야 하고, 잔금을 다 치러야 내 것이 되는 반면 보험은 그렇지 않다. 보험 상품의 매력이라 하겠다.

다른 하나는 나이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구입비용이 저렴하다. 건강할수록 좋은 조건으로 가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 부담이 되어 제대로 된 보장을 선택하기 어렵고 건강상, 보험사 인수기준등의 이유로 보장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나이에 따라 차별을 하는 이런 상품이 있는가? 이러한 보험의 특수한 성격을 활용하면 보다 좋은 조건으로 보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빠른 선택을 하면 그 만큼 비용 지출을 적게 할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보험 상품의 매력이리라.

보험유지는 엄청난 끈기를 요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해 놓고도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꾸 생긴다. 보험을 잘 유지하여 완납만 해 놓아도 나의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 하나는 마련해 둔 것임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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