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65) - 대입제도개편사 (25) 2010 대입에서의 입학사정관제 확대와 현장 대응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2.05 09:30 | 최종 수정 2024.02.13 16:00 의견 0

2008년에 시행된 2009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이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크게 늘자 2009년에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연수 및 홍보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학교 수업은 수능 대비 문제풀이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학교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입학사정관제로 지원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강할 때여서 학생에게 소위 스펙을 쌓을 수 있게 해 주는 학교 활동은 무엇인지, 학생이 스펙을 쌓을 수 있게 학교 교육활동을 설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학교가 관심을 가질 때였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학생을 이해하는 문서로 학교 프로파일, 자기소개서, 추천서가 활용되었다. 그 중에서 학교 교육활동 설계와 관련한 학교 프로파일이 관심을 끌었다. 대학이 요구하는 학교 프로파일은 학교 교육활동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일부 고등학교는 학교 소개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대학에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당시 대부분의 일반고 교육과정은 대동소이하였던 때이므로 다른 학교와 다른 과목을 개설하기는 어려웠고, 수업 방법도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방식을 적용하기도 어려워서 결국 교과 수업 이외에서 학교의 특성을 찾아야 했다. 동시에 30만 명 넘게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시에서 고작 1만 명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는 아직은 학생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학교는 학교 프로파일을 만들어 대학에 보내야 했다. 2009년 교사 대상 연수에서 제시된 모 대학교의 학교 프로파일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다른 학교와 구분되는 특성화 교육과정은 무엇입니까?
2. 귀교에는 어떤 우수한 동아리들이 있습니까?
3. 귀교의 우수한 방과후 수업과정들은 무엇입니까?
4. 외부 전문가나 지역사회 프로그램과 연계된 교육과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5. 특정 수업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는 특징적인 수업환경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6. 기타 귀교의 우수한 학습환경을 보여줄 수 있는 특징적인 점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 주십시오.


그런데 학교는 이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학교와 구분되는, 우수한, 특색 있는’ 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고등학교에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이 있어야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하지만 특성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창의적 체험활동의 의미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국가교육과정에서 일반고가 전문교과 과목을 운영할 때에는 교양 과목으로 편성하게 되어 있어서 일반고가 특성화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어려웠으며 창체의 의미 있는 운영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서울교육청은 2009년 9월에 <입학사정관제 예약> 책자를 발간했다. 발간사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하여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고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하게 되고, 학교는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라고 하여 입학사정관제가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의 성장에 이바지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서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여 학교에서 시행하는 우수한 교육활동을 모아서 사례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본 사례집에 실린 특성화된 교육과정, 독서․토론․논술교육, 탐구와 실험 중심 교육,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을 벤치마킹하여 각 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여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할 수 있는 하교 교육활동을 제시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제시한 우수한 교육과정 사례가 학교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2010년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은 수시 진학지도자료집에서 2010학년도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8 가지 유형으로 분석하여 설명하였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인원을 확대하다 보니 다양한 유형의 선발 방식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1) 순수 입학사정관 전형

입학사정관 제도는 대폭 확대되고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선발인원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언론에서 부각하고 있는 내신, 학생부의 비중보다 학생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순수한 의미의 입학사정관 전형은 812명으로 전체 입학사정관제 선발인원의 13%에 불과한 상황이다.


2) 외국어 우수자 전형

전체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인원 중 가장 높은 28.7%의 학생을 외국어 특기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외국어 특기자 전형의 선발인원이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서 언급한 순수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평가하는 요소보다도 공인외국어 실력이 더 큰 영향력을 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 특기자 전형

전체 입학사정관 전형의 17.8%를 차지하는 요소이다. 특기자의 속성은 임의적인 기준으로서, 기존의 특별재능 우수자와 유사하다. 과학, 문학, 예체능 등 각종 영역에서 수상경력 등을 주요 참고사항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수상경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4) 학생부 중심전형

기존의 학생부 중심 전형도 일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포함되었다. (전체 선발인원의 15.2%) 상위권 대학인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가 기존의 학생부 중심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전환하였고 이 인원이 해당 인원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실질적으로 이 대학들의 학생부 중심 전형은 서울대 지역균형 학생들의 중복 지원과 중복 합격 때문에 커트라인은 상당히 높게 형성된다.


5) 기회균형 전형

기존의 농어촌, 차상위계층, 사회공헌자, 전문계 고교출신자 등에게 해당되던 기회균등 전형들이 대거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포함되었다.(전체 선발인원의 14.4%) 자격 조건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극히 일부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지원 가능한 학생은 없다. 대부분 정원외 전형이기 때문에, 기회균형 역시 입학사정관 제도의 선발인원을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판단된다.


6) 추천자 전형

대학의 특성에 따라 가톨릭지도자, 고교장, 불교계,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선발하는 추천자 전형이 일부 입학사정관 전형에 포함되었다. 대부분 서류와 면접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입학사정관이 서류 심사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7) 리더십 전형

일부 대학(성대, 건대, 동대)의 리더십 전형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포함되었다. 동대를 제외하고 내신의 실질적인 비중이 낮고, 서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 아직은 비중이 미미하지만(2.79%) 리더십 전형은 바람직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크기 때문에 이 제도가 과도기를 거친 이후에는 현재의 비율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8) 봉사 전형

성균관대에서 봉사 특기자를 선발한다.(5명 선발) 현재 선발 비율로 보면 지극히 미미하지만, 앞서의 리더십과 마찬가지로 그 속성상 다른 전형의 비교과 부분에도 반영될 요소가 작지 않고, 대학 측에서 학생의 인성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제 초기의 상황은 학생부종합전형과는 다른 양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사실 당시 입학사정관제는 상당히 복잡하여 선발 기준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이렇게 초기의 입학사정관제는 지나치게 다양해서 학교가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참고자료>
서울특별시교육청(2009). 입학사정관제 예약.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2009). 2010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 진학지도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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