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63) - 대입제도개편사 (23) 2009 대입,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약대 학제 개편 및 의학전문대학원 확대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1.24 15:01 | 최종 수정 2024.01.24 15:57 의견 0

2008학년도 고등학교는 2009 대입과 그 이후의 변화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일은 아니지만 2009학년도 대입부터 법대와 약대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의대는 정원이 줄게 되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한 수능 성적을 2007 상태로 되돌리기,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 등 굵직한 사안들이 계속 이어졌다.


2008학년도 서울대의 신입학생 입학전형 안내에 따르면 서울대 법학과는 수시에 100명, 정시에 105명 합계 205명을 모집했다. 2009학년도에는 로스쿨 도입에 따라 법학과는 모집을 하지 않았다. 2008학년도 초에도 폐지되는 법학부 정원(240명)을 어느 단과대에서 가져가는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법학과에서 선발하지 않는 인원은 대학원(로스쿨) 정원 증가분을 제외한 9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서울대 측은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① 학교 본부 측은 '자유학과제'(가칭)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학과제는 신입생을 '자유학과'(가칭)로 받은 후 1년 동안 강의를 들은 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했다.

로스쿨 도입은 사법시험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사법시험은 전공이나 학력, 대학의 성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사법시험에 매달려 대학 교육이 파행되고, 응시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소위 '고시낭인'이 속출하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고시학원 위주의 수험 준비로 국제, 환경, 노동, 조세,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화·국제화된 변호사를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5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도입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09년 3월부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었다.

2007년 8월 교육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대학별 정원을 상한선 150명으로 하고 대학의 여건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로스쿨 인가 대학(2008. 1.30 기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법대에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은 첫해가 2009학년도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 선발 인원도 1995학년도에는 5,045명이었는데 2009학년도에는 2,894명으로 최초 발표하였으며, 이 인원에 법대 정원 감소와 약대 학제 개편에 따른 정원 감소 보충 인원을 합한 인원이 최종 선발 인원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약대 6학년제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약대를 2+4 체제로 학제를 개편하여 2009학년도부터 적용하기 시작하자, 2008학년도가 약대 4년제 마지막 입학생을 끝으로 약대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약학대학은 새로운 학제(2년+4년)가 도입되었다. 2009학년도 대학 신입생은 약학과에 지원할 수 없으며, 다른 전공으로 2학년을 마친 후 3학년 진급 시점에서 PCAT(약학입문자격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학생만이 이후 4년간의 약학교육을 받고 약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PCAT시험은 대학 2학년을 수료하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했다.

▲약대의 새로운 학제(2년+4년) 선발 인원

로스쿨제 도입과 약대 학제 개편 모두 2009년에 시행되었지만 이에 대한 논의와 결정은 훨씬 이전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우연히도 2009학년도 대입은 수능 성적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다시 제공하기로 하여 수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했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기로 하자 학교에서는 수업을 학생 참여 수업으로 개선하고 각종 행사와 시상을 늘렸다. 법대와 약대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 사이, 대학이 모집요강을 수시로 고치는 바람에 진학 관련해서 고등학교는 계속 어수선하게 보내게 되었다.

여기에 2009학년도부터 의전원 선발이 본격화되면서 의대 정원도 줄어들어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미 의학전문대학원은 2005학년도부터 일부 대학이 도입하기 시작하였는데, 2006년 서울대가 정원의 50%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선발하기로 하였고 정부가 의전원 전환에 의지를 보이자 2009년에는 전국 41개 의대 중 27개 대학이 의전원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따른 2007학년도 학생선발 방식(괄호 안은 학부 모집 인원/출처: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에서는 의약계 지원이 안 되자, 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약학대학에 진학하고자 했던 학생들까지 상위권 대학의 생명과학, 미생물, 생물, 화학, 간호학과 등에 진학하려고 하고,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법학과 대신 자유전공학부나 행적학과, 철학과 등 유관학과에 진학하려고 해서 이들 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을 뿐 아니라, 이들 학과들은 의전원과 약대의 준비 과정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 각주 ◆◆◆

①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 떻게 바뀌나.(매일경제.2008.03.07. https://www.mk.co.kr/news/society/43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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