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형 요소는 학생부, 논술, 수능이 있는데 그 중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평가는 정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종에서 대학이 한 평가의 결과를 두고 수능보다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 하더라도 학종을 준비하는 과정은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 또한 학종의 취지와 선발 방식은 사회에서 자기 사람을 선발하는 시스템과 가장 유사하다. 점수 좋은 사람보다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점검 요소를 생각해 본다.
◆◆◆ 배경지식으로 면접까지 대비하기 ◆◆◆
▶ 나는 폭넓은 배경지식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
중학생 엄마가 의대 면접 MMI (Multiple Mini Interview, 다중 미니 면접)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MMI에서 ‘I’가 Interview이니 MMI면접이라고 하면 중복이다. 중학생 엄마가 몇 년 뒤에 있을 면접을 이야기하는 것이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면접을 잘 볼 수 있는 역량이 금세 길러지는 것은 아니므로 관심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다. 즉 입시의 끝에는 면접이 기다리고 있으니 궁금해하고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맞다.
MMI는 여러 방에서 짧은 면접을 하는 방식이다. 일반 면접은 학생부 등 서류 확인 면접, 제시문 문제 풀이 구술고사로 대별되는데 MMI는 두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MMI 방 중 하나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서류 확인 면접을 잘 보려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과와 창체 등에 성실히 참여해서 학생부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 점은 대부분의 학종 면접에서 동일하다.
그런데 상황면접과 제시문 기반 면접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제시문은 크게 의료와 관련 있는 제시문과 의료와 관련이 먼 제시문이 나온다. 의료와 관련이 있는 제시문에 익숙해지려면 평소 의료와 관련된 독서도 해야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의료 관련 보도도 관심 있게 보아야 한다.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의견을 적어두어야 한다. 의료와 관련이 없는 제시문은 주어진 글의 주제를 알기 위해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수능 국어 제시문의 주제를 파악하는데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과 같다. 문제는 ‘다음 제시문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시오, 다음 제시문에 제목을 붙이시오, 두 견해 중 하나를 택해 다른 주장을 비판하시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MMI에는 가상 상황을 제시하고 답하는 방도 있다. 여기에는 “환자가 인터넷에서 얻은 잘못된 의학 정보로 인해 진료를 거부합니다. 환자를 어떻게 설득하겠습니까?”와 같이 문제 해결력을 보려는 방도 있고 “응급실에 위독한 환자가 여러 명 들어와 진료 순서를 정해야 하는데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할까요?”와 같이 사회나 윤리 교과에서 배운 배경지식이 필요한 방도 있다.
이렇게 보면 MMI 대비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과학습을 충실히 하고 평소 독서 활동을 꾸준히 하며 시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즉 MMI 대비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독서 활동을 한다는 말은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독서 전 책고르기 등 독서 전 활동, 책 읽기 방법 선택하기, 모르는 어휘를 사전에서 찾아보기 등 독서 중 활동, 독서 토론하고 독후감 쓰기 등 독후 활동이 포함된다.
물론 배경지식은 MMI대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결합하여 짜파구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창의성이다. 이 아이디어는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전화와 카메라를 컴퓨팅을 기반으로 결합한 창의적 생산물이다. 이 아이디어는 10억 명 이상의 삶을 바꾸었고 세계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이런 창의성이 가치가 높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다양한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배경지식이 많아야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 학습을 충실히 해야 한다. 폭넓은 배경지식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습 전반에서 갖추어진다. 언어 소양, 수리 소양, 디지털 소양이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사회와 과학 및 각 교과 학습이 폭넓은 배경지식의 바탕이다.
그리고 독서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독서 활동에서도 폭넓은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이 더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낼 수 있다. 사전에 내 머릿속에 갖추어진 지식 구조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다. 그러므로 공부와 독서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수준을 높여준다. 그러고 보면 창의성의 바탕은 학교 공부, 즉 학업을 충실히 하는 것과 독서에 달려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어두면 자양분이 머리에 쌓인다.
그래서 대학은 학업에 충실한 학생인지,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인지를 평가하려고 한다. 자기주도적 태도와 학업 능력을 갖춘 학생, 독서를 좋아하는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 학업능력보다는 인성이 중요하지만 대학이 원하는 대부분 학생은 어느 정도 좋은 태도를 갖추었다고 보면, 학업능력이 변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MMI 준비도 학교 공부 잘하기, 독서활동 즐기기에 달려 있다.
'나는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나?' 자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