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88) - 대입 경쟁은 완화될 수 있을까? (2)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8.08 10:30 | 최종 수정 2022.08.08 20:45 의견 0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수도권에 학생이 많기 때문이고, 한번 서울로 온 학생은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방 소재 고등학교의 고민도 여기 있습니다. 잘 가르쳐서 경쟁이 심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는 것이 과연 지역사회를 위한 일인가 하는 점이죠.

서울에 사는 학생뿐 아니라 서울에서 거리가 먼 영호남 지역 학생들도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합니다.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 본인의 의지도 작용하지만 유학비가 많이 들더라도 자녀를 서울 소재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모의 희망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도권 대학의 경쟁이 심하다보니 학생은 공부 경쟁을 해야 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사교육 과의존이라는 큰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더 큰 문제는 대학 졸업장의 차이가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것인데, 졸업장 차이가 엄빠 찬스라는 말로 대표되듯이 부의 세습에 바탕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입니다.

결국 대입 경쟁을 완화하는 일은 대학 졸업장이 결정하는 사회적 지위 결정을 완화하는 것이고 초중고 학생의 삶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역 거점 대학을 서울대만큼 교육력을 갖추도록 하고, 서울대는 연구중심 대학원 대학으로 운영하며, 대학 공동 졸업장제를 운영하면 경쟁이 줄어들 거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위 주장의 핵심은 우선 공간을 분산하면서 숫자를 늘리면 경쟁이 줄어든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지방 대학을 서울대만큼 육성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석학 교수진을 확보하고, 능력 있는 지원 인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인프라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더믹 이후 일상화된 온라인 학습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대학 미네르바 스쿨은 현재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지만, 여건만 된다면 원하는 모든 학생을 받아 교육하면서 졸업정원제 방식으로 질 관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이버대학 또는 디지털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격대학이 21개나 있습니다. 한국의 미네르바대학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태재대학도 올해부터 학생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그뿐 아니라 교육부는 K-MOOC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유명한 강의가 OCW(오픈 코스 웨어)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 교육의 질이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서울 소재 대학으로 몰려올 필요가 없습니다.

더구나 AI의 도움을 받아 학생의 학습 성취 정도를 파악하고 원하는 공부를 제공해주는 때가 온다면 굳이 서울대로 몰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세상은 이미 대학 졸업장보다 실력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동료끼리도 어느 대학 출신인지 모르는 채로 근무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김한나 리포터가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가 《내일교육》에 실렸습니다. 학벌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해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벌 없는 채용의 시대, 이미 왔다. 동료의 출신학교도 모른다.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명을 쓰는 칸이 없다.”

“한국 청년들의 머릿속에 오로지 ‘서울’만 있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대학은 그저 거쳐가는 작은 과정일 뿐임을 명심하면 좋겠다.”

오프라인 대학의 졸업장의 가치가 하락하고 진짜 실력이 존중되는 사회가 다고오고 있으므로,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닌 온라인에서 실력을 쌓는 길을 개척하는 것이 왕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우리말로 된 사이트보다 영어로 된 사이트가 더 많으니 영어를 잘 익혀 해외 사이트에서 공부하라는 조언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참고자료
내일교육 10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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