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립스틱 하우스(4) - 빗소리처럼

한 요양병원의 시한부 소녀환자의 손에서 떠나지 않던 빨간 립스틱… 그녀는 얼마 남지 않는 날들의 희망을 립스틱으로 그려갔던 게 아닐까? 정한일 작가의 <립스틱 하우스>는 그렇게 지어졌다. 간병 5년차… 그의 일기를 펼친다.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1.10.20 13:43 | 최종 수정 2021.10.20 13:59 의견 0

차례

1. 5월 9일 어머니의 꽃
2. 5월 13일 소변을 받으면서
3. 5월 16일 974호실의 하루
4. 5월 17일 빗소리처럼
5. 5월 18일 974호실의 흑역사(黑歷史) 1
6. 5월 20일 974호실의 흑역사(黑歷史) 2
7. 5월 21일 974호실의 흑역사(黑歷史) 3
8. 5월 24일 가위바위보
9. 5월 25일 코를 골다
10. 5월 25일 똥의 화증(火症)
11. 5월 26일 아이들에게
12. 5월 29일 어떡하지?
13. 5월 29일 맡기다
14. 5월 31일 리포트 - 식욕에 관하여
15. 5월 31일 연애꾼처럼
16. 5월 30일 파랑새 면회 가기
17. 6월 02일 일희일비(一喜一悲)
18. 6월 04일 리포트 - 운동에 관하여
19. 6월 05일 립스틱이 필요해
20. 6월 06일 립스틱으로 그린 집

5월 17일, 빗소리처럼

연 이틀 창밖에 비가 내리는 중…

늦봄에서 초여름까지… 고통을 달래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한텐 계절의 변화가 별 의미 없다. 꽃 피고 지는 게 뭐 기쁘고 서러울까? 온종일 머리 위에 수액을 걸고 생각하는 것이라곤 진통, 진통, 진통뿐이다. 몇 해가 한꺼번에 지나간다 한들, 계절이란 꽃에게나 의미가 있을 뿐… 도대체 환절기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후 늦게… 교통사고 환자가 남기고 간 자리에 열여섯 번째 환자가 들어왔다. 동맥폐쇄 환자는 내일 외과 병동으로 옮긴단다. 다행히도 혈관 연장 수술을 할 예정이라고… 방금 열여섯 번째 환자가 내일 전신 마취 수술을 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의사로부터 받았다.

974호실에선… 빗소리처럼… 묻고 답하지 않아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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