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01) - 2024 대입, 공정성 강화의 완성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11.07 09:32 의견 0

2019년 11월 28일,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방안대로 전형을 하게 되는 첫 해가 2024학년도 대입이다.


방안은 2021 대입부터 적용해 왔기에 갑작스런 변화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 기재를 축소해서 소논문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으며,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은 이미 대학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추천서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폐지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았던 16개 대학은 수능 40% 이상 선발하라는 조치도 2022학년도부터 적용되고 있다. 교과활동에서 방과후학교 활동도 2022학년도 대입에 맞춰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고 있다.

2024학년도에는 자기소개서가 폐지된다. 자율동아리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개인 봉사활동 실적이 반영되지 않는다. 수상 경력과 독서활동도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에 해당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학생부에 기록이 되어 있다하더라도 대학에 제공하지 않으니 대학은 평가에서 해당 항목을 볼 수 없다.

자율동아리 활동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자율동아리를 통해서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 진로 분야를 알아볼 수 있고 한편 정규동아리 활동에서는 학생의 취미활동을 권장할 수 있다. 동아리에서 가요 발성을 배우고 싶은 농생대 지망생은 창체동아리에서 가요열창반 활동을 하고 자율동아리에서는 농생명 관련 활동을 하면 취미 활동을 하면서 공부도 되고 자신을 잘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율동아리 관련 기록을 대학에 제공하지 않게 되니 정규 동아리가 진로 분야 활동으로 한정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취미로 단소반, 중창반 활동을 했는데 서울대 합격했다는 말은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 언론정보학과 지망생은 방송반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대학에 절대 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서활동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예고되자, 대부분 학교에서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기록하고 있다. 독서활동은 학생이 읽었다고 주장하는 책을 검증할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학생부에 남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과 독서 활동 이력이 학생의 독서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라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독서 능력이 대학 공부의 기본이 되므로 대학은 독서 상황을 보고 싶어 하고 고등학교는 어떻게든 쓰고 싶어 하는 사이에 ‘없는데 있는’ 모양이 되어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자기소개서 폐지이다. 몇 년 전 서울대학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일반전형에 시각장애 1급 학생이 합격한 일이 있었다. 일반전형은 장애인끼리 경쟁하는 전형이 아니고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이 학생의 학생부에서는 학업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지만 학생이 시각장애 상황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학업에 매진한 점, 본인이 점자로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친구들의 학습 멘토 활동을 한 점 등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연평도에서 고3 학생이 6명밖에 안 되고 물리학, 미적분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음에도 에너지 공부를 하려고 지역에 주둔한 군인 형한테 배웠다는 학생 사연도 자기소개서가 아니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강남의 철수는 영어 원서를 줄줄이 읽는데 산골 소녀 영심이는 그보다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본인이 처한 여건을 극복하려는 노력까지 포함한다면 누가 더 우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입학사정관제 초기의 생각이었다.

독서 상황 등 학생부 내용이 대학에 전달되지 않고 자기소개서가 없어진다면 학생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은 보다 공정한 전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만을 반영한 전형을 하게 될 것이고, 더 사회적 약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두렵다.

저작권자 ⓒ 동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