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80) - '문제는 수능이다!'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5.27 09:10 의견 0

지난 4월 말부터 MBC는 <교실 이데아>를 통하여 선택형 시험,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하 IB)교육과정이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IB교육과정은 교과 지식을 배우고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탐구활동을 하는 동안 학습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교육한다. IB에서는 ‘디플로마 프로그램(Diploma Programme, 이하 DP)은 16세부터 19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심화 대입 과정’이라며 ‘DP는 2년에 걸친 폭 넓은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이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으며 공감할 줄 아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하였다.

IB의 학습자상에서도 ‘탐구하는 사람’을 첫째로 내세웠다.
우리 교육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추구하는 인간상에서는 자기주도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을 표방하여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이 많은 사람을 추구하는 IB와 맥이 닿아 있다.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을 표방하여 배려심이 많으며 공감할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IB와 유사하다.

우리 수업도 당연히 교과 지식을 잘 배우고 지식을 활용하여 탐구하면서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하도록 교육과정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IB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 IBDP를 이수하는 학생들은 애초에 수능 공부를 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탐구 중심의 학습을 한다. IB에서 밝히고 있듯이 DP는 심화 대입 과정인데, 우리나라에서 IBDP과정을 배우는 학생들은 11월에 IB본부에서 주관하는 평가에 응시해야 해서 수능을 보기가 어려워 대입은 수능 최저 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치러야 한다. IBDP 과정에 지원한 학생들은 수능을 안 보게 된다는 점을 알고 고등학교 생활을 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으로 학습하는 어떤 학생도 수능을 안 보고 수능 최저 없는 학종으로 대학에 갈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 한정된 정시 수능 전형 40% 이상 유지 정책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수시에서는 수능으로 최저학력 기준을 설정하였고, 정시에서는 수능이 주요 전형 요소이며 이 전형으로 수시 이월 인원까지 합하면 50% 이상의 학생을 선발하므로 수능을 포기하고 대학에 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그런데 정시 확대로 수능이 중시된 것은 2019년 11월, 대입전형 공정성 강화 조치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우리 교실도 IBDP처럼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탐구하고 발표하는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시 전형이 확대되자 교실은 수능을 대비하는 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심지어 교실 뒤에서 인터넷 강의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는 학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수능 공부는 학생의 역량을 기르는 학습과 거리가 멀다. 모 선생님은 SNS에 수능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은 글로 짚었다.

“<공자와 플라톤은 구성원의 역할이 분담되면 자연스럽게 이상적 국가가 실현된다고 본다> 나는 처음에 이 문장이 왜 틀렸는지 몰랐다.

해설을 보니 공자와 플라톤은 이상적 국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맞는 덕목을 갖추고 충실히 임하여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가만 이게 뭐가 다른 말이야?

자세히 보니 역할을 분담만 하면 안 되고 각자가 역할에 충실히 임해야 하고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모두가 열심히 해야’라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푸는 학습은 학생의 역량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선행해야 할 정책은 IB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보다 수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능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대학의 실정에 맞게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하면 저절로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전형의 균형이 생기게 된다. 지난 1월 서울대는 장기적으로 정시에서도 수능은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를 평가하여 선발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것을 포럼에서 제안하였는데, 우리 교실이 학생의 미래 삶을 돕는 ‘역량 함양 교육’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정시 40% 유지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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