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8월 조선일보에는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수업시간 잠자거나 만화책 봐...자리 비워도 못 본 척’이었다.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아이, 수업시간에 교실을 뛰어다니는 학생들, 교사의 지시와 질책을 우습게 여기는 아이들, 학생지도를 겁내는 교사들…. 모두가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마저 무너지는 현장, 그래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충격적인 '교실 파괴'의 현장들이다. 그러나 교실이 무너지는 소리는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 일선 교사들은 "교실에서 수업이 불가능한 지 이미 오래"라고 증언하고 있다.
'교실 파괴'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고 했다. 교실은 대부분 학생이 자고 있고, 학원 수강을 위해 학교 일정을 조절해야 하고, 서울과학고 학생의 절반이 자퇴한 교실을 취재했다.
1999년 10월 12일에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와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주최로 <학교교육 붕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 운영위원장 윤정일 서울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가 조사한 결과의 의하면 교원, 학생, 학부모 상호간에는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일 뿐 신뢰 관계도 없고 오히려 불신과 대립만이 지속된다고 답한 교원이 62%나 되고, 학부모와 학생도 각각 42%, 39%가 되고 있다.”며, “학교공동체 간 불신의 원인으로서 교원들은 정부 주도 교육개혁 정책 및 그 부작용과 언론의 학교 불신 조장 보도 및 비교육적인 방송프로그램을 들었고, 학생과 학부모는 일부 교원의 자질과 자기 계발 노력 부족과 정부 주도의 교육개혁 정책 및 그 부작용을 들었다.”고 분석했다.
조사에서는 교원의 사회적 예우와 존경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되었다며, 낮아지게 된 이유는 ‘정부의 교원 경시 및 사기 저하 정책, 체벌 금지,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 제도화 등 일방적인 수요자 중심의 정책 추진, 일부 교원의 촌지 등 교육 부조리 및 비리, 교원의 전문성 부족 및 학생 지도 방법상의 문제 등’으로 조사되었다고 했다.
붕괴의 원인으로 교원 정년 단축, 대입정책의 일관성 결여, 교육재정의 대폭적인 감축, 학교공동체의 약화 등을 들었는데, 특히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이 추진되면서부터 학교공동체는 와해되기 시작했다.’면서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이 공급자 측과 수요자 측으로 양분되면서 신뢰와 협력보다는 반목과 질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기조 강연은 ‘정부에서 더 이상 교원을 개혁의 대상이나 감시·감독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교육개혁의 주체임과 동시에 존경과 우대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교원의 자존심과 권위를 존중하고 교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차원 높은 정책을 수립·실시해야 할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와 같은 학교 붕괴 또는 교실 붕괴는 1999년 언론에서 일본의 부등교(등교거부)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사례를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문제시되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는 1998년에 30일 이상 등교하지 않는 초·중학생이 12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고교에서는 아예 학교를 자퇴해 버리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하였는데, 97년에는 전체 고교생의 2.6%인 11만1000여명이 자퇴했다고 한다. (동아일보(1999). 위기의 일본 교육. 갑자기 등교 거부, 원인 몰라 골머리. 1999.10.04.)
2000년을 전후로 학교 붕괴, 교실 붕괴에 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지만, 딱히 해결 방안을 내지는 못했다. 2001년 6월 26일에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주최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는데, 윤웅섭 서울교육청교육정책국장은 ‘공교육의 문제점 분석과 대안 탐색’ 제목의 글에서 공교육 불신의 원인을 외부적 측면에서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의 변화, 첨단 정보매체의 확산과 매스컴의 영향, 학벌 중심 사회를 꼽았고, 내부적 측면에서 대학입시제도의 문제, 거대학교와 과밀학급, 교육 행정의 문제, 교사들의 사기 저하, 학교의 통제력 상실 등을 들었다.
학교의 통제력 상실 부분의 주장은 현재도 개선된 면이 거의 없다.
“교육은 합리성과 포용력을 갖춘 절대적인 권위가 있어야 가능한 과업입니다. 합리성을 지닌 권위는 학교의 질서를 갖출 수 있게 합니다. 통제력을 상실한 곳에서 교육은 불가능합니다. 교사의 말을 학생이 따르지 않는 곳에서 그리고 학교장의 정당한 지시사항을 교사가 수행하지 않는 곳에서 교육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상당 부분 그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측면에 분명 현행 학교에는 의무교육과정이 아닐 경우 유급 제도와 과락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시행하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생활지도상의 어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교칙을 어겨서 퇴학 처분을 받아도 다음에 학생이 원하면 다시 복학이 가능합니다. 교장과 교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실정입니다. 사실상 인사권과 재정권이 미약한 기관장의 권위는 개인적 지도성이나 인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는 지금 학교장의 개인적 인성과 지도성에 의존하여 그 과업을 수행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학교 붕괴는 더 좋은 점수를 받아서 대학에 가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대입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학력 중심의 대학입시 제도를 지양해야 하고, 대입제도를 자주 바꾸어 학부모와 학생에게 혼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대학이 특성화되고 선발 기준이 다양화되면 학교 교육을 통해 다양한 인간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2002학년도부터 다양한 입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다행한 일이라고 했다.
교실 붕괴의 한 원인이 대입제도에 있다는 지적은 타당한 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진학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러다 보니 모든 학생·학부모는 학교에서 대입 대비를 해주기를 원한다. 그러는 동안 학교에서 대입 준비가 되는 학생은 학교에 남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학교를 벗어나 대입에서 성공하려고 한다.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구안된 것이 학교 공부가 대입에 연계되게 하는 방안이다.
점수에만 의존하는 대입제도를 개선해서 교육을 바꾸어보려는 생각은 2004년에 2008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기로 한 대입정책에서 실행된다. 한편 대입제도는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또 대입제도를 크게 바꾸게 된 것은 아이러니이다. 곧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한 수능으로 2005 수능이 기다리고 있고, 2004 대입제도 개선안에 따라 2008 대입제도가 기다리고 있다.
<참고문헌>
동아일보(1999). 위기의 일본 교육. 1999.10.04.
윤웅섭(2001). 공교육의 문제점 분석과 대안 탐색. 공교육 백년을 위한 대안 연구기반조성 국민 대토론회 자료집(Ⅱ).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정일(1999). 학교교육 붕괴의 종합 진단과 과제. <학교교육 붕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 자료집.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조선일보(1999).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 199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