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94) - 학생수는 줄고 재수생은 늘고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저자

동작경제신문 승인 2022.09.20 14:25 | 최종 수정 2022.09.21 11:54 의견 0

2023수능 접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접수자 수와 응시자 수는 차이가 납니다. 실제 응시자는 접수자에 비해 해마다 6, 7만 명이 적습니다. 접수하고 응시하지 않는 인원이 10%가 넘습니다. 총 접수 인원은 2020년에 55만 명 수준이었다가 그 뒤에는 5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학생 수가 2020년 40만에서 이후 35만 명대가 되자 총 응시인원도 비슷하게 줄었습니다. 총 응시인원은 총 학생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총 학생수는 태어난 아이들 수와 관계가 있습니다. 표에는 없지만, 2019년 대입에 해당하는 2000년생은 640,089명이 태어났고 수능 응시자는 졸업생을 포함하여 594,924명이었습니다. 2020년 대입에 해당하는 2001년생은 559,934명이 태어났습니다. 8만 명 정도 줄었습니다. 2020년 수능 응시자는 졸업생 포함 548,734명이었습니다. 응시자 수가 약 35,000명 적었습니다. 2002년생이 2021 대입에 해당합니다. 2002년생은 496,991명이 태어났습니다. 그 전해에 비해 약 63,000명이 줄었습니다. 수능 지원자는 55,000명 정도 줄었습니다. 2022대입에 해당하는 2003년생은 476,958명이 태어났고, 2023년 현재 진행중인 대입에 해당하는 2004년생은 476,958명이 태어났습니다.

2021, 22, 23년 3년간 태어난 아이 숫자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3년 간 재학생 지원자 수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2024대입에 해당하는 2005년생은 438,707명이 태어났습니다. 이전 해에 비하여 약 38,000명이 줍니다. 2024대입에서는 재학생 지원자가 10% 줄어들 수 있습니다. 즉, 재학생 수로 보면 21, 22, 23대입에서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2024에서는 2020과 2021 사이의 변화와 같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 학년도별 수능 지원자 수

▲학년도는 대학 1학년 때를 뜻함. 2020학년도 수능은 2019년에 접수하고 시행한 시험임.



응시자가 줄어도 대학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많아지겠지만, 서울 소재 대학은 체감할 만큼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 가게 될 2024대입에서, 학생수가 10% 줄어들면 대학 가기는 얼마나 쉬워질까요? 1,000등이어야 갈 수 있는 최상위 대학/학과는 학생수 10%가 줄어서 이전 해의 1,100등에 해당한다고 하면, 100등 차이이므로 점수로 보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20,000등인 대학은 22,000등일 때 성적이면 갈 수 있다고 가정하면 2,000등 차이는 2~3점 차이일 겁니다. 수능 2, 3점짜리 한 문항만큼 가기 쉬워집니다. 체감할 만큼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졸업생 지원자가 늘고 있습니다.

전체 인원이 줄면 졸업생 응시자수도 줄어야 합니다. 졸업생이 25%를 차지한다고 하면 55만 명인 해의 25%보다 50만일 때의 25%는 적어야 하죠. 그런데 졸업생 숫자는 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재수로 이끄는 요인이 있어 보입니다. 정시 확대 경향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수능으로 대학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지자 대학 재학생까지 재수 대열에 합류하여 대학은 중도 이탈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하고 있습니다. 대학 발표 자료를 보면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의 이탈률이 가장 높습니다. 수능으로 입학해서 수능 준비가 되어 있으니 한 번 더 응시해서 성적이 잘 나오면 대학/전공을 갈아타려고 하는 겁니다.

이런 사이에 수능 고득점을 받았지만 현재 재학하고 있는 대학에서 더 나은 곳으로 옮길 성적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정작 대학에 지원하지 않는 현상도 있어 보입니다. 수능으로 대학가는 방법은 석차로 가는 방법입니다. 대학이 뽑는 정원이 있고 점수 높은 학생을 뽑으니 대개 몇 등이면 어디에 갈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수능 결과 누적 석차를 발표하지 않으니 추정 석차를 만들어 배치표를 만듭니다. 당연히 정확한 누계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고득점 재수생이 지원하지 않는 허수가 발생하면 의외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의외를 염두에 두고 지원할 수도 없습니다. 정시 입시는 이래저래 쉽지 않습니다.


검정고시생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0학년도에 비해 2023학년도에는 3,000명이 늘었습니다. 고등학교도 중도 이탈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합니다. 학교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상위권 대학 지원자가 수능으로 대학 가겠다며 그만둡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나 대안학교가 늘어난 것도 검정고시를 통한 대입 인원이 늘어나는 것과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청년들이 재수로 귀중한 시기를 보내는 일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학생이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재수를 하여 대학에 지원하는 현상은 정규 교육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검정고시생 중 일부인 자퇴생과 졸업생을 합한 15만 명이 수능 준비에 젊음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능 대비 문제 풀이 중심 공부만 하면 학생은 깊이 있는 학습을 하기 어렵습니다. 깊이 있는 학습은 개념 원리를 공부한 뒤 다른 맥락에 적용하는 탐구활동을 통해 지식을 내면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탐구하고 발표하고 성찰하는 활동이 공부의 본 모습인데 수능 공부는 이렇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학생을 학교 밖으로 유혹하는 제도는 어서 개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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