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그리스인 조르바"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3.01.09 19:09 의견 6
▲위맥 광고기획사 대표, 자유기고가 위흥렬


달리 갖추어 움직일 필요없는 걷기는 마음 내키는대로 어려움없이 나설 수 있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느껴왔다. 발편한 신발이면 아무걱정없다.

다비드 르 브루통의 ‘걷기 예찬’이 예전부터 내 시절 곳곳마다 함께했으며 볼때마다 새롭게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건 그런 편한 여유로움을 생활에서 찾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평소걷는 경의중앙선 가로공원 자리엔 기차 선로가 있었고 그 위를 놀이감삼아 애써 걷거나 뛰곤 했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도로 위 그어진 한 줄을 따라 걸을라 해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옆쪽으로 잔 걸음질을 치기가 일쑤지만 말이다.

운동이라는 명분의 산보라기 보단 여유시간에 걷는, 소일같이 몸에밴, 자양을 얻어내는 섭생의 한 일면처럼, 걷기의 그 습관이 산책자가되어 산책로를 매일먹는 밥같이 눈앞에 차지하게 한다.

지혜속 던져준 니체의 한 아포리즘은 꼭 우리의 생활속 스포츠브렌드에 녹아든 니케(NIKE) 만큼이나 유명브렌드로 인정되어지듯 다른 군더더기 말이 필요 없어진다.
“나는 손만 가지고 쓰는것이 아니다. 내 발도 항상 한몫을 하고싶어한다.”

평소 동작없이 오래 앉아 있음으로해서 약화된 하지근육의 펌핑능력이 심장으로의
혈액량도 떨어진 결과로 오고 곧 내 뇌속의 해마에게도 못된 영향을 줄게 뻔할 일일것이기 때문이다.
...

산책로를 걷다 맞은편에서 대화를 하며 걸어오는 이들의 한 어깨에 걸친 쇼핑백의 로고를 보는 순간 조르바를 생각했다. 지나가는 뒷모습까지 계속 눈길을 남겼다.


'2022트렌드 코리아'란 책에서 발표한 키워드중 하나인 '내러티브 자본'의 글을
새삼 반추했다. 예를든 글중 '샤넬' 그 자체가 명품 브랜드가 되기까지, 고아 출신이며 창시자인 '코코샤넬'의 엄청난 내러티브와 상징성을 가진 인물로 짧게나마 흥미롭게 소개 됐었다.

내러티브란 단어에 집중이됐다. 스토리나 서사의 뜻과 일맥상통하지만 보다 더 색다른 의미라고나 할까, 커다란 이야기와 맥락을 이어간다 하겠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 처럼 개별적 영웅들의 모임이 낳은 어벤져스란 집대성처럼 말이다.

자라의 운영자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너무 좋아하여 ZORBA라 이름지으려 하였다.
그러나 동네 주점에서 먼저 간판으로 사용했기에 O대신 A를 넣고 B를 빼 ZARA로 명해 사용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밌다.

예전에 봤던 '파타고니아' 책을 들추며 자라또한 충분히 전달할 것들이 많을 수
있으리라 자연 스럽게 생각도 들었다.......

올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인기를 끈 영화속 음악 덕분에 말러가 부쩍 친숙할 정도로 자주들려왔다.

1번 3악장, 몽환적 멜로디의 내려앉은 분위기로, 3번 6악장도... 감미로운 선율속 분위기 잡을때도 좋고 잘 때 또한 효험을 받아온지라 부러 찾아 잠을 청할때도 있었다.

알마 쉰들러를 위해 만들었다는 영화속 말러의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음악이 감미로우면 감미로울수록 클림트가 생각나는 것은 무슨 연고라 할까?

실상, 과거의 시제를 빌린 현재의 이야기들은 봄날 분분하게 날리는 꽃이파리들마냥 명징한 결과를 내놓진 못하지만 '에밀리 플뢰게'도 있지만 '알마 말러'라는 유력한 주장을 이야기 선상에 놓고싶기도 한 못된 심상이랄까 그걸 내게서 보기도 한다.

말러가 음악을 바쳐 열렬히 사랑한 주인공이 키스의 주인공! 세기의 남성편력 소유자로 명성을 떨친 그 인물 이라고...!!


퇴색한 왕년의 명가수 부불리나에 대한 조르바의 헌신적인 박애주의 사랑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들이 치졸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는 쿨한 관념의 소유자 조르바가 한층 존경 스러워진다. 여자는 진리라 칭송한 니체의 영향을 받은 카잔차키스의 생각이 다분한 결과 겠지만 말이다.

부불리나의 옛 4개국 해군제독 애인들의 나열에도 그리 신경쓰지않고 모두 들어주는 등 개인적인 각별함도 보인다. 그리스의 독립을 도와준 아군들이기에 사회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은 아니었으리라 생각은 들지만 말이다.


한참 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주제로 독토를 가졌다.

유명 인사들과 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이라 꼽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

모대학 교수는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교수직까지 그만 두고 다잡은 맘을 새롭게 추스려 새로운 인생길을 걷게된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조르바처럼 생짜배기로 세상을 제대로 익힌 사람은 세상 주위엔 없었다. 필터없는 언변은 여성 비하발언으로, 읽는 내게도 흠칫 놀랄정도의 불안감을 주곤 했지만 말이다. '페미니즘 차원말고 문학적으로 접근합시다'라고 조용히 덧붙여 본다.

세월속 읽음을 반추해 봄에 변화가 있다면 현실시점에선 주인공 조르바 보다는 화자에 더 공감이가는 경우다. 미온적 태도에 딱 부러지지않은 화자의 모습들이 읽는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 나비는 때가 차기 전에 나와서는 절망적으로 몸부림치다, 얼마 견디지 못하고 내 손 안에서 죽어갔다.

나는 그 솜털 가득한 나비의 조그만 몸뚱어리가 내 양심 안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그것을 깊이 꺠달았다. 영원한 법칙을 깨고 서두르는 것은 죽어 마땅한 큰 죄악이다. 우리는 믿음을 갖고 불멸의 리듬을 따라야만 한다. -문학과 지성-


미처 자라지 못하고 나온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다가 곧 내 손바닥에서 죽어 버렸다.

나는 솜털처럼 가벼운 나비의 사체가 내 양심을 짓누르는 가장 무거운 짐이 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그날 이 진리를 깊이 깨달았다. 영원한 자연의 법칙을 재촉하는 것은 치명적인 죄라는 사실을 . 인간의 의무는 영웡불변하는 자연의 리듬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민음사-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 갔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열린책들-

준비한 책들이 모두 같지 않았다. 세 개의 각기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펼치며 의도치 않은 상황들이 건네준 독서토론을 십분 흥미롭게 만들었다.

원문도 찾아보게 만들었다.

It came out undeveloped, shook desperately, and soon died in my palm.

This butterfly’s fluffy corpse is, I believe, the greatest weight I carry on my conscience. What I understood deeply on that day was this: to hasten eternal rules is a mortal sin. One’s duty is confidently to follow nature’s everlasting rhythm.


예전, 페소아의 '죽음의서'를 두 출판사 책으로 부분 필사를 해가며 느꼈던 재미짐의 업그레이드를 경험 하고프기도해서 나름 느낌있는 부분들을 찾아 비교 낭독도 했다.

형식의 응집이나 고착을 탈피한다는 측면과 일종의 두서없음도 핑곗거리로 덧대며 말이다.

세 문장의 색다름이 꽤 흥미로울 거라는 말끝에 '이건 자존심의 대결이야'라는 애정어린 단호한 말씀과 '우리나라가 언어표현력이 다양하고 너무 감동으로 다가와요.
문장의 표현이 너무 섬세하고 이쁘고요'라 건네오는 말들은

비교하며 어느 대목인가 틀림을 찾기위한 나의 골똘함에 적잖은 울림을 주었다.


바다, 가을의 온화한 날씨, 빛으로 목욕한 듯 해맑은 섬, 벌거벗은 영원한 그리스를 반투명 천으로 부드럽게 감싸는 촉촉한 비. ‘죽기전에 에게해를 항해한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음사-


바다, 가을의 달콤함, 빛으로 멱을 감은 섬들, 그리스의 영원히 벗은 몸에 옷을 입히는 투명한 이슬비. 죽기전에 에게해를 항해하는 영광을 누리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문학과 지성-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열린책들-



지금 계절 탓만은 아닐것이다. 조르바를 생각하며 동백꽃을 떠오름이, 한설 아랑곳 않고 진홍색으로 피었다가 꽃잎 흩날림없이 툭 떨어지는 꽃송이같은 그의 생 이랄까...

생각없이 걷는게 좋다해 무념을 찾지만 도로위 풀날리는 듯 한 소리웃음이 간간이 내 입에서 새어나오는건 무슨 연유인지...

미미한 소리들이 적막을 만들어내듯 날리는 희부윰한 잔 생각들이 생각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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