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200) - 전공자율선택제 확대되니 진로는 나중에?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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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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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대학에서 전공자율선택제를 확대하여 선발하도록 하는 것은 진로를 지도해야 한다는 당위와는 맞지 않는 정책이고 고교학점제, 2022 개정 교육과정과도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셨다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 왔다.
대학 입학 전에 진로 교육을 해 왔지만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도 많으니 결정을 유보한 학생을 위하여 길을 열어두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진로 탐색과 결정은 중요하고 지도해야 하니 상충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견을 주었다.
전공자율선택제는 대학에 입학한 뒤 전공을 정할 수 있도록 선발한 때는 전공 없이 선발을 하는 제도이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진로 결정을 뒤로 미뤄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학문 분야가 세분화되어서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하는 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다는 의미도 있다. 전공자율선택은 전공을 완전히 개방하여 선발하는 Ⅰ유형과 일부를 개방하여 선발하는 Ⅱ유형으로 나눈다.
이미 2024 대입까지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처럼 전공 구분 없이 선발을 해왔지만 2025학년도부터는 전공 구분 없이 선발하는 인원이 대폭 늘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 유형 1은 2024학년도에는 942명을 선발했었는데 2025학년도에는 4,184명, 2026학년도에는 4,63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유형 Ⅱ는 2024학년도에는 1,589명을 선발했었는데 2025학년도에는 4,364명, 2026학년도에는 4,45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 중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는 것이 유리한가?’하는 질문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 해당하는 질문이다. 정시에도 서울대와 연세, 고려대 등이 교과 이수 평가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므로 정시에서도 진로를 정하는 것이 유리한지 궁금할 수도 있다.
답은 ‘진로를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이다. 학생부를 평가하는 전형에서는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도 선발될 수 있지만, 진로가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 걸쳐 있어서 특정 학과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넓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즉 좁게 진로를 정할 필요는 없어도 좀 넓게 진로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과목 선택형 교육과정에서 대학에서 공부할 기초가 되는 과목들을 선택해서 공부한 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우리 교육제도이므로 진로를 정해야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지를 정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2, 3학년에서 배울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진로는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또한 유형 Ⅱ의 경우 진로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지원 모집단위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서울대의 경우 자유전공학부와 학부대학 광역 모집은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인문대학 통합 선발은 인문대학 내 학과에서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공과대학 광역 선발은 공과대 기계, 전기·정보, 컴공, 화생공, 산업공, 항공우주공 , 첨단융합학부 등 6개 학과(부)에서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첨단융합학부는 디지털헬스케어, 융합데이터과학, 지속가능기술, 차세대지능형반도체, 혁신신약 등 5개 전공에서 진로를 정해야 한다.
대학생이 되면 2학년 때 전공에 대한 회의가 들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여 방황하게 된다고 하며, 이를 두고 대2병이라고 한다. 대2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많은 정보를 정리해서 진로를 정하고 진로 경로를 따라가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려면 초중등학교 시절에 진로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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