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81) - 좋은 대학 가기 세번째, 세특에 적힐 만하게 공부하기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6.03 09:10 의견 0


좋은 대학에 가려면 1단계는 어느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이다. 대학을 먼저 정하든, 전공 분야를 먼저 정하든 순서는 상관이 없다.

‘국어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최현배 선생님의 길을 따라가고 싶으니 연세대를 가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거나, ‘나는 서울대를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거기서 에너지를 공부할 거야.’라고 마음먹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고등학교에서 공부할 과목을 선택하는 단계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전 단계를 선택해서 배워야 한다. 에너지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전자기와 양자>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적어 석차등급이 잘 안 나올까봐 선택하지 않고 동아리활동에서 공부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대학입학사정관은 학생의 학교교육과정을 참고하여 그 과목이 편성되었는데 학생이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다음 단계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에 적힐 만한 공부를 하는 단계이다. 성취 정도는 숫자로 나타나는 것과 문장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문장으로 된 세특은 숫자의 의미를 밝혀 준다.

<전자기와 양자> 과목에서 학생이 원점수 95점을 받았는데 성취도는 A이며, 석차등급은 2등급이고 평균은 70점이며 수강자수는 20명이었는데, 공통과목의 수강자수는 100명이었다면 이 학생은 100명 중에서 <전자기와 양자> 과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20명이 선택한 중에서 95점을 받았고 1등급은 2명이었으니 그 다음 성적쯤에 해당하겠지만 더 잘 한 학생과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이므로 숫자상으로는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는 세특에서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확인하여 학생의 성취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그래서 세특이 중요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한 교수·학습에서는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한다. 깊이 있는 학습은 ‘단편적 지식의 암기를 지양하고 각 교과목의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내용 요소가 연계된 학습'을 말한다. 이를 통하여 학생은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하게 되고 ‘학습 내용을 실생활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적용’하는 학습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교과의 고유한 탐구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학습 과정과 학습 전략을 점검하며 개선’하여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함양하라고 하였다. 이 사항을 염두에 두고 학습을 하면 해당 과목을 잘 공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진로·학업 설계 지도 안내서」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이 책자에서 고등학교 교과목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 과목마다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전자기와 양자> 과목을 예를 보자.

학생이 이 과목을 배운다면 어떤 교과지식과 개념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학습활동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나면 어떤 가치·태도를 갖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학생이 지식⋅이해를 확실하게 했다면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과정·기능에서 제시한 학습활동을 했다면 역시 발표와 토론을 통하여 깊이를 드러냈을 것이다. 학습 과정에서 관련 도서를 읽은 기록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습한 결과가 세특에 기록되면 점수와 함께 학생의 학습 상황을 입학사정관이 평가한다.

특히 과정·기능 부분이 평가의 비중이 크다. 탐구하고 탐구 결과를 표현하고 학습 상황과 결과를 성찰하는 활동이 학습의 중점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웹진 아로리에 실린 최원욱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억에 남는 실험으로는 전자기유도의 실험에 관해서 코일과 좌석의 움직임이 한 두세 가지로 정해진 실험이었는데 저는 이제 거기에서 벗어나서 자석을 코일 바깥에서 움직여 본다든가 혹은 코일을 겹쳐서 실험해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좀 더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시도한 실험들이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실험 도구라든가 실험 시간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고 또 그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실험을 즉흥적으로 고안해 내고 즉흥적으로 측정을 하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분명히 수확이 있었고 그러한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해 보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과 내용을 그저 따라가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과 내용은 여러분들에게 학습의 뼈대를 제공합니다. 거기에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은 여러분들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학생의 호기심과 공부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공부 실천 상황이 잘 드러나면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참고문헌>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24). 진로·학업 설계 지도 안내서. 연구자료 ORM 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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