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44) - 대입제도 개편사(6) 제6차 교육과정과 대입

김창현 승인 2023.09.04 18:21 | 최종 수정 2023.09.05 16:43 의견 0

1996년은 제6차 교육과정이 1학년에 적용되는 해였습니다. 고3 교실에서는 1997년 수능 대비 학습을 했습니다. 1996년 고3과 1997년 고3은 제5차 교육과정으로 배웠습니다. 수능 과목은 5차 교육과정이나 6차 교육과정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1997년 대입에서부터 교육개혁위원회의 건의가 받아들여져 대학별고사는 금지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별 본고사를 못 보게 되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수능은 400점 만점이 되었고 수학에 주관식이 도입되어 30문항 중 6문항이 출제되었습니다. 1998 수능과 1999 수능은 1997과 동일한 형태로 치러졌습니다. (1996 수능은 142호 글 참조) 수능 문제는 1996년에 이어 매우 어려웠습니다. 1997학년도부터는 논술고사를 보는 대학이 있기는 했지만, 입시는 곧 수능이었습니다.

1999학년도부터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탐구에 선택과목이 생기고 이에 따라 표준점수를 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에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입시도 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김대중 정부 첫 해 수능은 1999학년도 수능인데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한 첫 수능었고, 또 <새로운 대학입시제도와 교육비전 2002 : 새학교문화 창조>라는 대입제도 개편을 천명한 해였으며, 1997년 12월에 고시한 제7차 교육과정을 홍보하기 시작한 해였던 겁니다. 또 교실붕괴를 우려하기 시작한 원년이기도 합니다. Y2K가 되면 말세가 온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돌기도 했죠.

◆ 제6차 교육과정

제6차 교육과정은 수능 시행보다 앞선 1992년에 고시되었다. 고등학교에 적용된 것은 1996학년도부터였다. 따라서 제6차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수능에 응시하는 해는 1999학년도 대입부터였다. 1996년에는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제6차 교육과정부터는 기존의 중앙 집권형 교육과정을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권한을 주는 분권형 교육과정으로 개선했다. 학교는 전체 이수단위를 주어진 범위에서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정도로 선택권을 가졌지만, 학생은 교육과정 선택의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야 학생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제5차 교육과정은 개정할 때가 되어서 개정하기 시작했지만, 제6차 교육과정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개정되었다. 추구해야 할 인간상으로 건강한 사람,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도덕적인 사람을 제시했다. 또한 제6차 교육과정의 교과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위해 대대적인 교사 대상 연구를 추진했다(전 교사를 대상으로 교과 교육에 대한 연수를 했었고 그 연수에 필자도 참석했었는데,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제6차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사이 1997년 12월 30일에는 제7차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김영삼 정부의 1995년 <5·31 교육개혁>에 따라 교육과정도 개정된 것이다. 개정된 교육과정은 고등학교에는 2002학년도부터 적용되었다. 대입에는 2005 대입 수능에 적용되었다.

◆ 1999-2001학년도 수능 : 선택과목제를 도입하고 표준점수제로 변경함

1996년은 제6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해였고, 대입은 제6차 교육과정에 해당된다. 입시는 1997학년도 대입이다. 1997학년도 입시에서 대학별고사가 폐지되자 대입의 주된 전형요소는 수능이 자리를 차지했다.

논술고사는 유지되었는데, 수능 점수에 비하면 반영비가 낮았지만 합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중이었다. 전 계열에서 논제에 대하여 서술하는 방식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연세대는 인문계의 경우 '상투적인 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서술'하라는 문제였습니다. 자연계는 '유행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기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습니다.”와 같은 보도로 알 수 있다. ①

1999학년도 대입은 6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입시 첫해였다. 1999학년도에는 인문계와 자연계에 한하여 수리탐구II 영역에 선택 과목을 도입하였다. 인문계는 과학탐구 32, 사회탐구 48문항이 출제되었고, 자연계는 과학탐구 48문항과 사회탐구 32문항이 출제되어 총 80문항이었다.

자연계는 공통으로 물리Ⅰ, 화학Ⅰ, 생물Ⅰ, 지구과학Ⅰ 및 윤리, 국사, 일반사회, 한국지리에서 64문항을 출제했으며, 16문항은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지구과학Ⅱ 중에서 선택하도록 출제했다. 인문계는 물리Ⅰ, 화학Ⅰ, 생물Ⅰ, 지구과학Ⅰ 및 윤리, 국사, 일반사회, 한국지리에서 70문항을 출제했으며 나머지 10문항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세계사, 세계지리 중 1 과목을 선택하도록 출제했다. 대학입시에서 수학의 비중이 낮은 예체능계 학생들을 위하여 수리탐구I 영역에 예체능계를 추가했다.

선택 과목 도입에 따라 과목 간의 점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하여 표준점수 제도가 함께 도입되었다. 2000학년도에는 원점수, 백분위, 총점, 표준점수 외에도 변환표준점수에 의한 백분위가 전형자료로 추가로 사용되었다. 변환표준점수는 영역별 원점수의 배점 비율(언어 1,2, 수리・탐구Ⅰ 0.8, 수리・탐구Ⅱ 1.2, 외국어 0.8)을 반영하여 각 영역별 표준점수의 최고점 합이 원점수 총점인 400점이 되도록 표준점수를 변환한 점수이다. 2001학년도 이후에는 제2외국어 영역이 추가되었으며, 응시 여부는 학생이 선택했다. 성적표에는 학생이 선택한 과목이 표기되지는 않았다.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표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1998년 취임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교육과정은 이전 정부가 고시한 제7차 교육과정을 받아들였으나 대입제도는 획기적으로 바꾸려고 했다.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대학 입학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선언한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지원에 참여했던 한 교육부 실무자의 말에 의하면, 이 내용은 취임사를 검토하는 최종 단계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포함되었다고 한다. 3월 3일 교육부장관에 취임한 이해찬 장관은 곧바로 대입제도의 개선에 착수했다. 이해찬 장관은 조각 발표 직전에야 임명 통보를 받았다는 것으로 보아 장관 취임 전까지 대입 제도 개선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어떤 의견 교환도 없었고, 개인적인 의지나 구상을 가진 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대학 입학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곧 임명할 교육부 장관에게 미리 내린 직무 명령이었던 셈이다.”(서남수, 배상훈;2022. 32쪽) ②

◆◆◆◆◆ 각주 ◆◆◆◆◆

①KBS뉴스(1996). 97학년도 대학정시모집 논술고사 대체로 쉬웠다. 1996.12.26. 검색 2023.08.20.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769333
②서남수·배상훈(2022). 대입제도, 신분제도인가, 교육제도인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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