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210) - 2025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2)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12.30 17:24 의견 0


<2025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두 번째 장은 ‘대치 쏠림’이다. 공교육은 학군지라는 이름으로 대치동을 바라보고 있고, 사교육은 대치동만한 학원가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대치에 쏠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이 지역은 대입 실적이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 된다. 키워드에서는

“원래도 다른 지역보다 대입 실적이 좋은 편이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 주요 대학에서 정시 모집 인원을 40%로 선발한 것입니다. (중략) 대치동에서는 주로 정시로 대학을 가거든요.”

라고 지적했다. 주요 대학 정시 모집 확대가 정시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은 대치동의 진학실적이 높아지는 데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치동에 온 학생들이 학생부 위주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대학 실적이 높은 학교에 가기 위해 대치동에 온 아이들도 막상 고등학교에서 내신 위주의 대입 전략을 짜지는 않습니다. 대입 성과는 학교가 아닌 개인의 노력이라고 생각해 학원을 더 다니는 현상이 나타나죠.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일이 많기에 영재학교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기숙사 생활 때문에 대치동의 장점인 학원을 다닐 수 없기도 하고요.”

대치동의 학원 열풍은 4세부터 시작되는데 이 모든 현상의 바탕에는 수능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결국은 수능을 잘 봐서 의대에 진학한다는 로드맵대로 움직인다. 4세부터의 열풍은 영어유치원(영유라고 한다. 공식 명칭은 유아 영어학원이다.) 입학에서부터 시작된다.

“대치동에서는 아이가 4세가 되는 순간부터 바빠집니다. 영어 유치원 입학을 준비 하기 때문입니다. 영어 유치원에 입학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7세 때 한 번의 영어 시험이 더 기다립니다. 대치동에서는 빅3, 빅5로 불리는 유명 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를 치러야 하니까요. 저학년에서 영어 실력을 잘 쌓은 친구들은 수학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고학년이 되면 부담이 덜한 영어 학원을 선택하기도 해요. 5세에 영어 유치원을 다니며 영어 공부를 본격화하고 6세부터는 수학에 집중합니다. 영어, 수학 위주의 유아 및 초등 저학년 커리큘럼에 최근 급부상한 과목이 있습니다. 바로 국어입니다. 국어 실력은 집 팔아도 안 된다는 유행어와 함께 일찍부터 문해력을 키워주고자 독서 글짓기 토론 등의 수업을 진행하는 독서 논술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초4가 되면 영어는 한국식 영어학원, 내신 중, 수능 중심의 학원을 시작하게 되고요. 수학은 사고력 수학에서 교과 수학 중심으로 이동을 합니다. 그리고 독서 토론 논술을 병행합니다”

<키워드>에서는 이런 로드맵이 생긴 까닭은 수학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영어가 중요해서 일찍부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로 유학 갈 목적이 아니라면 사실 이 정도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이렇게 된 것은 수학이라고 진단한다. 초등의대반 커리큘럼이 수학 선행으로 채워진 것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90점만 넘어도 영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되자 학부모 사이에서는 영어는 초등 저학년 때 끝내고 고학년부터는 수능 변별력이 큰 수학에 집중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능 수학 성적의 누적 분포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다 마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의대 빅5는 정시에 선발하는 인원이 180명이 안 된다. 점수 경쟁에서 이기려면 최고점을 맞는 수험생이 180명 이내이고 내가 다 맞으면 유리하다. 그런데 수학 영역에서 2023학년도에는 만점자가 934명, 2024학년도에는 612명으로 줄었다가 2025년에는 1,522명으로 늘었다. 4점짜리 한 문항을 틀린 학생은 누적 4,797명으로 보이니 실수로 4점짜리 한 문항을 틀렸다면 15년 공든 탐이 단숨에 무너져 내린다. 이처럼 수학 공부에 청춘을 바친다한들 수능 수학 시험이 평이하게 출제되어 만점 동점자가 많다면 내 실력을 뽐낼 방법이 없다.

▲연도별 수학 점수 누적분포표(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발표자료 정리)

여기에 2028 대입에서는 수능 수학 시험 범위가 ‘대수・미적분Ⅰ・확률과통계’로 되어 만점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면 변별은 수학이 담당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키워드> 필자가 마무리로 제시한 교훈은 자녀 지도에 도움이 된다.

첫째, 과제집착력
둘째, 시간 관리 능력
셋째, 피드백의 내재화
넷째, 독서

<키워드> 필자는 “다른 지역에서는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반드시 실컷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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