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29) - 생성형 AI 시대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3.05.22 15:14 | 최종 수정 2023.05.30 23:34 의견 0

챗GPT가 모든 질문에 답을 하게 되면서 교육계가 어수선합니다. 챗GPT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구글의 바드 등도 같은 기능을 합니다. 카카오톡에서도 아숙업(AskUp)이 같은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질문에 답을 하는 생성형 AI입니다.


교육에서 인공지능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2011년 IBM의 왓슨이 퀴즈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이어서 환자의 진료에 사용되고부터입니다. 그 사이 우리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육가정을 개정하면서 인공지능과 같이 사는 역량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 다음해인 2016년에는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국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의 신과 같은 실력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실력이 출중해서 도무지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바둑에 한정되어 경탄과 함께 한정된 관심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가 모든 질문에 답을 하는 챗GPT가 나타나자 인공지능이 일상에서 같이 하게 된 것을 실감하게 된 겁니다.

과제를 할 때나 궁금한 일이 있을 때, 인공지능에게 마구 질문을 던지면 답을 합니다. 바드에게 물었습니다. (조사를 ‘에게’로 쓰면 동물로 인정한다는 건데요. 바드는 동물인가 회의가 듭니다.)

“6월 모의고사를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드가 답을 주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는 수능을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척도입니다. 6월 모의고사를 잘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부에 집중하세요. 6월 모의고사는 수능 1년 전이므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모의고사 일정에 맞춰 공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철저히 실천하세요.(이하 생략)”

바드의 답장 일부입니다. 전체 답이 궁금하시면 한번 물어보세요.
그런데 ‘수능 1년 전이므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라는 답은 맞는 말이 아닙니다. AI가 주는 답은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만한 답을 주는 것이 신기합니다.

요는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나 과제를 할 때, 연구자가 논문을 쓸 때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에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낸 국제교육동향 2023년 1호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생성형 AI가 널리 퍼질 것이므로 ‘학교와 고등교육기관 교육자에게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과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이어서 ‘교육자는 생산성 AI의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기술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지도’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AI로 대치할 수 없는 ‘개념 이해와 새로운 역동적인 상황에 대한 적용, 자기 주도적이고 협업적인 학습, 창의적인 사고, 관계관리, 이종문화 기술과 같은 중요한 학습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영국의 동향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활용하려면, 먼저 학생들은 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또한 지적 역량이 발달되어야한다'며, ‘지식이 풍부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무슨 지침을 만들게 되겠지만 아직은 준비 중인가 봅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탁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4월 22일자 조선일보에서는 ‘학교, 이제 국·영·수 말고 언·수·디·리에 집중하자’는 제호의 가사가 실렸습니다. 조선일보사에서 주최한 미래사회 교육 컨퍼런스에서 송승헌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가 주장했다고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기초 소양으로 언어 소양, 수리 소양, 디지털 소양을 들었습니다. 포럼에서는 교육과정에서 기초소양으로 정한 것 이외에 리더십을 포함시켰습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디지털을 유창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지식이 풍부해야 생성형 AI에게 잘 물을 수 있고 진위 판단도 잘 할 수 있으므로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와 개념,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내비게이션 없으면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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