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90) - 문해력(3) 선배의 조언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8.05 17:05 | 최종 수정 2024.08.05 17:08 의견 0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독서-토론-논술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은 오래 전부터 유효했다. 20년 전 수시 1학기 모집이 있을 때 고려대학교에 합격한 정유진 학생의 조언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수시 1학기 모집은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반영하여 선발했었다. 단 외부상과 외부 체험활동 등도 비중 있게 반영되었기 때문에 외부 논술 대회 수상은 큰 영향력이 있었다. 학생이 논술대회에서 수상하기까지 노력했던 이야기는 현재 학생들에게도 유효하다.

저는 어려서부터 책을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고3이 되어서도 한 달에 4권 이상은 읽습니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을 많이 봐야 하는데, 좋은 문장은 전문가들이 지은 전문 서적에 많이 있습니다. 특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고3의 경우, 자신이 지망한 학과에 관련된 전문서적 2~3권 정도는 충분히 섭렵해야 합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각종 연구소에서 나온 책입니다. 전 경제학과를 가기 원했기 때문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매달 나오는 책을 보았습니다. 부동산, 노령화 등 많은 시사적 문제를 다루고 심층적인 분석까지 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것 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해도 자신이 비판해볼 줄 알아야 합니다. 꼭 반대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근거를 생각해 보세요. 저는 책을 다 읽은 후 책을 덮고, 공책에 내가 읽은 것에 대해 써보았습니다. 잘 써지지 않거나 정리가 되지 않으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닙니다. 그다음, 지은이가 내세운 주장에 대한 근거들에 대해 하나하나씩 비판해 봅니다. 논술은 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타당성 있고 설득력 있기만 하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많이 반복해야만, 어떠한 논제가 나와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논술글을 쓸 때 유의사항도 제시했다. 논술글을 쓸 때뿐 아니라 시험과 관련한 모든 글을 쓸 때 적용되는 조언이다. 평범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눈에 띄는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은 눈이 번쩍 떠지는 조언이다.

제가 고대 시험을 보러 갔을 때 정말 많은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정경대학의 경우, 24명을 뽑는데 1,200명 이상이 시험을 쳤습니다. 제가 본 시험에서 언어 논제는 주제 찾기가 쉬운 편이었습니다. 주제가 쉽다면 우선 일반적인 답안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즉 다른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을 예측해봐야 합니다. 교수들은 매우 많은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눈에 띄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이 결론은 간단명료해야 하고 근거가 뚜렷해야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드러나야 합니다.

반면, 논제가 매우 어렵다면, 주제찾기가 힘들더라도 기죽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명확하게 제시하세요. 논술은 답이 없기 때문에 근거만 명확하고 제시문과의 연관성이 뚜렷하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논제가 쉽든, 어렵든 제시문을 읽은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브레인 스토밍’입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인데, 주제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연상해보고 주장과 근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머리에서 아이디어를 잘 꺼내야 한다. 아이디어를 꺼내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많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머리에 쌓인다. 이런 문해력 높이는 방법은 이미 학교 수업시간에도 지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낯선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문해력 향상 계획을 짜보자. 문해력을 높이는 왕도는 실천에 있다. 시험에 나오는 영어 속담으로 말하면,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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