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68) - 대입제도개편사 (28) 2011년의 2014 수능 개편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2.26 16:51 의견 0


영역 이름을 바꾸고 수준별 시험 도입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2009.12.23.)에 따라 2011학년도에 고등학교 입학하는 학생이 응시하게 될 2014학년도 수능을 개편하게 되었다. 수능 개편을 위하여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 (총괄위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를 2009년 10월에 구성하여 2010년 8월까지 운영하고 시안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가졌다.
시안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개편안의 특징을 볼 수 있다.⓵

수능 두번 볼 수 있고 과목수 확 준다

(앵커) "201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수학능력시험 응시 횟수가 연 1회에서 2회로 늘어납니다. 또 응시과목 수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이규엽 기잡니다. "

(기자)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는 오늘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에서 세미나를 갖고 201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이고 응시과목 수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수능체제 개편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이 제안한 개편안에 따르면 2014학년도부터 수능이 복수시행 체제로 전환돼 응시 횟수가 연 1회에서 2회로 늘어납니다. 수년간 학습한 내용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해 진로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2회 시행할 계획입니다. 응시영역은 현재의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각각 국어, 수학, 영어로 이름이 바뀌고 난이도에 따라 국어 A/B형, 수학 A/B형, 영어 A/B형으로 구분됩니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의 난이도이고,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 범위가 좁고 훨씬 쉬운 수준이며 수험생은 자신의 학력수준과 진학할 대학의 계열 등에 따라 A형과 B형 중 선택해 응시할 수 있습니다. 탐구영역은 유사 분야끼리 시험과목이 통합되고 응시과목수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사회탐구를 예로 들면 지금은 윤리, 국사, 한국지리, 경제지리, 세계지리, 한국근현대사 등 과목수가 11개나 되고 이 중 최대 4개 과목을 선택하게 돼 있으나 지리, 일반사회, 한국사, 세계사, 경제, 윤리 등 6개 과목으로 통합해 이 중 1개를 선택해 응시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탐구도 현재 물리I.II, 화학I.II, 생물I.II, 지구과학I.II 등 8개 과목에서 최대 4개 과목을 선택하지만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4개로 통합해 이 중 1개를 선택하게 할 계획입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대입 반영 비율이 다른 영역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읽기 중심의 수능으로는 실질적인 제2외국어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수능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중장기 대입 선진회 연구회는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까지 교과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고 다음달 권역별 공청회를 한번 더 열기로 했습니다. 교과부는 이를 토대로 10월 말 정부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입니다.”

라고 요약하였는데, 긍정적 반응뿐 아니라 부정적 반응도 담아 보도했다.


“중2 아들을 둔 김기호(49)씨는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개편되더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수능제도를 너무 쉽게 바꾸면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중3 김수진(15)양도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원래 하던 방향으로 계속 공부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본다"고 했다. 중3 학부모 박경숙(50.여)씨는 "같은 달에 두 번 시험을 보면 수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 같다. 1학기와 2학기로 시험을 나누는 편이 더 낫다"고 제안했다.” 등이다. ‘수능제도를 너무 쉽게 바꾸면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은 수능이 쉽다고 학습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보인다. 수능이 쉬워지면 한두 문제로 결과가 달라지므로 부담은 줄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개편 내용이 담긴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을 2011년 1월에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을 국어, 수학, 영어 영역으로 이름을 바꾼 것, 수준별 시험 도입, 교과 중심 출제, 국어, 영어 문항수 축소, 국어 듣기 폐지, 사회·과학 탐구 영역 2과목 선택, 직업탐구 5개 시험 영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담았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교과 중심 출제를 하겠다는 의도와 궤를 같이 한다. 이로써 수능은 수학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시험에서 다시 학력고사로 돌아갔다는 평을 들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수능 해당 과목은 <표>와 같다. 이 과목 중 일부가 수능 과목에 해당되었다.


수능 개편은 표와 같이 제시되었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한다고 했으며, 직업탐구 5과목은 통합과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험범위를 정했다.

국어 A형은 교육과정에 제시된 국어 교과의 Ⅰ과목 수준으로 하되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출제, B형은 교육과정에 제시된 국어 교과의 Ⅱ과목 수준으로 하되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출제한다. 듣기평가는 지필평가로 대체한다.

수학 A형은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기본으로 하고 B형은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로 한다.

영어 A형은 영어, 영어Ⅰ로, 국가영어능력평가의 3급 시험 수준과 유사하게 출제, B형은 영어Ⅱ, 영어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로 국가영어능력평가의 2급 시험 수준과 유사하게 출제한다. 듣기문항수를 17문항(34%)에서 25문항(50%)으로 확대한다.

탐구영역은 최대 선택과목 수를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축소하고 시험 과목은
▪사회 : 한국지리, 세계지리,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10과목 중 2개 선택)
▪과학 : 물리Ⅰ, 물리Ⅱ, 화학Ⅰ, 화학Ⅱ,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8과목 중 2개 선택)
으로 한다. 문항수, 응시시간, 배점은 현행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추가연구를 통해 변경 가능하다고 열어두었으며, 추가연구를 거쳐 2011년 중 확정하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수능에서 탐구를 2개 과목만 응시하도록 하면, 관리자나 학부모가 분명히 개설 과목수와 이수단위수를 줄이라는 요구가 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2014 수능 개편방안에서는 수리의 경우 대체로 이공계열 학생은 수리 가형, 인문사회계열 학생은 수리 나형에 응시하나 언어, 외국어는 구분 없이 1개 수준만 제공하여 선택권이 제한되고 필요 이상의 수험부담을 주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발표했다. 필요 이상의 수험 부담을 준다는 의미는 이공계열 수험생이 언어, 외국어 시험에 부담이 되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과 맞물려 있으므로 이 학생들의 수험 부담을 줄여주어 이공계 기피현상을 줄인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영역별 응시자를 보면 이공계 지원자가 매우 적었음을 알 수 있다.

▲수능 영역별 응시자(서울교육연구정보원(2011). 2012대입진학지도의 방향 58쪽 표 참조)

언론에서도 이런 점이 언급되었다.
“수준별 시험을 치르는 데는 이공계 학생에 대한 배려도 고려됐다. 지금까지는 출제범위가 넓은 수리가형을 보는 이과생들만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따라서 개편안을 적용해 수학B와 국어A를 선택하는 이과생은 국어 공부 부담을 그만큼 줄이게 된다.”⓶

이공계 기피 현상은 공부 부담뿐 아니라 더 많은 원인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공부 부담으로 이공계 학급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입시 부담을 줄여 회복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한국대학신문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일반계 고교 고3 학생의 문·이과 비율은 5.2대 4.8로 거의 균형을 이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2009년)는 문·이과 비율이 6.2대 3.8로 문과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⓷

A/B형 수준별 시험은 A형이 쉽고 B형이 어렵다. 학생은 국어와 수학에서 B형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B, 수학A, 영어B, 사탐(2과목)으로, 자연계열의 경우, 국어A, 수학B, 영어B, 과탐(2과목) 으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어는 주요 대학 지원자라면 계열에 관계없이 B형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고 보면 자연계 학생의 경우 출제범위가 줄고 난이도가 쉬워진 국어A형을 응시하게 되어서 시험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4년 대입을 앞두고 현장은 A/B형 선택을 두고 혼선을 빚었다. 선택을 열어둔 결과 유불리를 따져 선택하게 되어 쉬운 A형 선택이 어려운 B형 선택보다 더 좋은 표준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3년 6월 모의평가를 치른 뒤의 언론의 기사에서 혼란의 양상을 알 수 있다. ⓸

이러한 혼란으로 인하여 수준별 수능은 2015에서는 영어 수준별을 폐지하고 2017년 국어 수준별을 폐지했다.

<참고자료>
교육과학기술부(2011).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 2011.01.

◆◆◆ 각주 ◆◆◆

⓵연합뉴스(2010). 학생·학부모 “수능 두 번 좋지만 부작용도 걱정 ”2010.08.19.
https://www.yna.co.kr/view/AKR20100819128800004
⓶연합뉴스(2010). ‘대수술' 2014 수능 어떻게 바뀌나. 2010.08.19.
https://www.yna.co.kr/view/AKR20100819076600004
⓷한국대학신문(2010). 이공계 이대로 위기인가(1). 2010.09.13.
http://www.unn.co.kr/News/Detail.asp?nsCode=64331
⓸한겨레(2013). “수능 A·B형 얼마나 다른지 확실하게 느꼈다”. 2013.06.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912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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