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85) - 기업가정신이 필요해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7.18 14:55 의견 0

2010년에 나온 댄 세노르와 사울 싱어의 《창업국가》라는 책에서는 2007과 2008년 사이 이스라엘만 벤처 기업의 숫자가 늘고 있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수가 한국보다 이스라엘이 21배나 많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2010년이라면 창업을 강조하였다 해도 우리 사회 전반에서 변화가 보이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직업이 빠르게 생겨나고 없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과 2014년에 2015개정 교육과정이 연구될 때 우리 사회 변화를 이끈 사건은 단연 2011년부터 시작된 LTE의 상용화였습니다. ‘이제는 검색의 시대가 되었다. 지식뿐 아니라 목적지에 가는 수단을 검색하고 고속열차표를 예매하기 시작했다. 은행갈 일이 없어지고 생필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자 배달업이 늘었다. 이로 인하여 직업 구조도 바뀌었다.’와 같은 이야기가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같은 해인 2011년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추모 열기와 IBM의 인공지능 왓슨의 등장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융합인재의 표상이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교육과정이 융합인재를 기르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데 70% 가까운 지지가 나왔었습니다.

2022개정 교육과정으로 개정하는 사이에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가 대국을 해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해서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더 빨리 온라인 사회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이런 영향으로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사이에 코로나 우울증을 온라인으로 상담해주는 직업이 생겨났고, 개인운동 교습도 온라인으로 화면 앞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박경수 작가는 그의 책 《언택트 비즈니스》에서 ‘100년의 비즈니스가 무너진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분야별로 상세하게 분석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우선 부모나 학교가 아이의 미래에 대하여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가 없을 것이라는 문제입니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지금 있는 직업이 유지될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2011년에 만들어진 인공지능 왓슨의 오진율은 사람 의사의 오진율보다 낮다고 했습니다. 왓슨보다 똘똘한 미래의 인공지능은 의사의 일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인 교사 역시 지금의 교사와는 다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꿈꿀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 때 진로를 확정하고 진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 대입 학종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하는데, 현재 진로 목표가 미래에 유효하지 않다고 하면 진로를 정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는 전공적합성보다는 공부 방향을 정해서 노력하는 계열적합성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범위의 꿈이 아니라 넓은 영역을 두고 공부해 나갈 수 있는 꿈을 꾸자는 뜻입니다.

이제는 학생의 진로희망을 구체화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이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있지도 않을 직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미래 직업을 이루기 위해 매진했으나 정작 미래에는 그 직업이 없어져버렸다면 학생의 진로희망은 의미가 없습니다. 예컨대 데이터마이닝이 직업으로 유망하다고 해서 데이터마이닝에 국한해서 공부를 하게 되면 데이터마이닝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 뒤에는 데이터마이닝을 구현하는 일은 직업으로 유효하지 않게 됩니다. 이미 기업에서 온라인 판매 시스템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면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기업이 유용한 데이터 분석 자료를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본기를 익혀야 하고, 미래 직업보다 창업·창직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본기는 2022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의하면 언어소양, 수리소양, 디지털 소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소양은 모국어와 외국어 능력입니다. 모국어와 외국어로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일이 능숙해야 합니다. 수학이 만들어 놓은 현대사회에서 수학을 모르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집니다. 수학이 싫어 영문학과에 진학했다는 고려대 남호성 교수는 음성학을 하다 보니 수학이 필요해서 다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영문학 전공자인 남 교수가 쓴 책 제목은 《수학을 읽어드립니다》입니다.

디지털 소양이 필요하다는 점은 개발자 수준은 아니더라도 디지털을 잘 이용하는 능숙한 이용자 수준의 소양은 갖추어야 함을 말합니다. 그런데 디지털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므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대상이 나올 때마다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직업은 고정불변한 상태로 있지 않으므로 창업과 창직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창업·창직 정신은 달리 말해서 ‘기업가정신’ 또는 ‘앙트레프러너십(enterepreneur ship)’이라고 합니다.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정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정신은 창업가뿐 아니라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해도 반드시 필요한 정신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가 진로교육을 할 때 창업과 창직을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학교에서도 창업과 창직에 대한 교육이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초·중·고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창업과 창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성호철과 임경업 기자가 쓴 《창업가의 답》같은 책에서 당근마켓 등 여러 창업자의 성공 사례를 보면 창업에 대해 마음이 끌릴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활동 경험을 해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창업 체험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육부는 <진로교육정보망서비스>라는 포털을 만들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남호성(2021). 수학을 읽어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댄 세노르, 사울 싱어(2010). 창업국가. 다ᄋᆞᆯ미디어. 윤종록 옮김
박경수(2020). 언택트 비즈니스. 포르체
성호철, 임경업(2021). 창업가의 답.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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