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79) - 좋은 대학 가기 두번째, 수강할 과목 선택하기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5.20 09:30 | 최종 수정 2024.05.26 13:36 의견 0

진로를 정했으면 배울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에는 배울 과목을 확정해야 한다. 진학 방향이 문·이과로 대별되던 시대에는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배우는 과목이 자동적으로 결정되었었다. 지금은 모든 선택과목 중에서 자신이 수강할 과목을 골라야 한다. 진로를 결정했다면 이 선택이 어렵지 않다. 대학이 이미 어떤 모집단위에 지원하려면 이런 과목을 배우고 오라고 제시한 과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로 선택이 1단계라면 과목 선택이 2단계이다.


과목 선택 안내는 대학에서 제공한 것도 있고, 시·도교육청에서 제공한 것도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학교 진학상담실에 가면 자료가 비치되어 있을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해서 많은 대학들이 자기 대학을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도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 있으니 과목 선택 가이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고와 대부분의 자시고 학생의 선택 기준은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에서 진로와 관련이 있다고 제시된 과목과 다른 학생들이 어렵다고 기피하는 과목을 도전적으로 선택하는 데 있다. 공대 지망자라면 물리학을 뺄 수 없으니 물리학Ⅱ까지 선택하면 된다. 수학은 미적분을 해야 하고 학과에 따라서는 확률과 통계나 기하를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인문사회계 지망자라면 세계사나 세계지리, 윤리와 사상 등 기피 과목 중에서 진로와 관련을 맺을 과목을 선택하면 좋겠다. 대부분 대학에서 인문사회계 모집단위에 필수 이수 과목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인문사회계의 기본이 문·사·철이 핵심인 인문학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유의사항 첫째,
등급이 산출되지 않는 과목 중심으로 선택하면 학종에서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학생이 배워야 할 개념과 원리는 주로 일반선택과목에서 배운다. 그래서 진로선택과목을 과다하게 선택하면 등급을 피하기 위해서 비겁하게 선택했다고 오해가 될 뿐 아니라 배워야 할 개념 원리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학생으로 취급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사회와 과학의 융합선택과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의사항 둘째,
과학고나 외고에서 배우는 과목을 굳이 배울 필요는 없고,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 중에서 배워야 할 것을 깊이 배워야 한다. 수학에서 미적, 확통, 기하를 잘 배우고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탐구활동을 해보면 되는데, 미적, 확통, 기하를 충실히 공부하지 않고 고급수학을 이수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기초도 없이 누각을 세우는 학생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매우 적은 학점으로 이수한다면 수박 겉 핥기 학습으로 평가될 것이다. 미적, 확통, 기하를 충실히 공부한 뒤 더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할 수는 있지만 이 때 다른 과목은 충실히 공부를 했는지, 독서는 잘하고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유의사항 셋째,
대학의 무전공 선발에 따라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지 않아도 대학 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니 굳이 어려운 과목을 듣지 말고 등급 잘 나올 과목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무시해야 한다. 대학은 서류평가를 할 때 보통교과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를 반영해서 평가를 한다. 어려운 과목을 선택해서 잘한 학생이 우선 자리를 채울 것이다. 이 학생이 진로가 넓기 때문이다. 혹시 어려운 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는데 합격을 했다 하더라도 원하는 학과에 배정받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고, 학과에 배정이 되었더라도 필요한 과목을 수강할 때 선수 과목을 이수해야 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 때 성적 나빠질까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은 대학에 와서도 쉬운 과목 중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므로 대학이 기피한다. 학종이라면 역시 도전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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