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89) - 문해력(2)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7.29 09:18 의견 0

“학생이 문해력이 떨어져서 수업이 안 되는데 어떡하면 학생의 문해력을 높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 선생님은 문해력을 주제로 책을 쓴 저자라면 문해력을 높이는 비법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물어본 것이었겠지만 불행하게도 문해력 높이는 왕도는 없는 듯하다.


‘형, 선생님이 오시래요.’와 같이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쓰는 것이 문제라면 바로 쓰도록 훈련을 하면 된다. 선생님이 형을 ‘오시라’고 했다고 해서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므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할 사안은 아니다. ‘무리를 일으켜서 죄송’한 것 역시 ‘물의’라고 쓰지 않았다고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아니므로 무식을 탓할 일이지 문해력을 걱정할 일은 아니다. 물론 바로 말하고 바로 써야 하는 것이 최상이기는 하다.

문해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내가 할 말을 적절하게 구사하지 못하면 의사 소통이 안 된다. 이 경우 문해력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해력은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문해력을 높이려면 숏폼과 게임에서 나와서, 즉 시간을 확보해서,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독서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해야 한다. 입시에 유용한 문해력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는 데서 그치는 것보다는 독서·토론을 실천하는 것이 유의미한 방법이다. 학교에서는 국어시간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독서 방법을 가르치고 그 방법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내용대로 독서·토론·논술을 실천하면 문해력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특히 4학년 때 지도하는 ‘사전 찾아가면서 책 읽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실천해야 한다. 맥락 속에서 어휘의 뜻을 짐작하더라도 분명한 뜻을 확인해야 사고가 촘촘해진다. 글을 읽다가 잘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우선 맥락으로 짐작해 보고 글을 읽고 난 다음에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5학년 1학기를 마칠 때쯤에는 읽는 방법을 공부한다. 독서를 할 때 정독이 좋은지, 다독이 좋은지, 발췌독은 좋지 않은지, 속독은 독서 효과가 없는지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공부를 하는 시간인데, 답은 ‘상황에 맞게 읽는다’이다. 2학기에 독서 단원이 또 나온다. ‘질문하며 읽기’와 ‘비판하며 읽기’라는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된다. 교과서에서는 ‘책을 비판하며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고 ‘선입견, 과장, 왜곡이 있는지 생각하며 읽어야 해.’라고 답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6학년 2학기가 되면 ‘책 읽는 목적 확인하기’ 단원이 있는데, 나중에는 책을 읽을 때는 늘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읽으라는 충고로 이어진다. ‘나는 이 책을 왜 읽는 거지?’라는 질문을 하면서 읽어야 책에서 찾으려는 것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책 읽는 방법을 종합하여 생각하게 한다. ‘다른 책 또는 작품과 관련지어 읽기, 내용을 짐작하며 읽기, 질문하며 읽기, 책의 구조를 생각하며 읽기, 꼼꼼히 따져가며 읽기’ 등의 방법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말아야 할 방법들이다.

아이가 학교 공부를 해가는 사이에 문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학교에서 독서 수업을 할 때 하라는 대로 잘 따라하기, 수업 시간 밖에서 책을 읽을 때 배운 방식 연습하기가 중요하다. 그런데 6학년이 되기까지 이미 국어의 어휘는 어른 못지않게 어려운 것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과목에 나오는 어휘를 잘 익혀두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실천해야 할 사항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1.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나?
초등학교 때는 종이사전을 찾아보고, 중고생이 되면 온라인에서 표준대사전을 검색해도 된다.

2. 글을 읽고 나서 요약을 하고 있나?
요약은 읽은 내용을 줄여서 쓰는 것을 말한다. 의견 제시나 감상은 뒤로 미룬다.

3. 여러 사람이 같은 글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있나?
읽은 책에서 논의 거리를 찾아서 친구와 토론을 한다. 토론 방법은 학교에서 지도할 때 잘 익혀 둔다.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할 친구를 사귀어 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4. 요약한 내용과 내용의 의미를 종합하여 독후감을 쓰고 있나?
토론한 뒤에 생각을 정리해서 독후감을 쓴다. 독서를 통하여 내 생각이 어떻게 자랐는지도 적어 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소리내서 읽기, 필사하기도 해 보면 눈으로 지나갈 때는 안 보였던 것이 드러난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면 자존감도 생긴다.


오래 전에 서울대에서 논술고사를 보던 때, 요약과 논술 두 가지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학생에게 ‘요약은 쉽지만 논술이 어렵지?’라고 말을 건네니 ‘논술은 내 생각을 쓰면 되니까 쉽지만 요약은 핵심을 잘 파악해서 써야 하는데 글까지 어려워 쉽지 않아요.’라면서 ‘아마도 논술보다 요약이 더 변별력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0년 전인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에 출제된 글을 읽고 무슨 말인지 생각해 보자.

어느 산골에 작고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물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우물 벽에는 구멍이 숭덩숭덩 나 있고 돌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깊은 바닥 한가운데에는 진흙 웅덩이도 있었습니다. 밑바닥 쪽은 언제나 어둑하였지요. 이 우물 안에 페페, 필라, 페트라, 푸투라고 하는 개구리 네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곳이었지만 네 마리의 개구리가 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우물 안에서 아무런 불만도, 걱정도, 다툼도 없이 아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개구리들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단순했습니다. 우물 밑바닥에서 개구리들이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면, 가끔씩 가마득히 하늘이 보였습니다. 하늘은 밝고 푸르렀으며, 작고 동그랬습니다. 개구리들의 먹이는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우물 안으로 날아든 맛 좋은 파리와 날벌레, 벽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모두 개구리들의 재빠른 혓바닥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배불리 벌레들을 잡아먹고는 저희들끼리 즐겁게 놀았습니다. 우물 안 진흙 웅덩이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도 했고, 우물 벽을 타고 오르다가 뛰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제 자리에서 발 구르기를 하며 놀다가 싫증이 나면 솟구쳐 뛰어올라 보기도 하였지요. 우물 안으로 빗방울이 내리칠 때면 ‘개굴개굴’ 노래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개구리들은 좁고 어두운 우물과 가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페페가 친구들과 떨어져서 혼자 우물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개구리들은 항상 우물 안에서 놀다가 가끔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보기도 하였지만, 캄캄한 구멍이나 불쑥 솟아나온 돌멩이를 중간에서 마주치면 오싹 겁이 나서 더 이상 위로 오르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페페는 늘 우물 꼭대기로 작게 보이는 하늘이 궁금하였답니다. 그래서 꼭 한번 우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페페는 우물 안의 벽에 붙어 후미진 곳에서 쉬기도 하며 돌 틈을 비집고 벽을 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에 튀어 나온 돌멩이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페페는 크게 한 번 도약을 해서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페페는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도 밝아서 페페의 눈을 아프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이었습니다. 페페는 놀라서 바로 우물 안으로 황급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로 되돌아가 소리쳤습니다.
“이봐 필라, 페트라, 푸투! 이리 좀 와 봐.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페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페페, 너 어디 갔다가 오니? 뭐가 문젠데?”
필라와 페트라와 푸투가 뛰어오면서 물었습니다.
“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갔었어. 간신히……”
“무슨 소리야? 네가 혼자 어떻게?”
“그런데 저기서 아주 크고 눈부신 빛을 보았어!”
“정말로?”
필라와 페트라가 놀란 눈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래. 그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겁이 나서 눈을 감고 우물 안으로 뛰어 들어온 거야.”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기 어려운 걸?”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필라도 눈을 치켜뜨고는 손을 내둘렀습니다.
“페페, 그건 아니야. 네가 무얼 잘못 본 거지. 우린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어. 여기서 우리는 저 꼭대기의 작고 둥그스름한 푸른 하늘만을 보아 왔어. 저것이 우리들 세계의 크기이자 진실이야. 너는 정말로 눈이 멀었구나.”
“그렇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페페는 계속 주장했습니다.
푸투는 아무 생각도 없다는 듯이 눈만 두리번거렸습니다. 페트라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진흙 웅덩이로 뛰어가 버렸고, 필라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페페는 친구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그 크고 환한 빛을 스스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필라, 너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니? 제발 내 말을 믿어줘. 네가 직접 한번 저 꼭대기 위로 올라가보지 않을래? 저쪽 오른편 구석으로 돌아가서 돌 틈으로 기어오르면 불쑥 튀어 나온 돌멩이에 도달하게 될 거야. 그 돌멩이까지 오르는 것도 굉장한 힘이 들어. 그러나 그 돌멩이 위에 오르기만 하면 바깥세상을 보기가 쉽지. 거기서 펄쩍 한번 뛰어오르면 우물 바깥으로 나갈 수 있어. 만일 바깥으로 뛰어 나가지 못하고 우물 턱에 걸리면 너는 이 바닥으로 처박히게 될 거고. 자, 봐! 그런데 네가 그 곳에 도달하면 넌 내가 보았던 그 크고 환한 빛을 보게 될 거야! 참, 그 빛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 네 눈이 상할 걸.”
페페는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필라, 네가 그걸 보고 오면 페트라도 쉽게 내 말을 믿겠지.”
“그래, 좋아.”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페페, 그건 너무 위험해. 제발 그만 둬.”
푸투는 겁을 잔뜩 먹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필라는 페페의 말대로 하여도 해로울 게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팔다리 운동을 하고 목을 돌리고 무릎 운동을 하며 몸을 푼 후에, 필라는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우물 벽에는 여기저기 어둑한 구멍이 있고 미끈거렸지만,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필라는 튀어 나온 돌멩이 위에 올라서서 크게 한 번 숨을 쉰 후, 힘껏 돌바닥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어요. 그러나 우물 턱에 머리를 부딪치고는 돌멩이 위로 내리박히고 말았습니다. 필라는 머리통이 아팠지만 다시 한번 도전했습니다. ‘얏’ 하고 뛰어 올라 우물 턱을 간신히 손으로 잡았지만 몸이 다시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필라의 도전은 계속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한 시간이나 되풀이되었고, 필라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사방이 어둑해지면서 앞뒤를 분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필라는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였습니다. 정확한 거리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도 몹시 피곤했습니다. 필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곧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필라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필라는 주위가 훤하게 밝아졌음을 알고 의아해 했습니다. 우물 위로 하늘이 훤하게 트여 있었습니다. 필라는 용기를 얻어 자세를 고쳐 앉고는 다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가늠하고, 약간 뒤로 움츠렸다가, 셋을 센 후에 뒷다리에 있는 힘을 다 주고 솟구쳐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우물 턱 위에 올라섰습니다.
“페페가 말했던 크고 빛나는 것이 뭐지?”
필라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둥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라는 몹시도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페페가 말한 것이 저건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이랬는데. 저 빛은 너무도 부드럽고 곱잖아?”
필라는 달을 지긋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둥그런 달빛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한참 뒤에 필라는 사방을 두리번대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필라가 돌아오자, 페페와 페트라와 푸투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필라에게 달려왔습니다.
“그래, 필라야. 너도 그 환하고 강렬한 빛을 봤지?”
페페가 흥분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아니야. 강렬하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것은 부드러운 느낌이었어. 난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니까.”
“뭐? 2초 이상 빛을 보면 눈이 멀고 만다구.”
“아냐. 그건 크고 둥글고 곱고 부드러웠어.”
“그래? 네가 뭔가 잘못 봤나보다. 그게 아닌데……”
페페가 필라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내가 알아.”
필라도 지지 않고 페페에게 말했습니다.
이때 페트라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만들 해. 너희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난 누구 이야기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어.”
페페는 머뭇거리고 있는 페트라에게 다가섰습니다. 페트라를 설득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페트라, 넌 내 말을 믿지? 내가 제일 먼저 저 꼭대기 위로 나가 보았잖니? 내가 개척자야. 필라는 저기까지 올라가는데 지쳐 쓰러졌었다고 하지 않았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하늘을 쳐다보아서 뭔가 혼동하고 있는 거야.”

페페의 말을 들은 페트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필라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냐, 페트라. 그렇지 않아. 내가 분명히 두 눈으로 보았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하늘의 둥근 것을 보았다니까. 넌 내 말을 믿어야 돼. 내가 페페보다 뒤에 올라가 보았으니, 내 생생한 경험이 맞지.”
필라가 힘주어 하는 말에 페트라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였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둘의 논쟁은 페트라가 질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페트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둘 다 이젠 그만해! 너희 둘 다 옳다.”
“아……”
“음……”
페페와 필라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아니면, 둘 다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
페트라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 우리 모두가 가서 확인해 보는 거. 우리 모두.”
페트라의 뜻밖의 제안에 둘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 가보자. 우리 모두.”
“난 필라가 다칠까봐 내내 걱정만 했다. 나는 안 갈래. 너희들이 무얼 보았든지 그게 우리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니?”
푸투는 그냥 진흙 웅덩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페페가 약간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습니다.
“페트라, 너 정말 저기까지 가 보겠니? 너무 힘들어서 너는 못 올라 갈 거야.”
“난 할 수 있어.”
“좋아. 내 생각도 페트라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봐. 푸투는 언제나 저런 식으로 빠지니까 그냥 내버려 둬. 페페, 우리 둘이서 페트라를 도우면 돼.”
필라가 페트라의 손을 잡았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다음날 푸투가 채 일어나기도 전에 이른 새벽부터 우물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페트라가 자꾸 뒤쳐졌습니다. 어려운 등반이었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으며, 이끼에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뱀이 옆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몇 번이나 돌 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바람에 필라와 페페가 페트라를 붙잡아 끌어 올려야 했습니다.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의 돌멩이 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나절을 보냈고, 돌멩이 위에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데에 힘을 다 쏟았습니다. 개구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마지막으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순간, 페페와 필라는 뛰어오르는 페트라의 손을 위에서 꽉 잡아 이끌었습니다. 드디어 페트라가 우물 턱 위로 올라왔습니다. 세 마리의 개구리들은 서로 힘을 합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때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해가 서쪽 지평선 위로 넘어가면서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페페는 이것이 자신이 전에 보았던, 따가운 빛이 눈부시게 비치던 물체와 똑같은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필라 역시 자신이 밤하늘에서 보았던 것보다 이 물체가 확실하게 더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기 저게 너희들이 말한 것이니?”
페트라가 물었습니다.
“……”
페페와 필라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좀 더 기다려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페트라가 제안했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처음으로 일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하늘에 달과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개구리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이 되자, 빛나는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사방이 눈부시게 환해지고 나뭇잎들도 반짝거렸습니다. 필라, 페트라, 페페는 실눈을 뜨고 이 빛을 보았고, 점차로 빛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점차로 서서히 새로 발견한 놀라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사방에 나무들과 풀이 우거져 있고, 꽃 위로 나비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봤지? 너희들 둘이 한 말이 모두 맞네. 우리가 서로 도와 여기까지 올라오기를 잘했어. 이렇게 많은 것을 다 보게 되었으니. 푸투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우물보다 더 넓고 복잡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대는 해설 자료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을 붙였었다.
“이 이야기는 기존의 ‘우물안 개구리’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의미구조를 넘어서 새로운 쟁점들을 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밖에는 언제나 태양(진리)이 떠 있으며 그리고 누구라도 동굴 밖으로 나가면 동일한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이 우화에서 밖의 세계는 변화와 모순을 함께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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