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78) - 입시는 교육과정에 달려 있어요.(2)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5.30 23:21 | 최종 수정 2023.01.13 12:39 의견 0

※이번 글은 73회 ‘입시와 교육과정’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과목을 선택해야 한대요.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로 선택을 해야 한다는군요. 아직 진로를 확정하기에는 이른 나이인데 가혹한 거 아닌가요?”

고등학교 1학년 여름에 2,3학년에서 배울 과목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진로 목표를 세워보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진로 목표를 정하는 방법은 중학교 진로 교육 시간에도 배웠습니다. 실제로 방법만 배운 것이 아니고 진로 탐색 활동을 했습니다. 먼저 각종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와 자기 탐색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흥미 분야를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직업세계를 이해하고난 뒤,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결정하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나를 알고 세계를 알고 그 중에서 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죠. 이 단계를 신중하게 따라가면서 생각을 해봤다면 선택하기가 덜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대강 했다면 막상 결정 앞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 하고 싶은 일을 점점 좁혀가다 보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을 맞게 됩니다. 그 시간이 고등학교 1학년 때 2, 3학년에서 배울 과목을 선택하게 될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 오기까지 신중하게 생각할 시간이 있습니다.
만약 영문학과 수의학을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학생은 어떻게 할까요? 이미 두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전공했을 때 미래의 모습을 알아보자는 주문을 받았을 겁니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둘 중의 하나는 나중으로 미뤄야 하겠죠? ‘수의학은 취미로 할 수 없으니 일단 수의학을 전공으로 하고, 영문학은 수의사가 된 뒤에 방송통신대학에서 공부하기로 하자.’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요, ‘수의학은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수의사님께 직접 들어보니 직업으로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와 같은 판단을 내릴 수도 있죠.

우선은 큰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진로 선택에서 큰 방향이란 높은 단계의 수학과 과학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할지, 미적분이나 물리학Ⅱ, 화학Ⅱ 등의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할지를 정하는 거죠. 고등학교 때 배우기 쉬운 과목을 선택해서 배우고, 대학은 경쟁이 심한 곳으로 진학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어려운 과목을 공부해야 갈 수 있는 대학 학과는 가기 어렵고, 쉽게 공부해서 갈 수 있는 대학은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이때 어려운 공부를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게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면 무너집니다. 한 단계 높은 곳에 도전해서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데 서너 단계 어려운 곳에 도전하면 이루지 못하고 자존감만 떨어집니다. 그런데 지금 하려는 선택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자신만이 압니다. 모른다면 알려고 해야 합니다. 단지 지레 겁을 먹고 쉬운 길을 선택하면 그 위에 선택할 기회가 올 때 폭이 좁아집니다. 이런 고민과 탐색을 통해 현재보다 조금 어려운 분야에 도전해야 합니다.

결과가 아름다운 선택이었을지, 후회가 되는 선택이었을지는 순전히 선택한 사람에게 달렸습니다. 어떤 선택도 스스로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없습니다. 나에게 딱 맞기도 하고 유망하기도 한 분야인 인공지능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는데, 전공 기초인 인공지능 이론이나 프로그래밍방법론 공부를 대충 한다면 선택의 결과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선택을 잘 했다는 것은 선택 자체에도 있지만 선택 이후 성취를 위하여 스스로 노력했는가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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