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립스틱 하우스(43) - 혼(魂)과 백(魄)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6.21 09:32 의견 0

21. 6월 6일 립스틱 하우스 첫날
22. 6월 7일 립스틱 윈도우
23. 6월 8일 늙기란 미움을 사는 일
24. 6월 11일 간병 10계명
25. 6월 12일 잠을 설치다
26. 6월 13일 립스틱 모닝
27. 6월 14일 휠체어 예찬
28. 6월 18일 삶이란 차츰씩 방향을 잃어가는 것
29. 6월 20일 죽어감에 대하여
30. 6월 22일 죽어감에 대하여 2
31. 6월 23일 걷기와 숨쉬기
32. 6월 24일 지금 안다고 해서 미래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33. 6월 25일 립스틱 유니버스
34. 6월 26일 약에 대하여
35. 6월 28일 대신 숨 쉴 수는 없는 노릇
36. 6월 29일 요양등급신청을 하면서
37. 6월 29일 조신(操身)
38. 7월 4일 베갯잇꽃
39. 7월 5일 대화의 기술
40. 7월 7일 립스틱 도어
41. 7월 9일 립스틱 딕셔너리
42. 7월 10일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43. 7월 11일 혼(魂)과 백(魄)
44. 7월 16일 죽음과 삶
45. 7월 17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46. 7월 20일 아닌 밤중에
47. 7월 31일 립스틱 모닝 2
48. 7월 31일 오늘을 사는 게 인생이다
49. 8월 3일 일상(日常)
50. 8월 12일 장조림과 오이지
51. 8월 13일 운동과 오락, 습관에 대하여


7월 11일, 혼(魂)과 백(魄)



<예기(禮記)>에 이런 시구가 있다.

혼기귀우천(魂氣歸于天)
형백귀우지(形魄歸于地)

'혼(魂)은 하늘로 돌아가고,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는 뜻… 혼은 정신(을 다스리는 것), 백은 몸(을 다스리는 것) 정도로 풀면 좋겠다.

다시 옮기면, '정신은 하늘로 돌아가고, 몸은 땅으로 돌아간다.'는 뜻… 하늘로 돌아가는 양을 날아간다(飛) 하고, 땅으로 돌아가는 양을 흩어진다(散) 하면, 그게 바로 혼비백산(魂飛魄散)!

예로부터 사람이 죽으면 혼비백산한다고 믿었는데, 글쎄… 거꾸로… 혼비백산하면 죽는다는 게 더 맞는 표현 같다. 바로 비산(飛散)의 속도가 문제!

사람이 늙어 죽어가면서 대개 혼백이 날아가고 흩어지는 게 눈에 띌 정도이고, 혼이 날아가는 속도와 백이 흩어지는 속도도 다르다는 걸 쉬 깨달을 수 있다.

아버지의 경우는 백산이 혼비보다 빠르달까? 정신은 말짱하나 몸이 말을 안 듣는 쪽… 그에 비해 어머니는 반대의 경우… 몸은 웬만큼 놀릴 수 있으나 가끔씩 정신이 오락가락… 장차 내 모양은 어떨까?

갑자기 한창시절 내 얼마나 혼을 모아 정신을 지키고 백을 모아 몸을 지키며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죽어 하늘땅으로 돌아갈 혼백이겠지만, 그래도 그 동안 열심히 살긴 했나?

사람마다 생김새만큼이나 죽는 모습도 다르다 하겠다. 다시 말해, 제몫의 사투(死鬪)를 벌이는 일!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의 혼과 백을 날리고 흩뿌리는 작업이다.

하! 여기 립스틱 하우스에서 <예기>의 시어를 더 논하자면… 혼백이란 순전히 개인을 위한 사적 발명품이요, 그 누구도 빼앗거나 훔칠 수 없는 순수 사유물이로군. 공유할 수 없는 혼백의 고독! 저 시의 무드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외로운 걸 외롭다 할 수 있을까? 외로움이란 시작을 잊어 인생의 도중에 생기는 허상이다. 살며 망각과 허상에 빠지는 걸 꼭 잘못됐다 할 순 없으나, 때에 맞게 망각과 허상에서 헤어날 줄 아는… 막판의 지혜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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