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23년 10월 10일에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시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하고 의견 수렴을 요청하였다고 하니 곧 국가교육회의가 절차를 밟아 2024년 2월 말 이전까지 확정안이 나올 것이다. 그 이전에는 어디까지나 시안이지만 시안대로 확정된다고 가정하여 변화의 모습을 살펴본다.


대입이 바뀌면 특목 자사고가 유리?

현재 학생은 40만이고, 50개 대학 정도 이외의 대학은 학생 충원을 완전하게 못하고 있다. 50개 대학도 부분적으로는 완전 충원이 안 되고 있다. 따라서 50개 대학이 평균 3천명 정도 정원이라면 15만명 정도가 어떻게 대학에 가느냐가 경쟁 대상이 된다. 경쟁이 있어야 성적 구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 관심의 대상은 상위 15개 대학과 거점국립대 정도인데, 이 대학이 25개 정도라면 정원은 15만의 절반인 7만 5천명의 입시를 말하는 것이 된다. 사실은 이보다도 적은 상위 15~16개 대학의 전형에서 유불리가 여론의 핵심이다. 이에 해당하는 인원은 4만명 정도이다. 그렇다면 40만의 10%를 말한다. 이보다 큰 관심사는 ‘의치한약수’라는 의약계열과 서울·연·고대를 말하면 1만 5천명 정도의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대학 가는지가 쟁점이다.

이렇게 보면 2028 대입에서 내신이 5등급으로 되어 특목고나 자사고가 불리할 게 없다는 말은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수시로 입학할 때 불리할 게 없다는 말인데, 정말 그럴까?
40만명 중 모든 과목을 1등급 맞는 평점 1등급인 학생은 1만 6천명에서 2만명이 달할 것이다. 모든 과목을 10% 이내에 드는 학생은 5%가 좀 안 된다. 이 학생들이 교과전형과 종합전형 지원자이다. 정원이 140명인 모 과학고라면 선택과목도 별로 없으니 모든 과목을 14등 안에 들면 1등급이 되지만 이 성적을 맞기가 쉽지 않다. 모든 과목 1등급은 50% 정도라면 7명이되는데, 현재도 이 정도 성적을 가진 학생은 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간다. 그러니 유리하다는 것은 실체가 분명한 말은 아니다. 의대를 가는 길은 영재고뿐 아니라 과학고도 막혀 있다. 수시로 가는 길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시는 학교에서 대비를 해주지 않는다. 결국 혼자서 수능 공부를 해야 한다. 전국자사고나 광역자사고라도 등급 받기 어려운 학교는 같은 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사고에서는 수능을 대비해 주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즉,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가는 개인의 학업 역량과 성향과도 관계가 있고, 수시와 정시 중 어떤 전형을 위주로 준비할 것인지도 관계가 있다.


수능은 어떻게 달라지나?

개편되는 2028 대입에서 수능은 현재보다 더 위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학교 성적보다 촘촘한 변별이 되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개편되는 수능은 시험 과목은 변하지만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점수를 제공하는 성적 제공 방식은 변함이 없다.

○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과목선택제는 폐지된다. 따라서 선택과목에 따라 같은 원점수가 다른 표준점수로 변환되는 방식의 문제점이 해소될 전망이다. 2023 수능에서 국어의 ‘언어와 매체’와 수학의 ‘미적분’을 선택하여 만점을 맞은 학생은 국어의 ‘화법과 작문’과 수학의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여 만점 맞은 학생에 비해 두 과목 합한 점수가 7점 정도 높았다. 그래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라는 말이 생겼다.

○ 수학 범위가 변경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대수 미적1 확통을 공통으로 응시한다. 현행으로 말하면 수1, 수2, 확통에 해당한다. 현행 미적분(바뀌는 미적Ⅱ)과 기하는 범위에서 제외된다. 범위가 줄어 대비가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지만 문제의 난도는 예상하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아주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어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므로 수능에 대비하려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

○ 미적분(바뀌는 미적Ⅱ)과 기하를 범위로 하는 ‘심화수학’ 과목을 제2외국어/한문 시간에 선택하여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성적은 절대평가 등급으로 제공할 전망이다. 아직은 확정된 안은 아니다. 현재 5교시는 30분인데 이 시간에 어떤 문제로 무엇을 측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수학 영역 비중이 너무 커진다는 우려도 있으며, 수학뿐 아니라 과학 과목도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탐구는 통합과학, 통합사회를 응시하게 된다. 내년 하반기에 예시 문항을 제공한다고 한다. 현재 중2라면 중학 과학, 사회 공부를 충실히 해야 한다. 이 과목은 고1때 배우는 과목인데 이후 배우는 사회와 과학 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있게 된다는 주장, 2, 3학년에서 이 과목만을 반복 학습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이 있다.

○ 서울 소재 16개 대학은 정시 40% 선발을 유지하라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 쟁점
- 선택과목이 없으니 외고에서도 의대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의약계열을 포함한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별도의 도구로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평가할 수도 있다. 의대는 정시에 면접을 보는 대학이 많으니 면접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 시험 범위가 줄어 고득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문제의 난도는 예시 문제가 나와봐야 예상할 수 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수능에서도 공통인 수Ⅰ과 수Ⅱ가 선택과목인 미적분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 만일 난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대학은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하는 등 동점자 처리 기준을 만들 것이다. 현재 서울대는 정시에서 수능 점수에 교과 평가를 해서 학생은 선발하고 있다. 교과 평가에 대비해서 진로 방향에 맞는 과목을 학교에서 이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과목 중심으로 공부해서 의대나 공대 진학할 수 있다는 말은 허황되다.
- 특목고나 자사고가 유리하다고 하는데, 이는 학교 유형과 개별학교별로 다를 수 있다. 정시 중심으로 가르치는 학교에 진학하면 수능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는 수능 준비를 잘하기 어렵다. 준비를 잘 한다는 것은 의약계나 극상위 대학을 수능으로 가는 점수를 맞는 대비를 해 준다는 뜻이다. 한편 과학고에서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면 개인이 하는 것이지 학교가 수능 문제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 수능에서 미적분Ⅱ와 물리Ⅱ, 화학Ⅱ 영역(2022 교육과정에서 실제 과목 이름은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을 시험 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하지만 전 과목 만점에 가까운 학생이 이 과목을 고등학교 때 수강하지 않았다면 대학 합격하고 나서 두 달이면 공부해낼 역량은 있을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안 된다. 문제라고 해서 문제가 된다.
-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은 힘을 빼야 한다는 주장은 수능이 공정하고 적절하게 패자부활의 기회도 주어야 한다는 논리에 밀리고 말았다. 그래서 선택과목은 수능 과목이 될 것이므로 고교학점제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학교가 수능에 매이지 않게 입시가 도와주려면 정시 40% 의무만 폐지해도 효과가 클 것이다.


학생부 성적은 어떻게 달라지나?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목 평가는 전체 과목을 5등급 상대평가로 하고 절대평가(원점수, 5단계 성취도) 성적을 병기한다. 지금은 9등급에 절대평가 성적을 산출하지만 절대평가 성적은 대입에 사용하지 않아 관심이 없다. 바뀌는 5등급은 1등급(10%), 2등급(24%, 누적34%), 3등급(32%, 누적66%), 4등급(24%, 누적90%), 5등급(10%, 누적100%)이다.

전국적으로 1만 6천명이 전 과목 1등급으로 평점 평균 1.00을 맞는다면 이 학생들이 교과전형 대상자일 것이다. 최상위 대학의 교과 전형은 1.00 내에서 구분해야 하므로 문제풀이 면접이든, 수능 최저든 변별을 위한 전형 요소를 둘 것이다. 이 학생들은 교과 전형뿐 아니라 종합전형에도 지원할 것이다. 교과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종합전형에서도 합격자의 앞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현재 정시 40%를 권장받은 16개 대학의 종합전형에서 교과 등급 평점은 대부분 2.0 이내이다. 그렇다면 바뀐 성적으로는 1.00인 학생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일부 소수 선택 과목을 수강한 학생만이 1,xx인 성적으로 합격할 것이다.

○ 쟁점
- 5등급이라도 상대평가에서는 경쟁은 심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규모가 큰 학교, 과목에 몰릴 것이다.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학습하지 않고 입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걱정은 성적 부풀리기이다.
- 절대 평가를 할 때 성적 부풀리기를 막는 방안으로 대학의 힘을 빌릴 수 있다. 대학은 원점수와 평균 및 세특으로 보아 학생의 성적이 부풀려졌다고 판단되면 그 학생을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 학생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학교 교육과정이 대입의 기본을 제공한다고 보면 수업과 평가가 제대로 된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종합전형에서 블라인드 평가를 풀어주면 더 효과적이다.
- 대학이 고교 유형 또는 이름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런 점은 불신에서 출발한다. 학생의 성적, 세특 기록, 대학의 선발 기준 등이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고 믿기 때문에 학생부 전형이 존재한다는 점은 다시 강조되어야 한다.
- 교육부는 보도자료에서 향후 교사의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논·서술형 평가로 혁신을 이루겠다고 하며 그때가 되면 ‘선진적 대입 기반 구축’이 된다고 한 것으로 보아 2025년 3월의 다음 개편에서 성취평가를 도입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 그러나 지금도 성취평가를 하면 교과 전형을 할 수 없는 점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 학생 충원이 안 되는 대학을 제외하고 나면 50개 대학 정도가 성적으로 합격생을 갈라야 하는데, 정시 40% 권고를 받는 16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은 원점수와 평균 및 수강자수만 있어도 평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그렇다면 성적 부풀리기가 문제시 되는 대학은 35개 정도인데 이들 대학도 평가할 사정관을 운영할 지원을 해주면 평가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조치로 학생이 좌절하지 않고 배움에서 성공 경험을 갖게 한다면 비싼 대가는 아닐 것이다.

시안은 2024년 2월 말까지는 확정안이 될 것이다. 교육부의 뜻, 학교의 뜻, 학생과 학부모의 뜻, 실제 수업을 하는 교사의 뜻이 모두 다르므로 의견을 수렴할 방법이 별로 없어 시간이 당겨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