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76) - 학교생활기록부를 위하여(1)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5.16 14:40 | 최종 수정 2022.05.16 14:41 의견 0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는 개별 학생의 학교생활을 기록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대입에 사용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목적 자체이고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같은 느낌이죠. 학교에서는 학생부를 기록해서 무엇에 쓸까요? 학교에서는 학년이 올라가면 새 담임선생님이 학생의 학교 생활 태도와 학습 성취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하게 되겠죠. 그런데 대입에서 사용하는 것은 목적 외 사용하는 것일까요? 이 답은 초·중등 교육법에 있습니다.


교과 세특을 관리해?


초·중등교육법 제25조(학교생활기록)에는 “①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고등교육법」 제2조 각 호에 따른 학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자료를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즉,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하는 것이 학생부의 존재 이유입니다.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 중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부가 절대적인 자료로 사용됩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많고 이에 대한 정보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대학입학사정관이 학생부를 평가할 때 어떤 점을 눈여겨보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과 대학에서 제공하는 학생부 평가에 대한 정보를 이해했다고 해도 대학마다 밝히는 정보 내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우선은 교과 중심의 학업 역량에 대한 평가에 대비해야죠. 사실 인성 역량이 중요하지만 학생부 기록으로 인성을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업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먼저 교과 성적을 대강 살펴볼 겁니다. 이어서 성적과 세특(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정성적으로 관찰·평가할 겁니다. ‘시험을 잘 봐라, 수행평가에 성실히 임해라’하는 조언은 정량 성적을 놓치지 말라는 말입니다. 세특에 들어갈 내용에 충실하라는 말은 사정관이 세특을 읽고 학생이 공부한 수준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니 이에 유의해서 학업에 참여하라는 말입니다.

세특은 과목별 성취기준 중심으로 적습니다.
성취기준이란 교과서 단원별로 표기된 학습목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입학사정관은 특정한 과목 시간에 학생이 성취기준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의 학습을 했는지를 평가합니다.
세특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 좋은 기록인지에 대하여 입학사정관 경험이 오래된 몇 분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①성취기준 중심으로 학생의 학습 활동이 기록됨
②진로를 염두에 두면서 성취기준 중심으로 기록됨
③진로 방향에 충실하게 기록됨


위 세 가지 중 어떤 것이 좋은 기록일까요? 교육부가 발간한 《2021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는 ‘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성취수준의 특성 및 학습활동 참여도’를 적도록 안내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당연히 답은 ①번이지요. 진로 관련 사항은 굳이 교과 세특에 적지 않더라도 창체 영역의 진로활동에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활동을 하게 되면 때로는 자유주제로 탐구하고 발표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②번처럼 될 수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학과나 직업을 특정하여 남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의 진로는 학생이 선택해서 이수한 과목 구성에서 드러납니다. 기계공학과에 가려는 학생의 국어 과목 세특에 기계공학과를 지망하므로 기계공학과 자율자동차의 미래를 탐구하고 발표했다고 써 있어도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진로를 쓴 것이 오히려 학생의 미래를 구속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가 제공한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내실화를 위한 교사 자문 결과 보고서》에 실려 있는 세특 기록 예시에도 진로 중심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을 부르는 4가지 현상’ 기사를 접한 후 항생제 내성 세균 탄생 원리에 호기심을 느낌. 이후 항생제의 β-lactam 고리 구조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원리를 바탕으로 항생제가 작용한다는 내용을 정리함. 또한 후속 조사를 통해 세균은 돌연변이에 의해 β-lactamase라는 효소를 통해 β-lactam 고리 구조를 분해하여 항생제의 효과를 무력화한다는 것을 알고 학생이 진행했던 항생제 감수성 디스크 실험에서 오구멘틴 등의 항생제에 효과가 없던 세균들이 β-lactamase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함. 이처럼 자기주도적 탐구 역량을 바탕으로 주어진 정보를 논리적, 유기적으로 연결 짓는 역량이 우수함.

이 기록은 어떤 과목의 세특일까요? 과목을 가리고 보면 어떤 과목 세특인지 알 수 없다는 말들을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 세특은 생명과학 같지만 국어과 세특입니다. 입학사정관이 이 세특을 보고 이 학생의 국어 교과 역량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기록해야 할 내용인 ‘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성취수준의 특성 및 학습활동 참여도’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기록은 좋지 않은 기록입니다. 그러니 학생은 교과 세특에 진로희망이 어떻게 담겨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특은 학습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세특은 성취 기준 중심으로 학생이 학습한 사실을 적습니다. 학생은 지식과 기능 및 태도를 익힙니다. 여기까지는 수동적인 학습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단계는 교과서 학습활동을 하는 단계입니다. 교과서 학습활동이 탐구활동입니다. 그런데 교과서 학습활동보다 더 어려운 수행평가 과제도 해야 하고,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탐구활동도 합니다. 탐구 결과는 보고서를 쓴다, 설명한다, 토론한다 등의 표현 행위를 거칩니다. 대부분의 세특은 학생이 발표하고 토론하고 실험하고 역할극으로 나타낸 사실들을 기록합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대학에 학종으로 지원한 학생들이 하고 있고 세특에 남깁니다. 이를 두고 세특이 상향평준화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학생이 무엇을 했는지는 수업의 질과 개별학습의 수준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서울대의 앞의 보고서에 실린 다른 세특 예시자료를 보면 이 점이 드러납니다.

‘조별 토너먼트 토론’ 수업에서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토론을 함. 토론 전에는 찬성 측 입장의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였고 토론에서 반대 측 기조연설을 함으로써 조리 있고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고 반박함. 이후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설득하는 글쓰기 활동에서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작성하여 읽는 이를 설득함과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정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함.

위 세특에 의하면 국어과 성취기준에 해당하는 토론 준비도 잘 하고, 주장을 잘 펼쳤으며, 글쓰기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할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했던 활동으로는 고차원적 지식·정보를 탐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죠. 서울대를 지원한 학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대가 교사 자문을 받아 제시한 자료이니까요. 그런데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능동적으로 학습함과 능동적으로 학습하지 않음으로도 합불이 구분되는 대학에서는 ‘했는가’가 중시됩니다.

이렇게 보면 학생이 학생부에서 교과 세특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입니다. 그때그때 배우는 과목에서 능동적으로 충실하게 학습하는 겁니다. 개념·원리를 익히고, 교과서의 학습활동을 해보고, 수행평가 과제를 충실히 하고, 스스로도 탐구활동을 하는데, 말이나 글로 발표하고 성찰하는 활동으로 마무리지으면 됩니다.
탐구활동을 할 때 관련 자료를 찾을 때에는 독서도 잊지 마시고요.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지원 포털의 FAQ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Q> (중등)교과학습발달상황(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도 독서활동을 입력할 수 있나요? 입력할 수 있다면 어떻게 입력하나요?
A> 성취기준에 따른 수업의 일환으로 단순 독후활동(감상문 작성 등) 외 교육활동을 전개한 경우, 학생의 실제적인 역할과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 특기할 만한 사항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함께 학생부 기재와 관련한 유의사항을 참고하세요.

▶ 정규교육과정의 교과 성취기준에 따라 수업 중 연구보고서(소논문) 작성이 가능한 과목은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 과목 및 학생에 대하여 연구보고서(소논문) 실적(제목, 연구 주제 및 참여인원, 소요시간)을 제외하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재할 수 있습니다. 연구보고서(소논문) 작성 가능 과목은 수학과제 탐구, 사회문제 탐구, 융합과학 탐구, 과학과제 연구, 사회과제 연구 등 5과목입니다. 그러나 이 과목들만 수강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사회과목을 거의 수강하지 않고 사회문제 탐구, 사회과제 연구 과목을 수강해서 보고서를 썼다면 근거 없는 보고서로 낮게 평가됩니다.

▶ ‘수업량 유연화에 따른 학교 자율적 교육활동’ 관련 내용을 해당 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또는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교과와 연계된 활동은 해당 과목 세특에, 특정 과목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별 세특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개인별 세특에 입력하면, 각 과목의 세특 기재 최대 글자수 500자 이외에도 개인별 세특 500자가 추가되는 것입니다. 학교는 학기별로 1주일 정도의 시간을 자율적 교육활동 시간으로 할애하고 이 기간에 했던 활동을 교과세특에 기재합니다. 학생들은 이 기간의 활동에 잘 참여해야 합니다.

▶ 학생이 작성하여 제출한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행위는 금지입니다. 또한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에게 작성하게 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입니다. 이 사항은 2019학년도부터 소위 셀프 학생부를 금지한 규정에 따른 겁니다. 학생부 기재를 청탁할 수 없습니다. 「청탁금지법」 제5조제1항제10호는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 청탁 대상 직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교과학습과 창체활동을 어떻게 얼마나 실시하고 평가할 것인지를 정해서 학생이 이에 따라 학습하고 활동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니 학생이 학교의 교육 계획을 따라가고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독서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부를 잘 관리하는 길입니다.

참고자료
교육부 17개 시·도 학생부 공동관리위원회(2019). 무뤂 탁! 학생부 길잡이
교육부(2022). 2022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고등학교)
서울대학교(2020).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내실화를 위한 교사 자문 결과 보고서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지원 포털 (https://star.mo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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