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제7차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수능은 또 개편되어야 했다. 제7차 교육과정은 1997년 12월에 고시되었고, 고등학교에는 2002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되었다. 제7차 교육과정은 제6차 교육과정까지와는 달리 학생 개인이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설계되었다.
교육과정 편제를 보면 선택과목이라는 구분이 처음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제6차 교육과정까지는 학생은 제2외국어 정도를 선택할 수 있었음에 비하면 제7차 교육과정은 학생 선택이라는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보였다. 선택을 제공한 것은 5·31 교육개혁에서 언급했던 공급자 중심의 싸구려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제7차 교육과정 편제표(보통교과)
1학년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 설정하여 모든 학생들이 공통 과목을 배우도록 했다. 2, 3학년에서는 일반선택과목과 심화선택과목 중에 선택하여 배울 수 있도록 했다.
- 특목고 교육과정은 별도로 전문교과로 제시하였는데, 일반고에서 특목고 과목을 개설하면 교양 교과의 ‘기타’ 과목에 해당하게 하였다. 이 과목은 성적을 산출하지 않았다. 즉, 외고에서는 성적이 산출되는 ‘영어 청해’ 과목을 일반고에서 개설하면 교양 과목으로 분류가 되었다.
- 일반선택과목은 위계가 낮은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 과목을 과도하게 선택하지는 못하도록 하였다. 24단위 이상 선택하도록 하였으므로 하한선 가까이 선택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 학교에서는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를 과도하게 편성하였다. 다음 개정 때 기초 교과는 전체 이수단위의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생겨나는 원인이 되었다.
학생이 이 과목들 중에서 자신이 배울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도록 했지만 현실에서는 인문사회과정, 이공과정, 예체능과정 등 과정을 나누어 학생에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학생수도 많고 학급수도 많아 분반 이동 수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고, 학생에게 선택할 과목을 알려주어도 학생이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는 알 수 없어서 바람직하게 선택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능 중심 입시에서는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대입에 의미가 적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수능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사회와 과학 선택과목 문제를 모두 제공하고 그 중에서 선택한 과목 문제만을 푸는 방식으로 운영도 달라졌다.
2002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에게 적용되는 2005 대입 수능은 몇 가지 면에서 달랐다.
- 인문, 자연, 예·체능 계열 구분이 없어짐
-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사회/과학/직업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영역 등의 응시 여부를 모두 수험생이 임의 선택할 수 있음
- 실업계 고등학교(현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직업탐구 영역을 신설함
- 탐구 영역이 선택으로 바뀜 : 사탐, 과탐 연합 시험이 없어짐
- 자연계 수학에 선택과목(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이 생김
- 사회/과학/직업탐구영역 중 한 영역만 선택 가능함(직업탐구영역의 신설)
- 고등학교 2~3학년에서 배우는 심화선택 교과목 중심으로 출제함
-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고1)에 속하는 교과목은 간접적인 출제 범위에만 포함됨(단, 국사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 속하나 사회탐구영역의 선택과목에 포함)
- 선택과목이 생김에 따라 표준점수제를 도입함
- 2004학년도까지 제공되었던 성적통지표의 원점수, 원점수에 의한 백분위 점수, 종합등급 등은 제공되지 않으며,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표준점수에 의한 백분위 및 등급만 제공함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표(예시)
* 수리 ‘가’형의 경우 선택과목간 점수를 조정
**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한 정수로 표기
*** 영역/과목별 등급은 9등급제를 유지
2005학년도 입시는 대학입학전형기본계획으로 예고하였는데, 현재라면 2학년 4월 말에 예고하여야 하는 사항을 2학년 12월 20일에 대교협이 일괄 안내하도록 했다.
□ 2005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계획 관련사항 수립․홍보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부시행계획'을 2004. 3월까지 발표하고 일간신문에 공고
◦ 교육인적자원부(학교정책실, 국제교육정보화국)은 대학입학전형업무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전산화하여 대학에 제공
◦ 대학은 200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수립하여 그 주요사항을 2003. 11. 20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
※ 대교협의 최종 집계․발표 시까지는 개별 대학별로 발표 지양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0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주요사항을 집계하여 2003. 12. 20까지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하고, 각 대학․고등학교․언론기관․인터넷 등을 통해 안내하고 홈페이지(http://www.kcue.or.kr)에 등재
6월에 수시 1학기 모집이 있어고, 9월부터 12월 사이 수시 2학기 모집이 있었다. 정시는 12월 22일부터 27일 사이 원서를 접수하고, 군별로 합격자 발표를 한 뒤 2005년 2월 3일 최초 등록 기간에 등록하도록 했다.
□ 수시 1학기 모집
◦ 학생부 기록과 대학별고사 및 기타 자료 등으로 선발
◦ 학생부는 고 1~2학년 기록만 활용 가능
□ 수시 2학기 모집
◦ 학생부 기록, 대학별고사, 기타 자료 등 활용
◦ 학생부는 고 1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기록만 활용
◦ 수능 성적은 등급에 의한 최소 자격기준으로만 활용
□ 정시 모집
◦ 학생부 기록, 수능시험, 대학별고사, 기타 자료 등 활용 가능
2005 대입제도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는 동안, 2004. 02. 17일에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되었다.
- 단기 대책 : e-learning 체제 구축, 수준별 보충학습 실시, 특기·적성교육 활성화, 초등 저학년 방과 후 교실 운영 등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체제내로 흡수, EBS 수능강의 활용
- 중기 대책 : 우수교원 확보, 수업·평가방법 개선, 수준별 교육·학생 선택권 확대, 내신중심의 대학학생 선발 유도 및 진로지도 강화
- 장기 대책 : 대학서열구조완화, 학벌주의 극복, 학부모 의식개선 등 사회·문화풍토 개선,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를 통한 교육복지 실현 등
여기서 EBS 수능 방송을 대입에 연계하기 시작하였으나, 구체적인 연계 비율을 제시하지는 않았기에 방송을 활용하는 사례가 크지는 않았다. 중기 대책의 ‘내신중심의 대학학생 선발 유도 및 진로지도 강화’와 관련해서 2004년의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이 탄생하게 된다.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수능 등급제와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