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04) - 학종의 진실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11.28 09:32 의견 0

대기업에서 이사로 퇴직한 분이 대학에서 창업론 강의를 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평생 월급만 받고 일했던 사람이라 아무리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직장 일을 해 왔다고 해도,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창업자가 해보았음직한 고려사항과 결단까지의 고민 등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므로 좋은 강의를 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한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떤 교양 강좌에서 강의를 마친 교수님이 질문 있으면 하라고 하자 어느 학생이 손을 버쩍 들고는 “결혼도 안 해본 교수님이 부부심리를 강의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나는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지만 아동학과 교수인걸요.”라는 대답으로 학생을 제압했습니다. 웃자고 한 질문에 웃음으로 응답해서 더 이상 논쟁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학생부 평가는 입학사정관이 합니다. 어떤 이는 학생부를 정성평가할 때 입학사정관이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래서 학종은 특목고나 자사고가 더 많이 뽑히는 전형, 부유층에게 더 유리한 전형이라는 주장입니다.

서울대의 학생부 평가 과정은 수시 입시 안내 자료와 설명회 등에서 밝히고 있는바, 한 사정관이 서류를 다 읽고 평가를 하는 과정이 1차 평가, 다른 사정관이 같은 서류를 1차 평가 사정관이 평가한 결과를 볼 수 없게 한 채로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 2차 평가이며, 3차에서 다시 재평가를 해서 평가 결과가 차이가 나면 이유를 밝히는 과정이 3차, 학생의 지원 모집단위 교수가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 4차, 사정관과 교수의 평가를 비교하는 과정이 5차 평가라고 합니다. 여러 평가자들을 거치는 동안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고 더 공부하고 싶은 열정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 갑니다.

평가 자료에 후광효과를 미칠 수 있는 출신학교나 개인 정보 자료가 없다 하더라도 대학이 과목명만 봐도 특목고나 자사고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교과평점이 나쁘고 전문교과 과목이 개설된 학교를 사정관은 특목고 자사고라고 판단해서 우대한다는 것은 누명입니다. 전국에는 비평준 일반고도 많고 그 중에는 4학급 미만의 학교가 정말 많습니다. 또한 대학은 특목고 자시고 출신 학생으로 학생을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구성원이 학문의 세계를 풍부하게 한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입학사정관은 국가 수준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방향을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평가를 합니다. 교육과정 편성과 학습 과정과 평가 과정 및 결과에서 고교가 지켜야 할 방향을 지켰다면 어떤 유형의 고등학교라도 특히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습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나 대학에서 고교에 주고 있는 메시지는 원론적입니다. 단지 이 메시지를 지키면 수능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1. 학기별 이수로 학기 당 시수가 많기를 바란다. 주당 시수가 많아야 학생 주도 학습이 이루어지고, 교사와 학생의 교류가 활발해 진다.
2. 일반고라면 보통 교과 과목을 편성하자. 단, 학생은 위계가 높은 과목에 도전하라.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을 하기 바란다. 예컨대 확통 기하 미적을 다 선택할 수 있게 편성할 것.
3. 소수 선택 과목이라도 좋아하는 과목이라면 수강하기를 바란다. 학교는 물리학Ⅱ나 세계사 등의 과목 수강생이 적다고 폐강하지 말 것.
4. 일반고가 전문교과 과목을 개설할 필요는 없다. 학생이 충실히 배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또 대학에 오면 배울 수 있다.
5. 개념과 원리를 잘 익히고 그것을 적용하는 탐구 활동을 하라.
6. 교과 이외의 시간에는 교과에서 배울 수 없는 소양을 길러라.(놀 때는 놀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정치학 박사 김범수 교수의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수능은 공정한가를 한 꼭지로 다루었습니다. 저자는 수능은 공정하지만 학종은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에 대하여 어떤 공정을 기준으로 재단할까를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수능은 ‘응시 기회와 과목 선택의 기회를 포함한 경쟁의 기회를 동일하게 부여하고 주관적 평가요소의 개입 없이 동일한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동일한 시간 안에 동일한 문제를 풀도록 경쟁시키고 문제 풀이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공정’해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형식적 기회 균등을 보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형식적 기회 균등은 공정성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인가?’를 묻습니다.

응시 기회와 과목 선택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고 시험과정에 부정이 없는 한 점수를 그대로 인정하는 제도는 결과에서는 공정할 수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의 다양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불공정하다고 합니다. 필자는 공정성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것과 학생들의 실질적 자유와 기회를 증진하는 것이라서, 수시가 더 공정하냐 정시가 더 공정하냐의 프레임에서 벗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설령 평등의 관점에서 볼 때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걸쳐 구성원들의 역량을 향상하고 실질적인 자유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러한 입시는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기여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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