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83) - 어떤 고등학교가 유리해요?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6.17 09:10 의견 0

학부모로부터 질문은 10개쯤 받았는데 그 중 절반이 고등학교 선택에 관한 질문이었다.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이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 보인다. 융합 인재 시대에 모든 과목을 골고루 배우는 일반고가 가장 시대 정신에 맞는 선택이라고 답을 하지만 그 답으로는 학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과거에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 길로 들어서면 삶의 행로가 달라지는 큰 선택 기회가 세 번 있었다.

고등학교 가서 문과냐 이과냐 선택하는 것. 그 이전에 고입에서 진학계 고등학교냐 직업계 고등학교냐를 선택하는 기회가 있지만 이 선택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첫 선택은 대부분 문과냐 이과냐에서 만났었다. 문이과 구분이 없어진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다음 선택은 대학과 학과를 정하는 선택이다. 학과를 대학 입학 이후에 정하는 자율전공 선택 선발이 늘어나면 대학을 정하고 전공은 나중에 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어떤 분야의 공부를 할지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는 정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나 창업을 하게 된다. 사회 첫발을 어떤 직장에서 시작하느냐도 인생을 바꾼다.

마지막 선택은 배우자를 결정하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문·이과 선택, 대학·학과 선택, 직업 선택, 배우자 선택이 과거에 중요했던 선택이었다. 지금은 고등학교 선택, 학습할 과목 선택, 대학·학과 선택, 직장 선택이 핵심이고 배우자 선택은 옵션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첫 번째 선택이 고등학교 선택이다. 그러다보니 유난히 어떤 고등학교가 유리한가하는 질문이 늘었다.


질문 1.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영재학교·과학고와 일반고 중 어느 학교에 가는 것이 유리한가요?

영재학교는 3년 동안 대학교 2학년 수준의 수학·과학을 배우고, 영어도 일정 수준이 되어야 졸업이 된다. 국어와 사회는 조금 배워 학점 부담은 적지만 문해력은 기본 능력이니 못하면 곤란하다. 영재학교에 진학해서 학업에 부담이 된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과학고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조기 진학을 한다. 과학고 2학년까지 배우는 과목은 일반고 과목과 대학 1학년 과목 수준이다. 수학·과학 시간은 많고 진도도 빠르다. 국어, 영어 시간은 일반고에 비해 매우 적다. 그래서 과학고 가려면 영어를 잘하는지가 판단 기준에 포함된다.

의대 진학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모두 어렵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간혹 있다. 엄마의 적극적 보살핌이 공부의 동력이었던 학생이 더 심하다. 주중에는 학원 다닐 수는 없다. 따라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있는 학생이 잘 버틴다. 물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가고 싶은 영재학교·과학고를 방문하면 가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대부분 건물이 깨끗하고 시설이 좋다. 그런데 가서 공부를 잘해내느냐는 개인적 차원이다. 입시에 유리한가에 답하기는 어렵다. 과학고에 떨어져 일반고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서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질문 2. 입시제도가 바뀌면 자사고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10%가 1등급이면 자사고에서도 1등급이 되기 쉬우니 유리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8학급에 25명씩 200명이 있는 자사고가 있다고 치면 모든 과목에서 20등을 하면 1등급이 될 줄 알지만 선택 중심 교육과정은 그렇지도 않다. 공통과목은 200명이 동시에 수강하지만 선택과목은 수강 인원 편차가 클 것이다. 20명이 수강하는 과목이라면 1등급은 단 2명에 불과하다. 공부를 잘해서 어떤 경우에도 1등급을 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대부분 학생은 숫자로 보면 유리하지 않기가 변함이 없다. 교과전형은 등급 좋기 어려운 자사고는 지금도 기회가 없으니 셩적 산출 방식이 달라져도 같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전형으로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반고에서 전 과목 1등급인 학생에 비하면 유리할 것이 없다.

종합전형은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니 이 전형 역시 현재와 다르지 않다. 수강한 과목을 고려하고 수강자수와 평균에 비하여 원점수를 보면서 학생의 학습 상황을 평가하는 방식은 오히여 석차 등급이 덜 중요하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일부 자사고 학생은 수시에 논술전형 위주로 지원하고 정시를 공략한다. 이 역시 현재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입시제도가 달라진다고 유리할 것이 별로 없다. 사실 2028 대입에서 수시와 정시가 있고, 학생부 위주 전형과 논술 위주 전형이 있으며, 정시는 수능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보면 대입제도가 달라졌다고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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