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20) - 2022 개정 교육과정 둘러보기(5) -학교교육과정 설계와 운영 중 <3. 평가>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김창현 승인 2023.03.20 09:32 | 최종 수정 2023.03.20 15:48 의견 0

학교교육과정에서 평가는 두 가지를 다룬다. 하나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질에 대한 평가이며, 다른 하나는 학생의 학습에 대한 평가이다.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질에 대한 평가는 ‘학교 교육과정 지원’ 부분에서 다룬다. 학생의 학습에 대한 평가는 ‘학교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 중 ‘교수·학습’에 이은 ‘평가’ 부분에서 다룬다.

과거의 평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대표되는 학습 결과의 평가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 교육과정의 교수·학습에서는 암기한 지식보다 학습 경험을 중시한다. 그래서 중간, 기말고사가 있지만 과정중심 수행평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가 총론에 담겨 있다. 이 평가 항목에서는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평가 결과가 학생의 학습 역량과 비례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존 듀이가 1910년에 쓴 <하우 위 싱크>에서 ‘정확한 암기와 같은 목표가...많은 수의 학생을 다뤄야 하는 상황과 신속하고 가시적인 개선 증거를 요구하는 학부모와 학교 당국의 성향으로 인해 유행하게 되었다'며 100여 년 전에 이미 지식 암기 학습과 평가를 비판했었는데, 지금도 평가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

한편,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는 교과성적이 반영된다. 학생이 독서 과목에서 89점 2등급이라고 하면, ‘이 학생은 학습 결과 89점을 맞았는데 이 교과의 학습에서는 교과 고유의 성취기준에 의한 개념·원리를 바탕으로 탐구활동을 하고 발표를 하고 스스로 탐구에 대한 성찰을 한 결과까지가 잘 평가되어 89점을 받았을 것’으로 가정한다.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 과목의 성취 기준에 의한 학습 활동을 잘 했다는 것과 동격으로 취급된다. 이런 생각의 근거가 교육과정에 명시된 ‘평가’에 관한 내용이다.

가. 평가는 학생 개개인의 교육 목표 도달 정도를 확인하고, 학습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여기서는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추후 지도를 통해 학생이 지신의 학습을 지속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학교와 교사는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자료로 쓰라고 했다.

나. 학교와 교사는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교수⋅학습과 평가 활동이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여기서는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교수·학습을 하고 평가 활동을 하도록 규정했다. 평가는 학습의 결과만이 아니라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학습 과정을 확인하고 환류하여, 학습자의 성공적인 학습과 사고 능력 함양을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인지적·정의적 측면이 균형 있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학생에게 배울 기회를 주지 않은 내용과 기능은 평가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은 학습하지 않은 내용을 평가문제로 출제하는 관행이 없어지면 사라질 것이다.

다. 학교는 교과목의 성격과 학습자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평가 방법을 활용한다.

여기서는 ‘수행평가를 내실화하고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확대’하여야 한다든지, ‘다양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맞춤형 평가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규정했다.


‘평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평가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기준이 된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현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여 왜곡된다. 수행평가의 경우 수행 과정까지 포함하여 평가 성적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과정에 대한 성적 산출의 의미와 방식이 잘 반영된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가 과정을 설계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도 이를 반영하여 평가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과정에 대한 평가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성 이의 제기를 받다보면 교사는 과정을 포함한 평가보다는 결과만을 평가하게 된다고 한다.
탐구활동 중심의 수행평가를 전혀 하지 않고 수능 문제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행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40점을 반영하는데 성적은 40, 39. 38점으로 출석 기준으로 점수를 주고 나머지 변별은 지식 중심의 지필평가로 한다면 학생의 학습 상황을 평가한다는 본래의 평가 목적은 실종된다.

현재는 평가를 개선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 노력이 성공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평가 관련 위원회가 잘 작동하여 학교가 평가에 대한 권위를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 상황이 잘 평가되고 학생에게 스스로 학습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자료로 제공되며, 대입에서도 신뢰 있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포함된 ‘다양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맞춤형 평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되어야 하겠다.

▲2022와 2015 개정 교육과정 ‘평가’ 항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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