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30) -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사람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3.05.30 23:34 | 최종 수정 2023.05.31 13:16 의견 0

우리나라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덕목이 자기주도적인 사람입니다. OECD에서도 학생 자기주도성을 중시합니다. 자기주도성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고 개척해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자기주도적인 사람’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할 때 대학은 어디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

대학은 후속 학문 세대를 선발하려고 하므로 학습 측면을 먼저 보려고 합니다. 각 대학이 제시한 평가 요소 중 첫 번째가 학업역량인 것을 보면 수긍할 수 있습니다. 즉 대학은 우선 학습 측면에서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근거를 찾으려고 합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자습실에서 혼자 수능 문제를 푸는 태도로 규정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자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 공부를 추진하는 방식을 자기주도적 학습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서울대가 평가 요소로 내세운 요목 중 ‘학업태도’에 대하여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에서 나타나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 의지, 깊이 있는 배움에 대한 열의, 학업 수행 과정에서의 적극성 및 진취성, 진로탐색 의지 등의 학업 소양’이라고 설명한 것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경희대 등 5개 대학이 제시한 평가요소 중 학업 역량에 들어 있는 학업태도와 탐구력 역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초·중학교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학생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정해진 교과의 내용 요소를 잘 이해하고 학습활동을 스스로 해 보는 수준에서 자기 주도성을 기르게 되고 문제 해결력을 갖추게 됩니다. 학습활동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구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미리 해답을 본다, 모르면 바로 물어본다 같은 태도가 아닌 거죠.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라면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핵심을 질문하는 학생입니다. 그래서 지원자 학생부에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라는 평가가 써 있다면 그 평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정관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정하고 실천하는 학습입니다. 이것은 교과 지식과 개념·원리를 배운 뒤 배운 내용으로 교과서 학습활동을 해 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학습활동에 답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찾아서 보완하고 보충할 것을 스스로 보완해서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만드는 학습을 한 성과가 자기 주도 학습 성과입니다. 학습은 교과서 학습활동만으로 완성되지는 않고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행 과제, 협력 학습 과제, 자신이 호기심이 생겨 더 알아보고 싶은 주제 등에 대한 탐구활동에서 심화됩니다. 이런 일련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추진하고 자신의 학습 상황을 성찰하는 모든 과정이 자기주도적 학습입니다.
대학은 교과 세특에서 학생이 어떤 탐구활동을 얼마나 했는지를 검토해서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했는지를 평가한다고도 합니다. 탐구하고 발표하고 성찰하라는 주문은 이미 교육과정 문서에도 있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만들게 하려면 선생님은 또는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해주지 말고 하게 해야 한다.’ 등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을 실천해야 합니다. 쉬운 말이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무기력한 아이에게 동기부여 하기’만으로도 많은 생각거리가 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은 수동적 학습과 대조되는 말입니다. 학원에서 수동적으로 설명만 듣고 그나마 능동적으로 해야 할 학원 과제도 잘 안 하면서 설명만 듣고 있게 되면, 내용 요소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배웠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게 됩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어떤 학생이 이미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인 수학Ⅰ·Ⅱ 과목을 다 배우고 세 바퀴는 돌았다고 하기에 3학년 수능 수학 문제의 공통 부분을 풀어보라고 했더니 접근한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진도만 나가는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닙니다. 이 학생에게는 어떤 처방을 주어야 할까요?

고등학생은 능동적인 학습 태도 이전에 선택중심 교육과정에서 자신이 공부해야 할 과목을 고르는 과정을 거칩니다. 자신이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자기주도적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진로 방향을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 배워야 할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이 자기주도성을 나타냅니다. 학생은 모든 선택의 순간에 자기주도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즉 진로에 관계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전공(계열)적합성 여부보다 더 큰 덕목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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