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84) - 학군지로 전학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6.24 12:12 의견 0


‘학부모로부터 질문을 10개쯤 받았는데 그 중 절반이 고등학교 선택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 중 몇은 학군지 전학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이었다. '학군지'는 학군에 따른 지역을 뜻하므로 평준화 지역 중 학군이 나뉜 곳에는 학군지가 있지만, 지금은 ‘좋은’ 학군 지역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표준대사전에 등재된 어휘는 아니다. 그런데 학군지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생 자녀 이야기는 아니다. 온라인에서 검색을 해보면 학군지 학교는 중학교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니 학군지 전입을 물어오신 학부모는 초등학교 학부모였을 것이다. 초등학교도 고학년이 되면 전학한 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를 위해서 전학하려고 한다면 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선생님 아이라면 어떻게 하실래요?”
“저야 제가 사는 동네 학교에 보내죠.”
“사시는 동네가 혹시 학군지 아니에요?”
“아닙니다.”


2019년 <머니투데이>에서 ‘인구 콘서트’라는 행사를 했었다. 나도 발표자로 참가했었는데, 내 뒤에 순서가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앞으로 나타날 인구구조는 거의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사회가 눈앞인데 대학을 잘 간다 해서,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가 계속된다고 자녀 교육에 쏟아붇는 것이 현실적인가?”라고 발언했다고 보도되었다. 경제력을 자녀에게 집중하다가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하면 불행하게 된다는 경고인데, 이런 경고는 많이 들어서 새롭지는 않다. 사실 학군지 전입은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싼 월세나 전세를 구해 전학을 시켰는데 아이가 적응을 잘 해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후회막급인 상황이 된다고들 한다.

위로가 되는 사실은 모든 우수한 학생이 학군지 출신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 초·중학교 때부터 많이 모이므로 좋은 대학에 가는 학생이 많을 뿐이다. 우수한 학생이 모인 학교에 비하여 리더십도 발휘할 기회도 많고 선생님의 눈길을 한 번 더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학생도 많다. 우수한 학생은 스스로 굴러가는 학생이라는 점에서 보면 보통 학교가 스스로 굴러가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공부 면에서 봐도 별 문제가 없다. 모든 대학 입시는 보통교과 중에서 어려운 과목에서 만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말하자면 국어, 영어 잘하고, 수학은 미적분Ⅱ까지 잘하고, 과학은 물리 교과인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화학 교과인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 사회의 세계 시민과 지리, 세계사 등을 잘 배웠는가에 달려 있다. 이 과목을 잘 배웠다는 것은 이 과목들의 개념·원리를 잘 알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고 활용한 경험을 갖는 것을 말한다. 글과 말로 발표를 잘하는 것까지는 중요하다. 이런 경험은 모든 학교에서 할 수 있다.


학군지가 아니면 수능 고난도 문제를 안 풀어준다면서요?

그럴 수 있다. 원하는 학생이 없으면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수능 만점 맞고 정시로 대학 가야 하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환경은 학군지일 수도 있고, 특목고나 자사고 또는 전국단위 비평준 일반고일 수도 있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 학교일 수도 있다. 모든 정보는 내게 맞아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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