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Hi, feet!
"발, 안녕하신가?"
오랜 만에 머리가 발한테 인사를 건넸다.
"아, 머리, 자네도 안녕하신가?"
어디를 가는지 발이 바쁘게 인사를 받았다. 그러자 머리가 물었다.
"그래, 어딜 가는데 이리 바쁘신가?"발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나는 자네가 가자는 대로 가고 있구만.
"머리가 아차 했다는 듯 멋적게 대답했다.
"아, 아, 그렇지. 자네가 걷지 않아도 난 어디든 갈 수 있단 생각에 그만 깜박했어."
그 말을 듣고 발은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뭐라구? 자네 정말 그럴 텐가? 나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단 말이지? 우리가 자주 인사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몸에 붙어 서로 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난 자네 없인 아무데도 못 간단 생각으로 평생 살아왔어. 그런데 뭔가 자넨? 정말 서글프네."
발은 아마 발에도 눈이 달렸더라면 펑펑 눈물을 흘렸을 것이었다. 머리는 그런 발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하지만 굳이 자네가 아니라도 내가 어디든 갈 수 있는 건 사실이잖나?"
발은 머리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오히려 차분해졌다.
"아냐, 아냐.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자네는 자네 발을 쓰지 않으면 남의 발을 빌려야 한단 사실을 잊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남의 발을 쓰면서 제 발은 하찮게 여기는 것일 테고."
머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풀이 죽어 그저 멍하니 발등만 내려다봤다. 발이 말을 계속했다.
"자네, 생각 좀 해보게. 내 발을 천히 여기고 남의 발만 귀히 여기다가 채이면 어쩌겠는가? 남의 발도 분명 제 머리가 있어 꼭 자네가 가자는 대로 가지만은 않을 걸. 내 발은 하찮고 남의 발은 내 뜻과 같지 않고… 그리 되면 자넨 그저 앉았거나 누워 있어야 할 거야. 그게 무슨 뜻이겠나? 꼼짝달싹 못하고… 죽을 때가 다 됐단 뜻일 거야. 그러면서 어딜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고… 뭐 내 발이 아니라도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평생 절 따르는 발을 내치면서, 자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머리는… 머리가 너무 띵했다. 발등을 더 못 내려다보고 땅바닥이나 쳐다보는 머리를 향해 발이 덧붙여 일갈했다.
"걷지 않으면 발이 없는 것과 같고, 발이 없으면 몸이 죽은 거나 다름없어. 몸이 죽으면 머리는 붙어 있을 것 같나? 자네, 그래도 발을 얕잡아볼 텐가? 발이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따른다지만, 머리는 생각할 줄 안다면서 절 괴롭히는 거야. 어떻게 한 몸에 붙은 발을 버려가며 남의 발에 의지할 생각을 하지? 자네 정말 죽고 싶나?"
머리가 생각을 쥐어짜며 겨우 말을 꺼냈다.
"자네 신발이 모자쯤으로 보이는군. 내 모자 보다 자네 신발이 나아. 미안허이, 미안해. 이제부턴 내가 가고 싶은 곳까지 날 좀 데려다주게나. 내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 없인 아무데도 갈 수 없단 걸 깨달았어."
머리가 모자를 벗으며 다시 발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발, 안녕하신가?"
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벗으며 인사했다.
"하하, 머리도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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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생각은 아니 생각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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