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203) - 공부란 무엇일까?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11.04 09:05 | 최종 수정 2024.11.18 11:34 의견 0

너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또 게임하고 있니?
오늘도 공부는 안 하고 축구하러 나가니?
얘는 공부는 안 하고 화장에만 신경 써요.

이런 말을 보면 공부는 게임과 다른 어떤 것, 축구 등 운동과도 다른 어떤 것, 화장과 다른 어떤 것으로 보인다. 삶에서 공부가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으로 꼽혀야 할 것이라면 게임보다 앞서, 축구보다 앞서, 화장보다 앞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 학생은 공부는 뒷전이고 공부 아닌 일이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보인다.


공부란 무엇인가?
엄마가 하라고 해서 하는 공부라면 엄마가 눈을 돌리는 순간 공부에서 눈을 떼게 된다. 컴퓨터를 켜 놓고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척하지만 화면 한 귀퉁이에 게임을 열어놓고 있다. 이 학생의 공부는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엄마가 시켜서 공부를 했는데, 결국 S대에 합격하는 영광을 어머니께 안겨드렸으니 이제부터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밴드에서 베이시스트가 되는 거란다. 지금도 연주 실력이 좋은가 물으니 이제부터 학원 다닐 거란다. 학원비는 알바해서 충당하겠다고 한다.

언제 공부에서 멀어지는가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공부를 강제하면 공부에서 멀어진다. 앞으로는 사회의 변동이 더 빨라져서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공부에서 멀어지면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보면 공부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서 자신만의 답을 가져야 공부에 들어갈 수 있다.

EBS에서 독자생존이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갈 인터뷰를 하자고 하면서 질문지를 보내왔다. 첫 질문이 ‘공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였다. 공부는 내일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문제해결력이라는 힘을 기르는 것이며, 힘을 기르는 과정에서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리라. 운동도 그렇다. 몸을 단단하게 하기 위하여 운동을 하다보면 땀을 흘리는 과정도 즐겁다. 매일 일정 시간에 운동을 하면 습관이 되어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다.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있다.

서울대 아로리에 실린 신입생 인터뷰에서도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공부의 본질에 대해 경제학부 장모 학생은 공부란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넣는 행위가 아니고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해상도가 높아지니 뉴스의 의미, 외국인의 대화 등이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공부의 의미가 나와 같을 필요는 없지만 자신만의 의미를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공부의 정의를 내려볼 것을 권장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기 전에 멋진 공부의 의미를 정의하면 공부가 지겹지 않게 되고 평생 꾸준히 공부를 하게 된다. 공부란 고시에 붙기 위해 하는 것처럼 정의하면 인성은 홍익인간의 실현은 뒷전이고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게 될 지도 모른다. 좀 더 멋져서 남에게도 내세울 수 있는 정의라면 좋겠다. 이런 정의를 내린 뒤에야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저작권자 ⓒ 동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