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팀장의 보험학 칼럼(17) – '채움과 비움', 나의 보험은 적당한가?

KB손해보험 RFC사업부 팀장
우수인증대리점
네이버블로그 ‘황팀장보험보물상자’ 운영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11.21 09:32 의견 0

우리는 무언가를 채우는데 익숙하다. 냉장고 안이 음식으로 가득 차 있어야 왠지 기분이 좋고, 스케줄이 꽉 차 있어야 일할 맛이 난다. 카드 포인트가 쌓여갈 때, 마일리지가 적립될 땐 기대감마저 든다. 어디에 사용을 할까 고민도 한다. 배고플 땐 허기를 채우고 몸이 허약해지기라도 하면 기를 보충하고자 보양식으로 또 채운다. 일 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하는 옷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아까워 다시 가지런히 개어 옷장에 채워둔다.


일상은 채움의 연속이다. 적당히 채워야 하는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다. 욕심이 난다. 더 채우고 싶다.

비우는 데는 인색하다. 탈이 나야 그제야 비우기 시작한다. 마음 편히 비우면 개운할 텐데 그러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보험은 어떠한가?

'보장이 부족하니 보완을 해야 합니다.', '과거의 보험에 없는 특약이라 새롭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등 온통 채우란 말뿐이다. 채울 땐 모른다. 한 달, 한 달 새어나가는 보험료가 얼마인지를...

보험은 유사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그 가치가 있다. 아무리 좋은 보험이라도, 아무리 보험을 많이 가입했다 하더라도 벌어진 상황 그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해결하는 데 있어 경제적 도움을 받을 뿐이다. 도움의 정도를 늘리려면 보험을 많이 가입하면 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료 지출 또한 커진다.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 이유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음에도 보장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물론 가입한 시점의 연령, 상품의 유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보단 어떤 담보를 얼마만큼 선택했느냐가 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A 고객은 상해보장에 치우친 나머지 후유장해, 상해수술비 보장은 과할 정도로 높은 반면 암, 뇌혈관, 심혈관 등 중대 질병에 대한 보장은 현저히 낮고, B 고객은 암보장은 평균 이상으로 충분한데 다른 질병에 대한 보장은 거의 없을 정도로 보험을 가입해 놓아 보장의 균형을 잃고 있다. C 고객은 보험설계사의 권유, 텔레마케터의 전화, 홈쇼핑 광고 등 보험 가입 제안을 받을 때마다 수락하여 어느덧 수십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 모두 채우는 데만 급급하여 발생한 결과다.

가계의 지출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에 속한다. 혹자는 수입의 5%, 많게는 수입의 10% 정도 보험료를 지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정해진 기준은 없다.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납입을 해야 하는 금융상품이므로 그 기간 동안 수많은 변수가 생길 뿐만 아니라 납입을 완료해야 온전히 나의 것이 되므로 신중히 판단 해야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 과거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땐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으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태아보험이 될 수도 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준비한 첫 보험이 될 수도 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유사시 경제적 타격의 강도가 높은 보장을 먼저 탄탄하게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보장금액이 크지 않지만 포기하기 아쉬운 담보는 내가 내는 특약 보험료를 먼저 계산해보자.

첫 단추를 꿰는 사람이 자신이어야 하는데 보험은 그렇지 않다. 보험설계사의 잣대로, 규격화된 광고 상품으로 상담을 받고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것을 선택하는 데 난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나를 위해 수 천만원을 투자하는데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식투자, 은행저축, 자동차 구입할 때의 관심과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조정을 하면 된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유지한다고 해서 손해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울 수 있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위험에 대해 선 투자를 하는 금융상품이다. 해지하지 않고 유지만 잘해도 보험금을 수령할 확률은 꽤나 높다. 평생 아프지 않고 사고 없이 무탈하게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되겠는가? 보험의 긍정적 혜택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가입하는 것보다 유지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과하지 않아야 보험을 부담 없이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적당하다.'란 말은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느낌으로 자주 사용된다. '적당히 해서는 성공할 수 없어.' '적당히 하니까 그런 문제가 생기지.'
그렇더라도 보험은 적당히 가입해야 한다. 정도에 알맞게 말이다. 한달 한달 보험료 납입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잃어 엇박자가 난 보험을 갖고 있거나, 남들보다 월등한 보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분들.

매달 그 가치를 얻기 위해 힘겹게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과유불급’. 정도를 지나치게 가입한 보험의 보이지 않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큼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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