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79) - 진로도 공부해야 하나?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6.07 01:30 의견 0

한국잡월드에서 진로와 관련한 인터뷰 영상을 녹화하기 위해 질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중 ‘진로도 공부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답은 ‘공부해야 합니다.’입니다.

진로 목표 결정은 내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현대는 사회 변화 및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서 현재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앞으로는 유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로 목표를 결정해야 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전문가가 미래 직업으로 유망해 보였지만, 벌써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직업은 사양 직업으로 변해가고 AI관련 직업이 유망하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이용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발굴하는 데이터마이닝 직업이 유망하다고 한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누구나 데이터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데이터 전문가는 대중화되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받게 되면 클라우드 운영 회사에서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분석 자료를 제공해주는 시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유망하다고 피상적으로 알아본 직업은 내일이면 유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하여 공부해야 하고, 세상이 변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렇게 보면 진로를 공부한다는 것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공부, 변화 속에서 창직 또는 창업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앙트레프러너십이라는 창업·창직에 대한 공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공부 등을 포함합니다.

또한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해야 합니다. 세계가 달라져서 부모도 자녀의 진로 결정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학생이 지신의 역량과 선호를 이해하여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므로 기성세대의 조언보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때 부모는 부모의 선호에 의해 자녀의 진로 희망을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격려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이의 꿈이 흡족하지 않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생각은 달라지므로 한 번의 선택을 고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또 부모의 개입으로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잃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결정을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질문도 생각거리입니다.

Q: “계속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는 변화하고 있지만 인터넷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있어 그 진위를 가리기도 쉽지 않은데요, 부모님들이 진로진학정보를 찾을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은 상식입니다. 예컨대 방학 중 ‘한방에 1등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면 솔깃하겠지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이런 광고는 과장 광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안 조장과 유혹인지 판단할 일입니다.

어떤 길이 유리한가보다 교육적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학종과 수능 중 어떤 길이 유리한가에 관심을 두면 공부가 편향될 수 있습니다. 학교 공부는 대부분 창고에 미래에 쓸 힘을 저장해 두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공부가 학종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유리한가에 집착하다보면 시험 못 본 핑계로 수능 공부만 한다고 하고, 그러다 일부를 버리게 됩니다. 고급 사고를 회피하고 쉬운 길로 가려고 하게 됩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대학에서 어려운 공부를 피하게 되고 직업에 필요한 공부도 마치지 못하게 됩니다.

정보의 진위를 잘 모르겠으면 우선은 학교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맞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정보는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학교 선생님이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도교육청이나 대교협의 상담센터(포털 어디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여기서는 진로진학전문가로 추천된 선생님들이 상담에 응하고 있습니다. 공적인 상담에는 비용이 들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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