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를 했는지를 대학이 평가해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진로 적합성이라고 한다. 과목 선택에 도움이 되는 자료는 각 시·도교육청도 제작을 하고 있지만, 수험생은 대학이 발표한 자료에 더 관심을 둔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에 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 등 5개 대학이 공동연구로 <대학 자연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 이수 권장과목 안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요약한 팜플릿도 만들어 배포했다. 팜플릿에는 Q&A를 실어 유의할 사항을 제시했다. 팜플릿은 위 제목으로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첫 질문은 “대학이 제시한 핵심과목, 권장과목에서 우리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과목이 있는데, 만약 이수하지 않으면 평가에 불이익이 많이 있나요?”이다.
이에 대하여 “대학 설문조사에서 이수 권장과목 중 일부 과목을 듣지 않은 경우 평가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수 권장과목(핵심과목, 권장과목)이 없더라도 지원자격처럼 결격 처리되지는 않습니다. 대학은 학교가 개설하지 않아 이수하지 못한 학생과 학교가 개설했음에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을 다르게 평가합니다. 학생이 처한 상황도 고려하겠지만 추가적인 노력도 기대합니다. 학교가 개설하지 않았다면 외부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수하길 추천합니다. 동일 과목이 없으면 유사 명칭의 과목을 이수하세요.”라고 답하였다.
‘이수 권장과목 중 일부 과목을 듣지 않은 경우 평가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하였는데, 질문에서는 ‘우리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과목’이라는 조건을 붙였으므로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아 권장과목을 듣지 못한 경우에는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며, ‘학교가 개설하지 않아 이수하지 못한 학생과 학교가 개설했음에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을 다르게 평가’한다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학교에 권장과목이 개설되어 있다면 이수해야 한다고 해석이 된다.
예를 들면 의학 분야의 경우 수학 교과의 핵심 과목은 ‘수학I, 수학Ⅱ, 미적분’이고 권장과목은 ‘확률과 통계’이며 과학 교과의 핵심과목은 ‘화학I, 생명과학I, 생명과학Ⅱ’이며 권장과목은 ‘물리학I, 화학Ⅱ’이므로 이 과목들은 학교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다면 학생이 선택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핵심과목은 이수했으나 권장과목은 이수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나?
다른 자원자들은 대부분 권장과목도 이수를 했는데, 지원자만 이수하지 않았다면 사정관은 그 이유를 찾아볼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좋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권장과목은 핵심과목과 무엇이 다른가? 별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이 많은 과목을 핵심과목으로 제시하면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미적분을 핵심과목으로 했는데 확률과통계까지 핵심과목으로 제시하면 대학이 수학과목을 지나치게 많이 지정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의 과목을 핵심과목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학이 권장과목을 제시하니 대부분 학생이 선택했다면 권장과목도 이수해야 합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학교가 미적분과 확률과통계를 두 과목 모두 선택 이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시했다면 학생은 의대를 가려면 미적분과 확률과통계를 모두 이수해야 안심이 될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의대 지원자라도 미적분은 반드시 선택할 수 있지만 확률과 통계는 선택할 수 없게 칸이 막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도 많다. 대학이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확률과 통계 과목은 권장과목에 두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핵심과목과 권장과믁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대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이다.
컴퓨터 분야의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은 수학 교과만 제시되어 있다. ‘수학I, 수학Ⅱ, 미적분, 기하’ 과목이 핵심과목이고 ‘확률과 통계, 인공지능수학’이 권장과목이다. 그렇다고 이 수학 과목을 모두 선택해서 이수할 수는 없다. 학생은 수학I, 수학Ⅱ, 미적분, 기하를 먼저 선택하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것이 순서일테지만, 인공지능수학이 진로선택과목이라서 등급이 산출되지 않으므로 인공지능수학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지원할 대학의 교육과정을 보고 확률과 통계를 배워야 한다면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권장한다.
이밖에도 권장과목 안내에는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은 예시 수준으로 이외의 과목도 평가에 반영될 수 있으니,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필요한 과목들을 다양하게 이수할 것을 권장’한다고도 하였다. 컴퓨터 분야의 경우 수학교과에서만 핵심/권장과목을 제시하고 과학 과목은 제시하지 않았는데 그렇더라도 과학과목 중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해야 한다는 말의 근거가 된다.
‘이수 과목 수와 이수 단위의 적정성’도 평가에 반영한다고 했는데 과목의 기준학점보다 매우적은 학점으로 이수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공동교육과정에서 고급수학을 배웠는데 2학점으로 이수했다면 공부의 깊이를 의심받을 것이다.
또한 ‘과학고 학생이라면 특목고 개설 과목인 전문교과Ⅰ인 수학과 과학 고급/심화/실험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일반고 학생이 꼭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대학은 일반고의 경우 표에서 제시된 권장과목인 보통교과 중심으로 평가’한다고도 언급했다. 굳이 전문교과 과목을 수강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있는데, 대학이 이에 대하여 더 분명히 선언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는 ‘수학과 과학 고급/심화/실험 과목을 이수하면 유리하다고 사정관이 말했다.’는 (허위)정보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
학생은 대학에 가서 배우기 전 단계까지 잘 배우면 된다. 일반선택과목이나 진로선택과목 중 미적분, 물리학Ⅱ 같은 어려운 과목은 대학에 가서 배워도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학 4년 중 1년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배우는 시간으로 보내면 4학년까지 배우는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어서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과목은 배워야 한다.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는 1학년 때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은 정원이 있어 입시에서는 상대평가를 하게 되므로 상한을 정해서 그 한계까지 잘 배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상한을 열어두면 무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고급과목을 하면 우수해보인다는 말은 상한을 열어두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자신이 이룬 공부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며, 운동할 시간, 독서할 시간, 사색할 시간을 갖지 못해 미래의 삶이 피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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