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52) - 대입제도개편사 (13)2008 대입개선 최종안과 죽음의 트라이앵글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3.11.06 17:56 | 최종 수정 2023.12.26 15:26 의견 0

2008 대입 개선안은 공청회를 거쳐 2004년 10월 28일에 발표되었다. 대입뿐 아니라 2006년부터 교사의 교수‧학습계획과 평가계획·내용·기준을 학교 홈페이지 등에 사전 공개하여 평가의 신뢰도를 제고하며, 교원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0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보도자료에서

2008학년도 이후의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이 정착되면, 학교교육의 과정 및 결과가 중시되는 반면, 수능시험의 영향력이 약화되어,
▸ 학생들은 단순한 문제풀이식 공부보다는 풍부한 독서 및 특별활동이 가능하게 되고, 학원보다 학교교육을 중시하게 될 것이며,
▸ 고교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게 되고, 교육여건 개선으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 또한, 특목고의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화되어 해당 분야의 잠재력을 가진 우수인재를 길러 국가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대학은 학생선발의 전문성‧자율성 제고와 함께 학교목적에 부합하는 잠재능력을 갖춘 학생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게 될 것이다.
- 이에 따라 ‘선발경쟁’보다는 잘 가르치기 위한 ‘교육경쟁’으로 전환되어 대학의 경쟁력도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정부는 대입전형의 대학 자율 원칙에 따라 세부적인 전형에 개입하지 않고, 공정한 대입전형 관리자로서 대입제도의 안정적 정착 및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 했다.

▲2008학년도 대입과 이전 대입 비교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이 방안을 바탕으로 각 대학은 전형계획을 마련해야 했는데, 대학은 이 방안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교사들도 긍정적인 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였으며, 입학사정관에 의한 학생부 평가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2008 대입 개선이 벽에 부딪친 것은 입학사정관제를 몰랐기 때문이고, 대학도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생님의 반응 중 하나.

수능이 등급화되면 중, 상위권대학 대학은 수능을 자격조건으로밖에 쓸 수 없죠. 변별력이 없으니까. 그러면 수능보다는 내신이 중요해지는데, 그러니까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게 될 거다, 교육이 정상화될 거다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문제가 쉽지 않은 겁니다.

수행평가는 부모 몫이 될 가능성이 있고,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 문제로 남을 겁니다. 또 수행평가에 준비물 점수를 반영하는 학교가 많은데 준비물 챙겨가지 않아 감점당해서 대학 못 가게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교육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현재 대학에서 내신을 반영할 때, 수시는 학교 등급을 고려하는 듯하고 정시는 매우 느슨하게 반영할 뿐 아니라 전 과목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반영 과목 많은 대학은 아이들이 지원을 안 하려고 하죠. 그래서 대학도 전 과목을 반영하기가 어렵대요. 하여간 내신이 어떻게 변해도 모든 수업시간이 충실하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그렇다면 대학은 학생 선발을 위하여 수시 모집 비슷한 구술, 논술을 보려 할 텐데, 이게 학교에서 대책이 없는 거죠. 수시 모집의 학업적성시험, 논술시험 등은 준비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르칠 능력이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결과는 논술학원 키우기가 아니겠느냐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정적 분위기를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학생은 수능도 준배해야 하고, 학교 성적도 챙겨야 하는데다가 논술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2005년 5월 7일 토요일 저녁 6시 세종로 사거리 교보빌딩 앞. 서울·경기지역 교사 등 교육 관계자 600여명이 오가는 학생들을 유심히 살폈다. 이미 낮부터 교보빌딩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경찰병력 6000명이 배치돼 긴장감을 더했다. 며칠 전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간 교육부 직원들은 상황을 점검하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를 환하게 밝혔다.

이날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집회는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였다. 성적 부담으로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 때문에 촉발됐지만 상대평가제도와 내신등급제를 도입한 2008 대입제도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었다. 다행히 추모제는 400여 명만이 참가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입 관련 갈등에서 당사자인 고교생이 반발하며 집단행동까지 벌인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김영철; 51)

2005년 6월 서울대와 소위 명문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여러 신문들이 “논술형 본고사 부활”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직접 받고 교육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겠다고 밝힌 것도 이때다.

심층논술 강화, 3불 정책 재고 요구 등으로 논란의 불씨를 일으켰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교육부와 협의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좋은 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렇지만 본고사는 이미 정치권과 시민단체, 서울대 교수협의회로 불이 번진 상태였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40개 시민단체도 ‘본고사 부활 저지, 살인적 입시경쟁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만들고 혁신위 사무실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김영철; 55-56)

「2008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계획」은 2008 대입에 응시할 학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6. 8. 31일에 발표되었다.

‘학교 교과 성적은 석차 등급을 산출하는 상대평가로 제공하고, 수능은 등급만 제공한다. 수능은 2010학년도부터 복수 시행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지원한다.’ 등이 핵심이다. 특목고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는 주로 외국어고가 의대 지원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조치였다. 2008학년도에 지역균형 선발을 언급했지만 서울대는 2005학년도부터 운영해 왔다.

2007학년도 대입과 2008학년도 대입을 비교해보면 변화가 뚜렷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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