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월 28일 교육인적자원부 고시 제2007-79호로 2007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에 적용되기 전에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했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2007년에 고시하고, 2008년에 교과서를 집필하고 2009년에 교과서 검·인정 심의를 한 뒤, 2010년에 중학교 1학년부터, 2011년에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일정으로 예고되었었다.
교육과정 자율권의 확대로 모든 학교가 자율학교로 변신
그런데 2009년 12월 17일,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개정되면서 2011학년도에는 교과서는 2007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교과서를 사용하기로 하고, 2010년부터 교과 교육과정 전면 개정을 위한 기초 연구를 추진, 2011년 10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개발한 뒤, 교과서를 집필하여 2013학년도에는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영어1 과목부터 적용하고, 2014학년도에는 고등학교 1학년에 전 과목을 적용했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2007 개정 교육과정도 2011학년도가 되어야 적용되므로 2009년에는 개정 교육과정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나서야, 국어과와 사회과 정도에서 교과서도 개발하지 않고 교육과정만 개정하면 어떡하느냐 등 불만이 터져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화법과 작문Ⅰ,Ⅱ 과목은 2007 개정 화법 교과서와 작문 교과서를 활용하도록 안내를 했지만, 한 과목 교과서를 두 권 사서 공부시키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 부정적 의견이 표출되었다. 또한 2007 개정 교육과정은 기준단위가 6단위로 개발되었는데,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기준단위 5단위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서 성취기준 숫자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개정한 이유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배부한 기자 간담회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국민공통교육과정을 9학년까지로 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체를 선택 교육과정으로 했다. 특별활동과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합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학기당 이수 과목을 13개 이내에서 8개 이내로 축소하도록 했다.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부담이 줄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즉, 2011학년도에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자 과목별 학기당 시수가 늘어나서 시험과목만 줄고 시험범위가 크게 늘어나서 시험공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생겼다. 결국 학습부담의 경감은 학습부담의 이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한 가지 큰 특징은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모든 학교가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었다. 위 답변 중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국가가 정해준 동일한 교과목과 내용으로 운영되어 학교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부족하고’는 교육과정 자율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학교 교육과정에 자율성과 다양성을 크게 확대한 것이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07 개정 교육과정까지만 해도 일반고는 보통교과만 개설할 수 있었고 특목고 등에서 개설하는 전문교과 과목을 편성하려면 교양과목으로 편성했었다. 또한 일반고는 특목고나 교육과정 자율성을 갖고 있는 자율고에 비해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반고에도 교육과정 자율성을 허용하게 되자 더 이상 자율학교가 일반고와 교육과정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면, 교육과정 자율성을 갖고 있던 당시 개방형 자율학교인 와부고는 일반고와는 차이가 나는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 선택교육과정에서 일반선택을 24단위 이상 하지 않았다는 점. 인문사회과정은 16단위, 자연공학과정은 14단위를 운영하고 있음. 그 차이만큼 심화선택을 증가시킴.
○ 인문사회과정에서 전문교과인 과학사와 과학철학이란 과목을 개설했음.
○ 자연공학과정에서 수학2와 미분과 적분 과목을 각각 5단위, 4단위를 증편했음. 일반계 학교에서는 2단위 증감만 가능.
○ 자연공학과정에서 전문교과인 물리실험, 화학실험, 생물실험이란 과목을 개설하고, 이 중 2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일반고 교육과정을 묶어둔 채 교육과정 자율성이 있는 학교만 교육과정 자율성을 허용하면 당시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 등, 서류평가가 입시 평가에 반영되는 전형에 유리하게 된다.
당시 자립형사립고였던 포항제철고등학교도 교육과정 자율성 측면에서 일반고와는 큰 차이를 보였었다.
○ 물리실험, 화학실험, 생물실험, 과제연구Ⅰ, 과제연구Ⅱ를 각 4단위씩 총 20단위를 2학년에 개설하고 고급수학 4단위를 3학년에 개설. 정보통신 6단위는 3학년 전체 과정에 지정하여 운영.
○ 과제탐구Ⅰ과 과제탐구Ⅱ는 각각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과 HSP(Honors Students Program)으로 운영. HSP 프로그램은 포스코교육재단과 포항공과대학교가 협약을 맺고 운영. 포항공대가 추천한 수학, 물리, 화학 분야의 지도교수가 학생을 지도함. HSP는 수학으로 한정하고 R&E는 수학, 물리, 화학, 컴퓨터공학 분야 중 선택. 인문과정 R&E는 부산장신대와 협약하여 진행.
○ 성적은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에 입력.
○ 학생들은 연구보고서를 제출. 연구는 3~4인의 학생이 공동으로 이루어짐.
이처럼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해서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제도가 확대되고 있는 시기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갖는 것은 일반고에 비하여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일이었다. 일반고도 교육과정 자율권을 갖고 싶어 했지만 허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립학교 중 자립형 사립고는 재단이 재정부담을 크게 할 수 있는 재력이 있는 학교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9학년도에는 일반고 중 ‘사교육없는학교’ 운영 학교 ①, 교육과정혁신학교, 교과교실제운영학교 등을 대상으로 자율학교를 지정했다. 자율학교는 학교 헌장을 제작하여 공개하고 헌장에 의거하여 학습활동을 하도록 했다. 2010학년도가 되면 이들 학교도 자율권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던 중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이 12월에 고시되어 2011학년도부터 적용되므로 모든 학교가 교육과정 자율권을 갖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개교와 함께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어 교육과정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학교가 하나고등학교이다. 하나고등학교는 2010년 3월에 제1회 입학식을 했는데, 개교 시점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부여한 교육과정 자율권을 활용하여 다른 학교와는 구별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참고문헌>
허경철 외(2008). 자율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 개선 연구.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서울특별시교육청(2009).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운영 계획
서울특별시교육청(2009). 자율학교 지정․운영심의 계획
교육과학기술부(2009). 보도자료. 「2009 개정 교육과정(초‧중등학교 교육과정)」발표
교육과학기술부(2009). 2009개정교육과정 보도이후 문답자료(기자간담회자료)
◆◆◆ 각주 ◆◆◆
①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한 정책. 수업 개선 및 방과후학교 활성화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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